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좀 잡아먹는다고 유해조수라니…1급 위기종 수달의 서글픔

멸종위기 보호종인 수달이 도심 하천 등 일상 공간에서 포착됐다는 보도나 인터넷 게시 글이 부쩍 늘어나며 때아닌 ‘수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낚시인들을 중심으로 붕어를 가로채는 수달을 ‘유해 조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달이 여전히 위협적인 환경에 놓여있어 분명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라고 짚었다. 다만 정부는 수달을 멸종위기 1급에서 2급 동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낚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낚시하러 갔다가 수달을 발견했다는 여러 게시글과 함께 불평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수달이 나온 곳은 (물고기) 잔챙이밖에 남아 있지 않다”, “토종 붕어 씨를 말린다”, “내 망태기를 찢어놨다”는 등 수달의 존재로 피해를 보았다는 글들은 물론 “유해종으로 지정해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된다. 이에 수달 편에 선 누리꾼들은 “붕어 좀 잡아먹는다고 유해조수가 말이 되나”, “낚시인 눈에만 잘 보이는 것”이라며 맞서는 모양새다.
수달은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법적 보호를 받는다. 수달이 도심 공간에서까지 발견됐다는 보도들이 최근 부쩍 늘었지만, 실제 수달의 개체 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은 없다. 이는 수달뿐 아니라 다른 멸종위기 동물도 마찬가지다. 개체 수 파악을 위한 정밀 조사에 많은 예산이 드는 탓이다.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개체 수 파악을 위한 정밀 조사에) 종 하나당 십억 단위의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 멸종위기 지정 종만 282종”이라며 “최근 폭설로 인해 집단 폐사한 산양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확한 개체 수 변화는 알 수 없지만, 정부도 수달을 멸종위기 1급 동물에서 2급 동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립생태원 쪽은 “수달의 경우 로드킬 감소, 분포 면적 등의 증가를 이유로 개체 수가 늘었다고 판단해 2027년에 열릴 포유류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멸종위기종 등급을 2급으로 낮추는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생생물법은 자연적·인위적 요인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같은 이유로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2급으로 지정해 국가가 관리하게끔 규정한다. 잡거나 훼손하면 처벌받고 서식지를 관리하는 등 관리 대상인 점에 큰 차이는 없지만 1급의 경우 한층 더 위기에 내몰린 동물로 여겨져 복원 사업이나 모니터링 등에서 우선순위에 놓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식실태조사보고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멸종위기종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5년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다시 정한다. 법령은 개체 수 변화를 근거로 포함 하도록 하지만 실제론 활동 반경을 토대로 한 추정치 등 간접 자료나 전문가 의견 등 정성적 요소들을 참고한다.
하지만 수달이 여전히 위협적 환경에 놓여 있어 보호종 등급 하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성용 수달연구센터장은 “수달의 주 서식지인 하천 개발로 콘크리트 지형이 늘어나며, 수달이 사람 눈에 잘 띄는 강의 하류, 도로 쪽으로 나와 더 자주 눈에 띈 면도 있다”며 “수달의 친근한 이미지 탓에 발견 때마다 언론에 노출돼 개체 수가 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업용 그물과 콘크리트 환경 등 수달 서식에 위협적인 요소는 오히려 늘어난 추세”라고 했다.
애초 국가가 멸종위기 동물 관리에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포획 시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등 법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는 지위인데도, 가장 기초가 되는 개체 수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관리”라며 “종 등급 하향·해제 시 근거가 되는 정성적 평가 요소도 자세히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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