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통화’ 공식 깨지나…흔들리는 달러·엔, 글로벌 자금 어디로 [1일1트]

정목희 2026. 2. 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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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정책 혼선에 달러 신뢰↓
엔화 롤러코스터…개입설까지 등장
스위스프랑, 11년 만 최고치
스위스프랑[123RF]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지난 1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안전자산 통화로 꼽히던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가 흔들리자, 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위스프랑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지정학적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통화’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재조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 ‘셀 아메리카’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과 달러 [로이터]

그간 달러는 위기 국면에서 가장 먼저 찾는 피난처였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관세 정책이 잇따라 발표됐다가 철회되는 등 정책 혼선이 이어지면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이 형성됐다. 미국 자산과 함께 기축통화 달러도 매도 압력을 받았다.

스위스 사설은행 율리우스베어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이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미국을 “지속 불가능한 부채 경로”로 몰아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압박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도 흔들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발언한 직후 하루 만에 1.3%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첫 관세 발표 이후 최대 낙폭이며, 거의 4년 만의 최저치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한 해 동안 9.37% 하락했고, 올해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 정책 변수에 롤러코스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엔화 역시 안전통화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초 달러당 156엔 수준이던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시사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2·3분기에는 150엔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부각되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국채 장기금리는 상승했다.

다카이치 취임 이후 올해 1월 23일까지 엔화는 5.9% 하락했다. 이후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달러/엔 환율에 대한 ‘레이트 체크(시장 점검)’를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엔화는 152엔 수준으로 급반등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프랑 부상…그러나 정작 스위스는 고민

반면 스위스프랑은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정치적 안정성, 낮은 부채, 다변화된 산업 구조를 갖춘 스위스는 전통적인 안전자산 국가다.

지난 한 해 동안 프랑은 달러 대비 약 13%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달러 대비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 대비로도 11년 만의 고점에 도달했다.

물론 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하자 프랑도 달러 대비 1.2%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하락한 날은 10거래일에 불과하다.

문제는 강한 통화가 스위스 경제에는 부담이라는 점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데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스위스에 프랑 강세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은 과거 외환시장에서 프랑을 매도하고 외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환율을 조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SNB의 시장 개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적극적 개입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자금은 금과 스위스프랑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안전자산의 지형 역시 계속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CNBC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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