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박근혜·윤석열…국힘 당사에 사진 걸라고?

심우삼 기자 2026. 2. 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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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유튜버 고성국씨 주장에 논란 일어
전두환(왼쪽)씨, 박근혜(가운데)·윤석열(오른쪽) 전 대통령. 한겨레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국민의힘 당사에 내걸린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씨가 전두환·노태우씨,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나머지 보수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까지 당사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당 지도부는 “논의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당의 정체성·정통성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논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15일 기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국회 본청 회의실 등에 사진이 걸린 전직 대통령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 등 3명이다.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제안으로 걸린 사진이 인물 구성에 변화 없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홍 전 시장은 “건국 아버지인 이승만 대통령, 조국 근대화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민주화의 아버지인 김영삼 대통령, 그 세 분의 사진을 저희 당사에 걸 생각”이라며 “이 나라를 건국하고, 5천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민주화까지 이룬 세 분 대통령에 대해서 그 업적을 이어받겠다. 물론 반대파 주장도 있겠지만 그 세 분 업적을 이어받은 당이 우리 당이므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가운데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의 뿌리는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민주정의당이다. 이보다 앞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주공화당과는 보수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져 별개의 정당으로 본다. 당사에 사진이 걸린 3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2명은 외부 인사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정작 자당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전두환·노태우씨와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진은 걸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 견줘 집권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 등에 모두 건 것과 대비를 이룬다.

국민의힘이 5명의 전직 대통령 사진을 걸지 않은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일부 언론에 ‘대통령 사후에만 사진을 거는 게 정치권 관행’이라는 취지로 둘러댄 적은 있지만, 전두환·노태우씨 사망 뒤에도 관련 논의는 없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적 반감이 압도적으로 큰 전직 대통령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두환·노태우씨는 12·12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정권을 찬탈한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내란범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미국 소송비와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의 중형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이후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의 혐의로 2021년 징역 22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확정됐다.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당했고, 오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내란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들 전직 대통령은 모두 당에서 탈당(전두환·노태우·이명박·윤석열)하거나, 제명(박근혜)당했다. 사실상 파문당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썬 고씨의 주장에 큰 호응이 없는 분위기다. 고씨가 지난달 29일 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자유우파의 당당한 역사를 재연하고, 잃어버린 자유우파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라며 역대 보수 정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을 모두 당사에 걸자고 주장하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을 민심에서 이반시키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고씨에게 ‘탈당 권유’ 징계 처분을 내렸다. 장동혁 대표도 “전두환 대통령 존영과 관련해 우리 당 입장을 밝혔다.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며 “존영 사진을 걸어야 하는 필요성, 적절성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고씨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보수 정치의 역사를 선택적으로 재단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들의 과오를 축소·왜곡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2017년 홍 전 시장이 3명의 전직 대통령 사진만 당사에 걸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하태경 당시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를 “역사에 대한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고 어떻게 김영삼·박정희 전 대통령을 논하나”라며 “잘났든 못났든 다 보수의 대통령이요, 보수의 역사적 유산이다. 잘난 대통령 사진만 걸고 못난 대통령은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도 “학살의 아버지 전두환·노태우, 부정부패의 아버지 이명박, 헌정 파괴의 어머니 박근혜 사진도 함께 걸라”며 “부인 못 할 당신들의 역사다. 역사 왜곡 마시라”고 꼬집은 바 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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