“도박하면 패가망신” KBO리그에서는 ‘감히’ 꺼내지도 못하는 말이죠? [장강훈의 액션피치]

장강훈 2026. 2. 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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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정 도박, ‘계절병’처럼 돌아와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늘 미봉책 그쳐
구단=성적·선수=돈 서로다른 목표치
주인없는 KBO, 범죄 청청지대 불가능
대만 전지훈련 도중 도박장에 출입해 강제 귀국조치 된 4인방. 왼쪽부터 고승민 나승엽 김세민 김동혁.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딱히 놀랍지도 않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논란. ‘이러다 말겠지, 선배들도 용서 받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생각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무지와 오해’라는 변명도 지겹다. 진짜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나와야 정신차릴까.

대만에서 전지훈련 중인 롯데 젊은 선수 4인방이 도박장에 드나들다 걸렸다. CCTV 화면이 온라인상에 공유됐고, 성추행 의혹까지 더해져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무지와 오해라더라도 명백한 잘못. 구단은 부랴부랴 해당 선수들을 한국으로 보내버렸다. 만에 하나 있을 대만 현지 경찰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빠른 대처다.

마카오 등에서 원정 도박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고 있는 삼성 투수들. 이들은 현재 모두 유니폼을 벗은 상태다. 사진 | 스포츠서울 DB


전지훈련지에서 카지노나 파친코 등 도박 행위가 적발된 건 21세기로 한정해도 적지 않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카지노를 찾은 게 언론에 대서특필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 오승환 등 삼성 주축 투수들도 도박에 손을 댔다가 맹비난받았다.

음주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김광현과 이용찬 정철원 등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중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메이저리거였던 강정호는 세 차례 음주운전에 운전자 바꿔치기 등으로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WBC 대회 기간 중 유흥업소에서 음주한 사실이 드러나 고개 숙이고 있는 두산 시절 정철원. 그는 현재 사생활 논란 속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야구 선수들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빅마켓 구단은 팬들의 관심이 더하다. 모든 팬이 선수들을 좋아할 거라는 건 착각이다. 1992년 이후 33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팀 팬이라면, 사소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인기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 대형 아이돌 기획사 고위 관계자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돌 연습생 혹은 갓 데뷔한 신인에게 강조하는 교육 얘기다.

롯데 선수들이 즐긴 전자식 테이블 카지노 게임. 사진 | 구글 지도


“사소한 사고, 거리에서 시비가 붙었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땐 즉시 회사에 알려라. 웬만한 사건은 회사에서 대응해 원만하게 풀어낼 수 있다. 대신 네 가지는 어떤 형태로든 커버가 안된다. 때문에 네 가지 사고 중 하나라도 연루되면, 그 즉시 연예계를 떠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네 가지는 음주운전, 도박, 약물, 성범죄 등이다.”

아이돌은 미성년일 때부터 회사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숨쉬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가공된다. 춤, 노래뿐만 아니라 식습관이나 사생활, 심지어 연애 감정까지 통제된다. 아이돌 한명 한명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이므로 기획사로서는 ‘완전 무결한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돌은 이미지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그래야 돈이 된다.

아이돌 기획사가 아티스트에게 강조하는 ‘4대 범죄 엄금’은 KBO리그 10개구단도 하고 있다. 빈도를 보면, 아이돌보다 스포츠 선수들의 일탈이 더 잦다. 실력만 뒷받침되면, 돌아올 여지가 연예계보다는 더 크기 때문이다.

10일 KBO와 선수협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선수 에이전트는 아이돌 기획사만큼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구단이 그 역할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에이전트는 ‘을’이다. 구단은 ‘갑’이지만 ‘선수 개인의 일탈까지 좌우할 책임은 없다’라고 항변한다.

구단은 팀 성적이 최우선 가치다. 조금 잘못했더라도 전력에 도움이 되면 은근슬쩍 다시 쓴다. 성적을 내야 모그룹 지원금을 유지하거나 더 받을 수 있어서다. 자생능력은 있지만,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돈에 좌우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룹은 야구단을 ‘사회공헌사업’으로 인식한다. 아이돌 기획사와는 목표가 다르다는 의미다.

롯데 신동빈 구단주가 잠실구장을 찾아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초목표는 ‘돈’이다. 열심히 해서 큰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성적이라는 직접적인 성과 아래 모든 과오가 묻힌다. 구단의 운영목적은 ‘구단주의 사랑’이다. 어떻게든 성적만 내면 된다. 구단과 선수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성적’ 외에는 없다. 적당히 눈감아 주고 사과하면, 성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KBO리그는 주인이 없다. 리그 이미지를 훼손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증명할 주체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매번 미봉책이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기대할 가치도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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