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심장’ 호남의 선택은…양보 없는 민주당, 해볼 만한 혁신당 [지선 리포트]
영광·순천·강진·진도…기초단체 곳곳 민주-혁신-진보-무소속 4파전 조짐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 무산되면서 6월 지방선거 구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양당은 범여권 승리를 위해 수도권과 일부 격전지를 중심으로 연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의 상황은 다르다. 다른 지역에서 선거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 무소속 후보까지 얽히는 다자 경쟁 구도와 내부 균열이 맞물린 치열한 혈투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는 '구도'다. 대결 구도가 1대1인지, 혹은 1대 다수인지에 따라 선거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다만 호남에서는 그 공식이 다르게 작동해 왔다. 공고한 지지층 덕에 민주당이 광역·기초단체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만큼 여야 간 본선 경쟁보다 민주당 내부 경선 구도가 당락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럴까. 혁신당은 지방정치의 판을 흔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호남은 그 가운데서도 혁신당이 가장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혁신당이 그동안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경쟁하고, 수도권과 영남에서는 연대한다'는 전략적 기조를 유지해 온 데다, 민주당 역시 전통적 텃밭을 선거 전략 차원에서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한 상황이다. 특히 합당 논의 과정에서 여권 내홍이 극단으로 치닫고 지지층 분열 조짐까지 나타난 만큼, 그동안 큰 동요가 없었던 호남 민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른 정당과 연대 없다"…호남에선 혈투 시작
호남 주도권을 둘러싼 양당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윤준병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합당 무산 이후 선거 연대 논의가 시작되자 "전북도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정당과도 연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전북도민들게 민주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평가받을 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영진 의원도 "호남은 첫째 아들, 둘째 아들 중에 누가 잘하는지 유권자들에게 판단을 맡기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혁신당 역시 호남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세종시장 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혁신당 의원은 "호남 정치 발전을 위해 호남지역에서는 양당이 경쟁 구도를 가져가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연대해야 한다"며 "호남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선 양당의 후보가 동시에 나오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혁신당 중앙당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민주당이 그간 독식을 해 온 데다 인물 경쟁력 측면에서도 혁신당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만큼 민주당이 이를 석권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여권에서 행정 통합이 기정사실화된 초대 전남광주특별시장 자리를 놓고 이미 쟁쟁한 민주당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광주에서는 강기정 현 광주시장과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으로 활약한 민형배 의원(재선), 초선의 정준호 의원, 당 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인 이병훈 전 의원이, 전남에서는 김영록 현 전남도지사, 행정 통합을 이끄는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3선), 이개호(4선)·주철현(재선) 의원이 도전에 나섰다. 현역 단체장의 재도전에 더해 기초단체장 경험을 갖춘 지역구 의원들까지 대거 가세하면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혁신당이 파고들 여지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시야를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넓히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독자 노선을 선언한 혁신당이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이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압승 구도가 유지될지, 혹은 혁신당이 의미 있는 돌풍을 일으킬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 경쟁 과정에서 이탈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와 다자 경쟁 구도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전남과 전북에서는 매 선거마다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공천 잡음 속에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전북 3곳, 전남 7곳을 무소속 후보가 차지한 바 있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소속·다자 구도·내부 공천도 변수
혁신당은 지난해 4월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도 혁신당 소속으로는 유일한 현직 기초단체장인 정철원 담양군수의 재선 도전이 호남 내 혁신당의 정치적 존재감을 가늠할 시험대로 받아들여진다. 여수에서는 명창환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혁신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과의 정면 경쟁 구도도 형성됐다.
민주당·혁신당·진보당·무소속 후보가 동시에 맞붙는 다자 대결 구도 역시 곳곳에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영광에서는 민주당 소속 현직인 장세일 군수에 맞서 진보당의 이석하, 혁신당의 정원식 후보 등이 출마를 준비하면서 지난 재선거에 이어 3개 정당 간 경쟁 구도가 다시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순천에서는 무소속 현직 노관규 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오하근 전 전남도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무소속 대 민주당 후보 간 맞대결 구도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징계와 제명 논란 역시 무소속 후보 강세라는 변수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진에서는 강진원 군수와 오병석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당 징계 문제로 공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진도에서는 '외국인 여성 수입' 발언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희수 군수의 무소속 재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상황이 이런 만큼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탄생하는 무소속 후보의 존재가 민주당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전장을 내미는 혁신당 상황도 녹록치만은 않다. 조 대표가 지난해 지방선거 '메기'를 자처하며 기초의원 선거구 1256곳을 모두 공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이번 선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전국적인 지지율 하락과 인재 영입 난항이라는 이중고가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혁신당이 선거 연대로 비호남 지역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를 민주당에 양보하는 대신 호남 지역에서 일부 기초단체장 자리 등을 '지분'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국민의힘의 경우 호남에서의 실질적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제로'에 가깝지만, 진보 진영의 다자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경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12일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장동혁 대표는 매달 1번 호남을 방문하는 '월간 호남' 행보를 이어가는 등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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