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에게 머리 숙여 사죄했던 日석학 무라오카 교수 별세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앞장서 왔던 무라오카 다카미쓰(村岡崇光‧88) 네덜란드 레이던대 명예교수가 별세했다.
13일 일본 그리스도 신문 등에 따르면 무라오카 교수는 지난 10일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무라오카 교수는 고대 히브리어·그리스어 등 고전 문헌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 외에도 시리아어·에티오피아어·아람어 등 10여 개 언어를 구사한다.
1938년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맨체스터대와 호주 멜버른대를 거쳐 네덜란드 레이던대에서 히브리어와 이스라엘 고대사 등을 가르쳤다.
무라오카 교수는 200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포로가 됐던 네덜란드인 교사의 일기를 번역·편집한 책 ‘넬(Nel)과 아이들에게 키스를’을 출간했는데 이 책에 기록된 비난 없는 서술에 깊은 충격을 받아 전쟁 책임과 화해에 대한 생각을 더욱 굳혔다고 한다.

무라오카 교수는 2003년 은퇴한 이후 거의 매년 일본 군국주의 전쟁 피해국을 찾아 생존 피해자를 만나고 현지 대학서 무료 강좌를 열어왔다. 그는 이 경험을 2014년 ‘나의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십자가의 길)’란 책으로 펴냈다.
무라오카 교수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수요 집회에 참석해 “일본군이 여러분에게 상처를 입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은 역사는 저도 일본 국민으로서 책임이 있다. 희생자의 상처를 악화시키는 현 정부의 모습에 일본 국민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고 심한 분노를 느낀다”는 내용의 사죄문을 발표하고 이용수·길원옥 할머니 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매년 7월 헤이그의 ‘이준 열사 기념관’에서 열리는 이준 열사 순국 추모식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 무라오카 교수는 “해외에서 일본에 대한 냉정한 기록과 평가를 접하고서 충격을 받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며 “일본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10조 주주환원에도... 개미들 왜 삼전 던지나
- 대출 미끼로 받은 계좌 정보…보이스피싱 범죄 수익 세탁한 일당
- 정부 차관들 불러모은 감사원장 “열심히 일한 공무원 처벌 않겠다… ‘적극 행정’ 해달라”
- 인천 e음 캐시백, 추석 전 재개… 인천시, ‘17조 241억’ 규모 추경안 편성
- 국힘 최고위, 張 추진 ‘당협위원장 당원 직선제’ 의결 보류
- AI ‘제3의 부모’ 됐다...美 부모들, AI에 육아 맡겨
- 김민석 “당대표 직속 TF 대통합추진단 설치…전방위 연대 시작”
- 與 박성준 “조작 기소 특검법 9월 처리해야”
- 이름이나 주민번호 바꿨다면, 금융 기관 1곳만 방문해도 일괄 갱신
-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 美 빌보드200 첫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