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말고 노세요…은퇴 뒤 ‘돈 없이’ 노는 법

한겨레 2026. 2.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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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
#놀이, 세 번째: ‘쉼’보다 ‘놂’을 앞에 두려면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아래 그림은 50대 이상 연령층의 주말 여가 활동을 나타낸 것이다. 파란색이 50대, 빨간색이 60대 이상이다. 양쪽 모두 동영상/콘텐츠를 시청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비중은 높지만, 취미나 자기 계발, 스포츠 활동 등에 투여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로 TV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소일한다는 뜻이다.

시니어 대부분 휴대폰 보며 쉬지만

60살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자. 동영상/콘텐츠 시청/휴식은 늘고 있고, 취미/자기 계발/관광/스포츠/문화 활동은 줄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노화에 따른 체력 저하 때문일 수도, 전반부의 습관과 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 탓일 수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뒤로 갈수록 ‘놂’보다 ‘쉼’을 선호하는 시니어가 많아짐을 알려준다.

삶의 우선순위에서 ‘놂’을 ‘쉼’ 앞에 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놀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정년과 은퇴는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에 앉아서 쉬라는 명령이 아니다. 후반부 전체를 ‘쉼’으로 채울 순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는, 기쁨과 즐거움을 동반하면서도 삶의 의미를 더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게 놀이다.

놀이에도 등급과 격이 있다

좋은 삶(good life)을 이어가려면 좋은 놀이(good play)가 필요하다. 놀이에도 등급과 격(格)이 있다. 좋은 놀이란 무엇인가. 후반부를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에 해답이 있다. 건강에 이롭고, 관계의 밀도를 높여주며, 돈이 개입되지 않는 놀이가 ‘좋은’ 놀이다. 반대로 건강에 해롭고, 상대가 없으며,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힌 놀이가 ‘나쁜’ 놀이다.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 머리만 쓰는 게 아니라 몸을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은 놀이다. 골방에 틀어박혀 주식 현황판을 종일 들여다보는 것이 나쁜 놀이다. 돈과 멀어질수록 좋은 놀이에 가까워진다. 돈이 개입되면 놀이가 노동으로 둔갑한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놀이지만, 수익 창출을 위해 대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은 노동이다.

자기만의 놀이 가진 사람이 더 행복

놀이는 즐거움, 관계, 치유의 함수다. 더불어 함께 유쾌한 시간을 보내면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스트레스 해소에 놀이만 한 게 없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악기를 두드린다고 생각해 보라. 체력이 허락된다면 공놀이를 추천한다. 사람들이 공놀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경쟁(agon)과 우연성(alea)이 변주되어 재미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공(球)을 가지고 놀았다.

식물이나 동물도 놀이의 상대가 될 수 있다. 작물을 심고 거두는 행위는 성취감과 심리적 안정을 준다. 몸이 아픈 환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면 건강이 회복된다는 보고서가 여럿 제출되어 있다. 자연은 훌륭한 놀이터다. 인간과 섞이는 게 불편하면 자연을 탐험하면 된다. 이끼와 풀, 꽃과 나무를 관찰하며 숲을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충전된다.

청춘의 놀이가 격렬하게 타오르는 횃불이라면, 중장년의 놀이는 은은한 장작불과 같다. 나이와 신체 조건, 삶의 여건에 맞는 놀이를 찾아 온전히 즐기면 된다. 놀이의 관점으로 후반부에 접어든 시니어 100명을 살펴보았는데, 자기만의 놀이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활력이 넘치고, 심신이 건강하며,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놀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돈 없이도 잘 놀 수 있다

노는 데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수긍이 가는 말이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고 본다.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많다. 돈은 놀이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돈이 있어도 놀 줄 모르는 사람은 놀이와 담을 쌓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놀아본 사람이 논다’라는 격언은 참이다.

적합한 놀이를 찾기 어렵다면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한국인의 하루 휴대전화 사용 시간은 평균 5시간이라고 한다. 국민 4명 중 1명이 스마트폰 이용 조절이 어려운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24.1.19/한겨레신문). 디지털 단식을 하면 텃밭 가꾸기, 산책, 등산, 독서 등 새로운 아날로그 놀이를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흙을 만지고, 반려자와 공원을 산책하고, 친한 벗들과 산을 오르고,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을 읽고,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넣는 것보다 멋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좋은 놀이는 심신의 찌꺼기를 태워 회복력을 키우고, 공감 능력을 함양해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이 되도록 돕는다. 놀이는 힘이 세다.

덧) 재미있는 일은 오래 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이 경험이 축적되면 남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오랜 시간 특정한 주제에 몰입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다음 회차는 ‘놀이의 진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진수의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는?

문진수 작가는 학원 강사, 대기업 간부, 보험 판매원, 중소기업 임원, 사회적기업 대표, 비영리 재단 활동가, 공공기관 상임이사 등 다양한 섹터를 넘나들며 살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은퇴의 정석’ ‘은퇴 절벽’을 출간했고, 정년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생애 설계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돈이 선하게 쓰이는 세상을 탐구하는 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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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라, 나이가 들수록 진심으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33336.html?h=s

▶쉬지 말고 노세요…은퇴 뒤 ‘돈 없이’ 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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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부, 잘 놀기만 해도 성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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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입이, 어른은 귀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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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수 | 작가·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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