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가다 찾고 싶은 곳, 다문화거리 ‘주말 장사’의 비법 [먹어서 세계 속으로]

김금아 2026. 2. 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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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야 살아남아” 생존 한국어 구사
사람들 양복만 입는 줄 알았던 나라
첫 직장은 산 넘어 공장, 버스도 멀찍이
성실히 살다보니 식당 2곳 연 사장님

한국사람만큼 한국말이 자연스러운 수케치 사장님. 생존 한국어 구사 능력자인 셈이다. /경인일보 일벌이기 클럽


“이쪽 상권은 주말 장사에요. 평일은 10프로도 안 돼요.”

주말 장사라는 말을 듣고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꾹 참았다. 한국사람만큼 한국말이 자연스러운, 자카르타 사장 수케치(Sugeci)씨가 한국에 온 2003년만 해도 인도네시아 사람은 드물었다. 의지할 곳 없이 한국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해서일까. 수케치(Sugeci)씨는 ‘생존 한국어’를 구사하게 된 셈이다. “강해야 살아남는 것 아니겠냐”며 웃음짓는 수제씨의 말에 공감이 됐다. 한국은 어떤 나라 사람이든 강하게 길러낸다. 참 신기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수케치(Sugeci)씨가 공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처음 온 곳은 화성의 한 공장이었다.

“한국이라고 하면 다 화려한 줄 알았죠. 서울의 빌딩 많은 곳처럼. 그런데 제가 다니던 공장은 작은 산을 하나 올라가야 나왔고, 버스 정류장도 20분 거리에 있고… 저는 한국 사람 다 양복만 입는 줄 알았어요.”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으신다.

인터뷰 내내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수케치 사장님. 등 뒤의 후광은 햇빛이 아닐지도. /경인일보 일벌이기 클럽


그 당시엔 보통 외국인 숙소가 컨테이너 박스였고 화장실도 먼 곳에 떨어져 있어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말에 괜히 미안해졌다. 한파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숨진 이주노동자도 떠올렸다. 낯선 땅, 불편하고 위험한 생활 속에서 꿋꿋이 버텨온 수케치(Sugeci)씨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이가 기특했는지, 당시 공장 사장이 같은 공장의 한국인 직원과 중매를 섰다. 그렇게 인연을 만나 결혼까지 이어지며 한국에 완전히 정착했다.

목 좋은 자리에 식당을 열게 된 것도 ‘전에 있던 사장님이 예쁘게 봐주셔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꾀 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일해온 덕일까. 자카르타 외에도 다문화거리 근처에 ‘로얄 레스토랑’이라는 식당이 하나 더 열었다. 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 음식의 입문이라면, 로얄은 조금 더 진한 로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심화편이다. 그러고보니, 수케치(Sugeci)씨는 다문화거리에서 작지 않은 손이다. 한국 사람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자영업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살펴보니, 수케치(Sugeci)씨에겐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고, 그것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수케치 사장님이 우리의 여정에 인사말을 남겨줬다. 메시지의 뜻은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에 또 만나요’. /경인일보 일벌이기 클럽


“손님들이 착해요. 음료수 하나라도 계산 덜 되어있으면 꼭 다시 와서 계산하고. 우산 빌려줬던 거 일부러 들러서 꼭 돌려주고 가고. 저는 이런 모습을 식당에서 진짜 많이 봐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어렵지 않은 마음으로 찾는 곳, 지나가다 한 번 더 들러도 좋은 곳. 마음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건 어디나 같은 듯하다.

공손하게 모은 두 손. /경인일보 일벌이기 클럽


인터뷰를 마치고 간식거리를 찾는 기자에게 수케치(Sugeci)씨가 조용히 봉지를 쥐어주었다.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지만 과자와 음료수를 기어코 들려서 내보냈다.

“이 음료수는 홍차인데, 밥 먹을 때 보통은 술을 먹잖아요. 우리는 홍차를 마시거든요. 한번 먹어봐요.” 인터뷰 내내 느낀 따뜻하고 편한 마음이 전해졌다. 이것이 미식 여행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음식도, 사람도, 처음마주했다. 그 첫인상을 기분좋은 미소로 기억해두고 싶다.

/김금아 기자 kga433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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