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통장에 넣어줄게” 명절 거짓말…자녀 세뱃돈, 맘대로 썼다간 ‘횡령죄’ [법잇슈]
“엄마가 통장에 넣어줄게” 설 명절, 세뱃돈 뭉치를 건네받은 아이의 기쁨을 단숨에 앗아가는 가장 달콤하고도 흔한 ‘거짓말’이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내 세뱃돈 다 어디 갔냐”는 질문에 “너 키우는 데 수억원 들었다”는 부모님의 당당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세뱃돈을 일종의 ‘품앗이 회수금’ 혹은 ‘양육비 보충권’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내가 친척 조카들에게 준 돈이 있으니, 내 자식이 받은 돈도 결국 내 돈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법치주의는 이런 ‘가족적 정서’에 단호한 사망 선고를 내린다.
법적으로 세뱃돈은 증여자가 오직 자녀에게만 무상으로 넘겨준 ‘특유재산’이다. 부모는 이를 대신 보관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는 ‘신탁자’일 뿐, 결코 소유권자가 아니다. 대법원 판례와 법조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만약 부모가 자녀의 돈을 교육비나 생활비라는 명목이 아닌, 개인적인 채무 변제나 사치품 구매, 심지어 주식 투자 등에 썼다면 이는 형법 제355조가 규정한 ‘업무상 횡령죄’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최근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대학생 A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버지는 자녀 명의로 모인 세뱃돈과 학업 장려금 등 수억원을 임의로 인출해 자신의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다. 아버지는 법정에서 “결국 자식을 위해 돈을 벌려 했던 것”이라 항변했지만, 법원은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의 명백한 재산을 사적 용도로 처분한 행위는 위법하다”며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6년의 법정은 더 이상 “가족끼리 좋게 좋게”라는 식의 초법적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다.
■ 1만원권의 사망과 ‘세포자’…2026년 설 풍속도
2026년 설 명절,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돈의 무게’다. 대형마트에서 사과 한 알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서는 유례없는 고물가 시대를 맞이하며, 세뱃돈의 가치 역시 급변했다. 이제 아이들 사이에서도 초록색 1만원권은 “세뱃돈이 아니라 간식비 수준”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세뱃돈의 ‘심리적 하한선’이 5만원을 넘어 10만원으로 치솟으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30 세대와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아예 귀성을 포기하거나 친척 방문을 생략하는 ‘세포자(세뱃돈 포기자)’ 대열이 급증하고 있다. 차라리 “일이 바빠 못 간다”는 핑계로 명절 세금(?)을 피하겠다는 실속형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세뱃돈 갈등이 결국 부모의 ‘소유욕’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부속물로 여길 때 ‘횡령’이라는 법적 파국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자녀의 뒷주머니를 채우던 ‘눈먼 돈’의 시대는 끝났다. 2026년의 세뱃돈은 더 이상 부모의 비상금이 아니다. 자녀가 자신의 권리를 법의 이름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지금,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가 아닌 ‘존중’에 기반한 경제적 파트너십이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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