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동적 명상’인 이유

한겨레 2026. 2.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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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19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달리는 게 저한테도 도움이 될까요? 요즘 사람들이 하도 달리기가 좋다고 해서요.”

진료 중에 승민씨가 질문을 건넸다.

“달리기로 어떤 도움을 받기 기대하세요?”

“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지 않을까요?”

“도움이 된다고 하면, 달리기 시작하시려고요?”

“어 그런데, 제가 체중도 많이 나가고 무릎이 좋지 않아서 실은 잘 모르겠어요.”

쉼 없이 움직이며 고도의 집중

달리기는 마음의 긴장과 집중상태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운동이다. 숨이 가쁜 상태에서 양팔과 다리를 멈춤 없이 움직이며 도약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골프, 웨이트 트레이닝, 배드민턴 등 다른 운동은 동작과 동작 사이에 찰나라도 휴식이 들어가고 멈춤이 있지만, 달리기는 그렇지 않다. 달리는 동안 신체 동작이 멈춤 없이 반복·유지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집중된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 달리기가 ‘동적 명상(Dynamic Meditation)’이 되는 원리이다.

현대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를 불안하게 느끼곤 한다. 많은 사람이 매 순간 시각적 청각적 자극에 노출되고, 비교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일들에 머릿속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고요한 상태를 어색하게 느끼고,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주시하는 좌선 명상을 할 때 오히려 잡념이 더 많아진다. 그렇다면 달리기를 명상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달리기는 몸을 움직이는 것인데, 특히 마음의 집중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는 동작이다. 달리기를 지속하며 내면에 집중된 상태가 유지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머리 속이 가벼워진다.

쉽고 편하고 싶은 마음 다스리기

나는 작년 겨울 마라톤 훈련을 하던 중, 발뒤꿈치에 통증이 생겨 신발을 신을 수가 없어서 달리기를 한동안 멈추어야 했다. 쉬면서 몸은 편안했지만, 기도와 명상의 방편이었던 달리기를 멈추며 후유증이 컸다. 통증이 없어지고 나서 다시 달릴 수 있었지만,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데 많은 고충이 따랐다. 어렵사리 달리기를 이어가던 중 발을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발의 이상 감각이 지속되었고, 원인을 찾는데 시행착오가 따랐다. 원인은 찾았지만, 다시 회복되거나 나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그대로 순응하며 다시 달리기를 지속하였다. 그러던 중 이번 겨울에도 다시 발에 통증이 생겨 또 멈추게 되었다.

달리기는 신발 신고 뛰고 싶은 만큼 달리면 되는 비교적 쉬운 운동이다. 그런데, 달리기를 지속하는 게 간단하지는 않다. 지속해서 몸을 도약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몸 전체 무게가 고관절 무릎 발목 등 관절에 실린다. 그래서 부상을 최소화하고 몸을 잘 쓰면서 달리려면, 근육과 관절을 잘 풀어주어야 하고,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하는 보강 운동과 스트레칭도 병행해야 한다. 하루 1시간 달린다고 하면, 앞뒤로 준비하고 마무리하고 몸 풀고 정돈하는 시간, 보강 운동, 근육 마사지까지 최소 2시간 이상 할애된다. 달리기 한 가지를 지속하기 위해서 부수적으로 준비하고 전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따른다. 무엇보다 이 모든 관리를 전체적으로 지속하려면 마음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이 필수이다. 쉽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몸을 관리하며 생활 속 습관들을 조절해야 한다.

삶의 모든 영역이 결국은 마음에 달려

“요즘 주변에서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을 버니까 그동안 가만히 있던 게 바보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 와서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도 같고 괜히 더 잃기만 할 거 같아서 무서워요. 지금까지도 신경 쓰기 싫고, 잘못되지 않을까 무서워서 따로 투자 못했거든요. 앞으로는 AI로 인력이 대체된다는데, 불안하고 막막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너무 어렵네요.”

영미씨는 증권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면서도, 주식 투자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는 매수와 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보유한 자산의 여유 안에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수익 실현 가능성이 큰 종목을 골라서 낮은 단가에 매수했다가 높은 단가에 매도하면 된다. 간단한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국내 및 세계적인 산업의 흐름, 사회 경제 정치적인 면이 시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일 어려운 것이 매수, 매도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매수, 매도를 위한 클릭 한번을 하려면 국내 및 세계적인 정황 속 여러 변수에 투자한 종목 주식의 단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반응하는 나의 마음을 관리하고 경영해야 한다. 매 순간 기대와 두려움을 느끼는 마음을 관찰하고 마주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마음 관리가 되지 않으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상승장에서 기대와 욕심이 앞서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하락장에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손실을 경험한다. 주식 투자에서 매수, 매도를 결정하는 데는 심리가 작용하며 결국 마음에 모든 것이 달렸다.

하나를 잘하려면 전체를 관리해야

달리기로 신체를 단련하고 몸을 관리하는 것도 마음에 달려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숨차고 힘들까?’ 멈추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고, 그냥 쉬고 편히 있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 달리기는 동적 명상이 되고,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좋은 수단이다. 몰라서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좋은 한 가지를 지속하려면, 하루 중 시간을 떼어내고 몸을 관리하고 때때로 발생하는 부상을 다스리고 이겨내고 삶 전체에서 관리와 경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 마음에 대한 이해이다.

마음을 이해하고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대, 두려움, 감정이 일어나는 내면의 느낌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일상을 잠시 멈추고 호흡하며 자신의 마음을 주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 안에 일어나는 느낌을 들여 보며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이 느낌은 무엇이지?’ ‘무엇 때문에 느끼는 것이지?’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기, 주식 투자, 결혼 생활, 친구 관계, 삶의 모든 영역은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 생각에 의문을 던지고 확인하고 이해하고 다스리는 일이다.

※이 글의 상담 사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은?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는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뉴욕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2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7분30초다. 현재 삼성서초사옥 마음건강클리닉에서 사내 임직원을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 육상연맹 이사를 맡고 있다.

마음이 속상하고 힘들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답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데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는 마라톤을 하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성찰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내면을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새벽마다 달리며 지친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있다.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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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연재 바로 가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22
김세희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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