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ATM 노릇 진절머리 난다" 세계 3위 석유 매장지 앨버타 주, 분리 독립 열병

송경재 2026. 2. 1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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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캐나다 앨버타 주 분리 독립 지지자가 5일(현지시간) 하이리버의 분리 독립 청원 서명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의 분리 독립 바람이 거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석유 매장 규모 세계 3위인 앨버타 주는 자신들이 석유로 번 돈을 캐나다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박탈감 속에 분리 독립 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시적으로 독립 운동을 지지하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이 운동에 찬사를 보내는 등 미국의 입김까지 더해져 분리 독립 운동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잔류파가 득세하고 있고, 독립한다고 해도 여러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가 당초 전망과 달리 국민 투표로 가결된 것처럼 앨버타 독립 주민투표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캐나다 ATM 노릇 그만하겠다

앨버타는 캐나다 전체 인구 비중이 12%에 불과하지만 막대한 석유 자원에 힘입어 연방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사실상 캐나다의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평균 200억~280억캐나다달러(약 21조~29조원)를 연방 정부에 ‘순기여’하고 있다. 연방정부에서 지방교부금 같은 혜택을 보는 대신 앨버타 주민들이 더 많은 기여를 캐나다 전체 국민들에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앨버타 주민 1인당 연간 약 5000~6000캐나다달러(약 530만~636만원)를 다른 주의 복지를 위해 지출하는 셈이다.

지난 수십년간 연방 기여금 누적 금액은 6000억캐나다달러(약 636조원)를 웃돈다.

그러나 앨버타는 적은 인구 탓에 투표로 자신들의 뜻을 제대로 표출하기 어렵다. 캐나다 정치는 인구 밀집 지역은 동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이때문에 앨버타는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연방정부는 앨버타의 석유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탄소세를 물리고, 송유관 건설은 규제하고 있다.

앨버타는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의 15~17%, 연방정부 예산의 10~15%를 담당하지만 혜택은 없어 사실상 수탈 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앨버타는 서스캐처원, 매니토바,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동부에 불만이 많은 서부 4개 주들 안에서 이런 분리 독립 움직임, 이른바 ‘웩시트(WEXTI)’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앨버타만큼 열성적인 곳은 없다.

지지율 낮지만 안심 못 해

앨버타의 웩시트 주민 투표는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주민투표를 위한 청원 기준이 낮아진 덕이다.

여론은 그러나 분리 독립파에 불리하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보수파 주 총리 대니얼 스미스는 연내 주민 투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여론 조사에서는 독립 지지율이 30% 안팎에 그친다
그렇지만 캐나다 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우선 브렉시트 효과가 그 배경이다.

영국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까지 가결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결과는 뒤집혔다. 감정적인 호소가 먹히면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트럼프 변수도 있다.

백악관은 아직 공식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독립을 부추기거나 경제적 협력을 약속하면 독립 지지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가짜 뉴스’가 앨버타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갈등을 심화시켜 통제 불능으로 치달으면 여론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1995년 퀘벡 주 분리 투표에서는 불과 1%p 차이로 분리주의자들이 패배하기도 했다.

독립 이후 가시밭길

만에 하나 앨버타가 분리 독립 투표를 가결시킨다고 해도 이후 걸어야 할 길은 가시밭길이다.

우선 내륙국이라는 한계가 있다.

석유를 수출하려면 캐나다와 미국 영토를 지나야 한다. 막대한 통행료, 외교적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앨버타 토지 상당 부분이 원주민과 연방 정부 간 조약에 묶여 있다는 한계도 있다. 원주민들은 잔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앨버타 영토는 누더기처럼 찢어질 수 있다.

이밖에 독자 국가가 되기 위한 화폐 발행, 군대 창설, 외교망 구축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독립 초기 경제가 마비될 우려도 높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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