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길 기원하게 돼"… 코스피 5500 축제 속 곱버스 투자자들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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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2026년 2월 12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돌파하며 5522포인트라는 역사적 고점에 안착했다. 대다수 투자자가 축제를 즐기고 있지만, 여의도 증권가 한편에서는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수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곱버스(인버스 2X)'에 전 재산을 건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가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면서다.

'곱버스'란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Inverse) 상품에 변동폭을 2배(2X)로 키운 고위험 상품이다. 인버스는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일반 주식과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코스피가 1% 떨어지면 곱버스는 2% 오르고, 반대로 코스피가 1% 오르면 곱버스는 2% 떨어진다. '곱버스'는 '곱하기'와 '인버스(Inverse·역방향)'의 합성어로, 지수 하락 시 2배의 수익을 노리는 고위험 상품이다.
쉽게 말해 '시장이 무너질 것'에 2배로 베팅하는 금융상품인 셈이다. 예를 들어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가 10% 상승하면 -20% 하락하고, 코스피가 10% 하락하면 +20% 상승하는 식이다.
문제는 코스피가 무너지기는커녕 3000선에서 5500선까지 83%나 폭등했다는 점이다. 이 질주 속에 'KODEX 200선물인버스2X' 등 주요 곱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90%에 육박했다. 투자금 10억 원 중 9억 원이 증발하는 이른바 '깡통 계좌'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강흥보 메이크잇 대표의 하락 전망 리딩을 맹신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생이 끝났다"는 절규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전쟁 나길 기원하게 돼"… 파산 직전 투자자들의 절규
피해 규모는 심각하다. 강 대표 강의를 듣는 고객은 수천 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강흥보 대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약 2000명 넘는 참여자가 있고, 텔레그램 소통방 1번방에는 약 5000명 참여자가 있다. 수백억 원대 자산이 이 리딩을 따라 움직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흥보 대표 채팅방 닉네임은 '월드클래스 트레이더'다.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피해 호소가 쏟아진다. "전 재산 10억 원 중 8억 원을 잃었다"는 A 씨의 글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투자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에 사악한 마음까지 든다. 내일 전쟁이라도 나길 기원하게 된다"며 극도의 절망감을 토로했다.
참여자들이 우먼센스에 전한 메시지는 더욱 참담하다. 강흥보 대표 말에 따라 인버스에 투자했다는 B 씨는 "1200원대부터 무조건 들어가도 된다는 말에 빚까지 냈는데 결과는 파산 직전이다"라면서 "난 늦게까지 버틴 편이다. 나보다 더 빨리 깡통 찬 사람 많다. 채팅방에는 이혼한다는 사람, 죽고 싶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또 다른 인버스 투자자는 "강흥보 대표 조언 때문에 2025년 추석 전부터 지금까지 인생이 나락 갔다. 제발 다시는 이런 피해가 안 생기게 해달라"며 호소했다. 가정 파탄과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글들이 커뮤니티를 뒤덮었지만, 텔레그램 방은 주기적으로 메시지가 전부 삭제됐다.
강흥보 대표 리딩의 3가지 치명적 실수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강 대표 리딩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과도한 확신의 반복이다. 코스피 3000선 시절부터 "무조건 하락한다"며 지수 하락을 기정사실화했다.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확신을 철회하지 않았다.

둘째, 손절 대신 물타기를 권유했다. 하락 구간마다 "더 담아라", "이 가격에서 매수하면 반드시 회복한다"는 식의 조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 투자자는 "1200원대부터 100% 들어가도 된다는 말을 믿고 빚투까지 했다"고 전했다.
셋째, 곱버스에 비중을 너무 많이 담았다. 인버스는 본래 단기 헤지 수단이지만, 리딩방에서는 이를 '메인 포지션'으로 권장했다. 리딩을 들은 투자자들은 곱버스를 분산 투자나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일부 보유가 아닌 투자금 상당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곱버스 상품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함정'이다.
