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동력? 세속화 그림자?···한국 ‘모태신앙’의 두 얼굴
한국 기독교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개념
부흥 공헌했지만 ‘신앙 본질 상실’ 비판

모태솔로니 모태미녀니 하는 현재 유행어의 출발점은 종교적 용어인 ‘모태신앙’과 닿아 있다. 물론 종교적 의미가 이어진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라는 의미가 강조되어 현대적으로 만들어진 용어다. 그렇다면 ‘모태신앙’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보편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을까.
신학자 김윤정(칸세이가구인대학 연구원)이 월간 <기독교사상> 2월호에 기고한 ‘한국 기독교의 정신적 문화가 된 모태신앙’에 따르면 ‘모태신앙’이라는 명칭이 거의 통일적으로 사용되며 교회안에 정착된 것은 1980년대이다. 이전에도 ‘모태로부터 신자’ ‘모태에서 교회를 다니며’ 등 모태 신앙을 의미하는 다양한 단어와 표현이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모태신앙이라는 개념과 용어는 지극히 한국적 전통문화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교회사전에 의하면 모태신앙의 정의는 2가지다. 하나는 출생 이후 신앙교육을 통해 공유하는 가족 종교, 또 하나는 태 안에서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신앙이다. 전자는 외국의 기독교에서도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일반적인 개념이고 후자는 한국 기독교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개념이다.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되어 있는 모태신앙의 개념은 후자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적 모태신앙 개념이 형성되는데 큰 영향을 미친 4가지 요인을 제시하며 첫번째로 태교라는 문화적 요인을 꼽았다. 태교는 본래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배경으로 왕권을 정당화하고 안정적 출산을 통해 국가의 노동인구를 유지하려는 경제적 목적에서 형성됐다. 가부장제 가족·사회구조 속에서 강력히 권장된 한국의 대표적인 출산문화로 꼽힌다. 어머니의 행동과 생각, 마음가짐이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는 태교 문화는 선교 과정에서 기독교와 접목되었고, 임신 중 모친의 기도생활이나 경건한 신앙적 태도를 중요시하는 기독교적 태교로 발전했다.
두번째는 한국에 파송되었던 여성 선교사들의 빅토리아니즘 가정관에서 찾았다. 빅토리아니즘적 여성관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가정을 토대로 자녀들의 종교와 교육을 책임지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관점은 조선의 어머니들에게 복음과 동일한 가치로 전달되었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회복과 의식 변화에 기여했다.
세번째 요인은 당시의 사회적 풍조다. 한국전쟁이 남긴 폐허와 빈곤 속에서 자녀 교육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재건하고자 했던 흐름 속에서 당시 사회는 여성들에게 교육적인 모친상을 요구했다. 마지막은 교회의 양적 성장 시기에 전도하는 어머니상을 강조했던 한국교회의 성장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태신앙 개념은 한국교회의 부흥에 크게 공헌했지만 동시에 신앙의 본질을 상실하고 세속적 경향을 띤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입시다. 매년 입시철이 되면 수험생을 위한 특별기도회가 열리고 많은 어머니들이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정작 위로가 필요한 대다수 불합격생들을 위한 치유가 없는 것은 교회를 입시에 이용하는 세속적 신앙의 전형적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모태신앙은 사회와 교회의 이익을 위해 생겨난 이데올로기화나 세속화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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