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마인크래프트로 모여”…게임 플랫폼이 테러 조직원 양성소 된 이유
틱톡·X서 관심 끈 뒤 디스코드·텔레그램으로 유인하기도
전문가들 “고립감과 소속감 결핍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
급진주의 세력과 테러 조직이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을 이용해 청소년들을 급진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과 유럽 정보 당국은 온라인 환경 확장 국면에서 청소년을 보호할 새로운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1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테러 사건에 연루되는 비율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테러위원회 집행국(CTED)은 유럽과 북미에서 진행 중인 테러 수사 가운데 아동·청소년의 비율이 42%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21년 이후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대테러센터(ICCT) 미공개 자료에서도 유럽 전체 대테러 업무 중 20~30%가 12~13세 미성년자와 관련된 사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스 르나르 ICCT 소장은 이를 두고 “전례 없는 수준의 충격적인 수치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통상 미성년자 테러 사건은 공개 정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유입 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에는 관련 범죄의 주요 경로로 온라인 공간이 지목되고 있는데, 근 몇 년 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건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영국에서는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는 15세 소녀 리아넌 러드가 테러 혐의로 체포됐는데, 그는 백인 우월주의자 크리스 쿡에 의해 온라인으로 세뇌당하며 급진적 사상을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드는 나치즘을 미화하는 미디어 자료를 대량으로 내려받는가 하면, 유대교 회당 폭파에 대한 글을 게시하며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이어가다 2022년 자살한 바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도 같은 해 네오나치(신나치주의)에 빠진 13세 소년이 국제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소년은 국제 네오나치 조직인 포이어크리그 디비전의 ‘사령관’으로 활동했으며, 주로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반유대주의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조직원들 또한 대부분의 활동을 인터넷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게임 공간은 청소년들이 범죄에 유입될 수 있는 유력한 경로로 지목된다. 사용자가 직접 가상 세계를 설계·구축하는 게임 내에서 테러 공격이나 총기 난사를 재현한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5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를 모의하는 공간이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에 만들어졌다는 보고가 이뤄진 바 있다.
온라인 극단주의 운동을 연구하는 진 슬레이터 연구원은 “테러 조직들은 직접 게임 공간을 만들고, 이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해 아이들을 유인한다”며 “많은 부모는 규제 기관이 이미 이런 문제를 통제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급진 단체들은 틱톡, X(구 트위터) 등 대중적 온라인 플랫폼에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끈 뒤,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디스코드나 텔레그램으로 이들을 유도하는 이른바 ‘퍼널(funnel·깔때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타깃은 10대 소년과 청년 남성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이념적 신념뿐만 아니라 고립감과 소속감 결핍이 있다고 본다. 일부 청소년은 백인우월주의와 지하디즘(이슬람 극단주의) 등 상반된 이념 사이를 오가는 만큼, 정치적 신념 외 또 다른 요소가 주효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르나르 ICCT 소장은 “스마트폰을 쥐고 자란 첫 디지털 세대라는 특성과 비교적 허용적인 부모를 둔 가족 문화가 결합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편,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는 인공지능(AI) 탐지 시스템과 전담 모니터링을 통해 극단주의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국의 연구자 단체 글로벌 극단주의·기술 네트워크(GNET)는 “게임의 사설 서버와 맵 제작 기능 등이 선전용 공간을 만드는 데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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