들고 있을수록 녹는다…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함정
단순히 예측이 빗나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곱버스 같은 레버리지 상품은 코스피 지수가 5500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3000선으로 돌아오더라도 원금 회복이 불가능한 구조다.
여의도 투자업계 관계자는 "롤오버 비용과 음의 복리 효과 때문에 장기 보유할수록 손실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수 방향성을 맞히는 것과는 별개로, 시장이 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원금이 서서히 증발하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음의 복리 효과'다. 곱버스는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지수가 10% 올랐다 다음 날 다시 원위치로 돌아올 경우, 하락 시의 타격(-20%)을 상승 시의 수익(+18.18%)이 메우지 못한다. 100만 원이 80만 원으로 줄었다가 94만 원으로 회복되는 식이다. 지수는 제자리인데 투자자는 6만 원을 잃는다. 시장이 방향성 없이 흔들릴수록 자산은 실시간으로 증발한다.
여기에 매일 발생하는 비용이 손실을 가속화한다. 선물 계약을 만기마다 갈아타는 '롤오버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일반 ETF보다 높은 운용보수(0.6% 이상)가 매일 차감된다.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매일 통행료를 내는 셈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틀린 예측'과 '시간의 배신'이라는 이중 타격을 맞았다. 시장은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고, 버티는 동안 상품 구조 자체가 자산을 갉아먹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 대응 도구일 뿐, 장기 보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지수가 언젠가 하락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설령 나중에 방향성을 맞추더라도 원금 회복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랠리가 무너뜨린 하락론… '여의도 닥터 둠'들의 몰락
강 대표의 예측이 빗나간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의 기록적인 랠리가 있었다. 여의도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의 폭발적 성장이 과거 '박스피' 프레임과 기술적 지표들을 무력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차트 분석이 업황 변화와 유동성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읽어내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오판은 강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 하락을 고집했던 이른바 '여의도 닥터 둠'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칠천'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진 강영현 전 유진투자증권 이사다.
강 전 이사는 2021년 말, 나스닥 지수가 1만 5,000선일 때 적정 가치를 7,000선으로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2022년 나스닥이 1만 1,000선까지 고꾸라지자 그의 명성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반복된 리세션(경기 침체) 경고는 모두 빗나갔다. 그는 2022년 11월에도 "2023년 3월까지 역실적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 단언했으나, 보란 듯이 나스닥은 그 시점부터 대세 상승을 시작해 2만 선을 돌파했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강 전 이사는 지수 상승과 함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팬덤과 명성도 급속도로 사그라졌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 역시 전성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몰락한 '닥터 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자기책임 원칙의 그늘
최근 곱버스(인버스 2X)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으나, 리딩방 운영자의 예측 실패를 형사상 사기로 단정하기 어려워 법적 구제나 피해 보상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의 최종 결정은 본인이 내린다는 '자기 책임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다, 결과론적으로 리딩이 적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흥보 대표 리딩방을 통해 손실도 봤지만 복구도 했다는 투자자 C 씨는 <우먼센스>에 "리딩은 참고일 뿐 본인의 판단과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피해 사례만 부각될 경우 자칫 마녀사냥 식의 편향된 취재가 될 우려가 있다"며, "나 또한 곱버스로 큰 손실을 봤지만 스스로의 대응으로 복구에 성공한 만큼, 투자의 결과는 결국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라면 지수가 횡보만 해도 원금이 녹아내리는 소모성 상품인 인버스 2X의 구조적 위험을 경고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장기 보유를 권유해 투자자들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방치했다는 점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강영현 전 이사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오늘날 투자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교훈이 되고 있다.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다. 유동성을 조이는 시장에서 투자하겠다고 나서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시장 방향에 역행하지 마라."
결국 이번 사태는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는 고집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전문가의 확신이 투자자의 눈을 어떻게 가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리딩방 추종에서 벗어나 상품의 본질을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만이 냉혹한 시장에서 자신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우먼센스>는 강흥보 대표와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관련한 입장 등을 물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우먼센스>는 주식 리딩방 피해, 금융사기, 각종 금융범죄 및 민생범죄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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