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전설도, SF 에이스도, 모두 '이정후 앓이'라니… 중견수보다 더 중요한 우익수? 비중 줄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할 당시 팀의 약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 단 한 경기도 뛰어보지 않은 이정후에게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평가였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타선이 약했고, 특히 좌타자들의 타율과 출루율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중견수들이 공·수 모두에서 리그 최약체였다. 이정후는 3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고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좌타자고, 여기에 리그 평균 이상의 중견수 수비수라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확신이었다. 그런 평가가 있지 않았다면 이정후에 총액 1억 달러 이상을 안겨주는 일은 불가능했다.
다만 2년간 이정후는 이 평가를 완벽하게 증명하지는 못했다. 분명 좋은 콘택트 능력을 선보였지만 타율 3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 중견수 수비도 문제가 있었다. 2024년에는 수비를 하다 담장에 어깨를 부딪치는 중상으로 37경기만 뛴 채 시즌 아웃됐다. 2025년에도 수비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여기에 이정후 옆에 서는 좌익수 헬리엇 라모스의 수비력도 최악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오프시즌 과제가 외야 수비 보강이 된 이유였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골드글러브 중견수인 해리슨 베이더와 2년 2050만 달러에 계약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베이더는 타격에서는 다소간 약점을 가지고 있으나 수비력 하나는 검증된 선수다. 리그에서 가장 역동적인 수비를 하는 중견수로 평가된다. 수비 하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이정후는 우익수로 이동한다. 구단은 이정후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기 위해 사장·단장·감독이 모두 출동하는 등 공을 들였다.

팀에서 손에 꼽히는 고액 연봉자의 포지션을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선수의 반발을 사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망가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흔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수뇌부도 이를 걱정했다. 수뇌부가 총출동해 이정후를 만난 이유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팀이 강해지기 위한 결정이라면 자신을 희생하겠다며 흔쾌히 우익수 전환을 수락했다. 구단 수뇌부가 한시름을 놓은 배경이다.
폭풍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후는 진짜 팀 플레이어”라며 찬사가 쏟아진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설적인 프랜차이즈 출신인 버스터 포지 구단 야구부문 사장은 “그는 포지션 이동을 정말 프로답게 받아들였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팀을 위한 선수이고, 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서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미 그 자리에서 훈련도 시작했다. 과거에도 그 포지션에서 뛴 경험이 있다. 이정후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라고 재차 칭찬했다.
잭 미나시안 단장은 “정말 훌륭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끼리의 일이지만, 오히려 내 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이었다”고 오히려 고마워하면서 “이정후는 완전한 팀 플레이어이자, 프로다. 팬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얼마나 유대감을 느끼는지도 잘 알고 존중한다. 내게 남긴 메시지는 짧고 분명했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감동을 받은 사연을 소개했다.
토니 바이텔로 감독 또한 “우익수로 나가 훈련하겠다는 그의 개방적인 태도와 의지가 핵심이었다”고 칭찬했고, 팀 에이스인 로건 웹은 “이정후의 지금 컨디션이 좋아 보이고, 포지션 이동에도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순조로운 전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자신의 수비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갔다. (해리슨) 베이더가 오면 외야가 훨씬 좋아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우익수로 옮기는 결정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내가 중견수에서 더 잘했다면 구단이 계속 그 자리에 뒀을 것이다. 하지만 팀을 더 좋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나는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해왔다”고 강조했다.
모든 문제는 순조롭게 풀렸고, 이제 이정후가 우익수로 자리를 잡는 일이 남았다. 중견수를 봤던 경험이 있고, 구단 관계자들은 여러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이정후가 우익수 자리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믿는다. 중견수보다는 수비 부담이 덜하고, 이정후의 송구 속도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상위 9%였을 정도로 뛰어나다. 우익수는 1루 주자가 단타에 3루까지 가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우익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우측 펜스 구조가 굉장히 독특하다. 높이가 24피트(약 7.3m)에 이른다. 그래서 우측 담장을 넘기기 어렵고, 그래서 좌타자에게 까다로운 구장이다. 여기에 각이 이리저리 다르고, 벽돌·철망 아치 등으로 담장이 구성되어 있어 펜스 플레이도 예측이 쉽지 않다. 이정후는 이에 적응해야 한다. 이정후 또한 “오라클 파크 우익수 쪽은 정말 역동적이고 복잡하다”고 인정하면서 최대한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텔로 감독 또한 이정후의 우익수 포지션 변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하지만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구장은 독특하니까 말이다”면서 “그가 진짜 중견수 출신이라는 점은 외야 전체 수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은 샌프란시스코의 우익수 수비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프시즌 막판 루이스 아라에스와 1년 계약을 했다. 아라에스는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콘택트 히터다. 헛스윙도, 삼진도 별로 없는 극단적인 콘택트 히터다. 공격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비는 약하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아라에스를 2루수로 쓸 계획이다. 1·2루간이 너무 넓어진다.
이에 우익수의 판단과 강한 어깨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아라에스를 영입한 것은 이정후의 우익수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중견수만큼이나 더 중요해진 우익수 자리에서 이정후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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