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치맥 회동' 숨은 주인공은? 기도하며 소맥 탄 MZ 사원
세 총수 앞에서 "We call it 소맥" 당찬 소개
회동한 치킨집 바빠지자 퇴근 후 치킨집 출근
1년 빨리 주임 승진…"오래오래 영업 하고파"

"세 분(젠슨 황·이재용·정의선)이 첫 잔으로 경쟁사 맥주를 마셔서 너무 아쉬웠는데, 둘째 잔부터 옆 테이블 '소맥타워'를 이용해 소맥(소주+맥주)을 얻어 드시는 것을 보고 정말 기뻤죠."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만난 하이트진로 2년 차 영업사원 강혜지(28)씨는 세 달 전 '치맥(치킨+맥주) 회동'의 순간을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 매장에서 치킨과 소맥을 즐겼던 지난해 10월 30일,매장 한구석에는 '제발 우리 술 드시라' 기도하며 세 총수의 테이블을 곁눈질하던 신입사원 혜지씨도 있었다.
주류 회사 영업사원은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취급하는 자사 주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일하는데, 해당 깐부치킨은 서울 강남·서초 등을 맡는 특판동부지점 소속 혜지씨 '담당 구역'이었다.

그의 간절한 바람은 통했다. 세 총수는 어느새 회오리처럼 술을 섞는 '소맥타워'로 일명 테슬라(테라+참이슬)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돌연 소맥타워 전원이 뚝 꺼졌고, 혜지씨의 순발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잽싸게 본인 앞에 있던 다른 소맥타워를 들고 세 총수의 테이블로 뚜벅뚜벅 향했다. "진짜 '이때다'하고 후다닥 뛰어나갔어요. 떨리고 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 소맥 드시고 싶다는데 가야지" 싶었죠."
"젠슨 황 CEO가 'What is 소맥(소맥이 뭐냐)'이라고 되물으셨는데, 제가 답을 못 하자 이재용 회장님이 대신 설명해 주셨죠. 너무 없어 보이나 싶어서(웃음)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상권에 외국인 고객들도 많아서 필요하기도 하고요."
2024년 9월 입사 후 지난해 1월 막 정규직이 된 신입사원임에도 '쫄지 않고' 이벤트를 성공시킨 혜지씨는 회사 안팎에서 화제를 모았고, 사내 포상과 함께 통상적인 경우보다 1년 빠르게 올해 주임으로 승진했다.
젠슨 황 "소맥!" 감탄사 뒤 숨은 노력

젠슨 황이 그날 저녁 "Beer with soju is much better. 1,000 times better(소맥이 맥주보다 1,000배 맛있다)"라는 감탄사를 터뜨리기까지 혜지씨의 하루는 분주했다. 오전에는 회동 장소를 찾느라 바빴고, 찾은 후에는 친분이 있던 삼성점 사장님의 배려로 매장에 하이트진로 포스터를 붙이고 주류 재고를 확인하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기자, 일반인, 3사 관계자 등으로 북적이는 그곳에서 혜지씨는 오후 4시부터 일찌감치 회사 동료들과 자리를 잡고 치맥을 주문했다.
"그날은 저도 한 명의 팬이자 손님으로 있었어요. 그래도 모든 주류 영업사원이 그렇듯 술 마시는 테이블에 눈이 가고, 우리 제품을 마시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세 총수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테라랑 참이슬 드셔보세요. 숙취해소제랑 게임기 드려요'라며 홍보했죠." 불현듯 황 CEO의 눈에 들어온 옆 테이블의 소맥타워 역시 혜지씨의 '영업 결과'였던 셈이다.

치맥 회동 후 깐부치킨 삼성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자 혜지씨는 11월 한 달간 회식 등 일정이 없는 날이면 자발적으로 '퇴근 후 치킨집 출근'을 하며 일손을 도왔다고 한다. "예전부터 제가 대면 판촉을 하러 가면 깐부치킨 사장님이 음료수를 건네며 격려해 주셔서 감사했는데, 이번 일로 너무 큰 도움을 받아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설거지나 서빙을 했어요. 가끔 저를 알아보시는 손님도 있었고요. 깐부치킨이, 저희 상권이 잘 돼야 우리 술도 많이 팔리니까 힘들어도 좋습니다."
하이트진로 대학생 서포터즈부터 대면 판촉·상권 관리 아르바이트생, 협력업체 상품기획자(MD)까지. 스물한 살에 회사와 인연이 시작됐다는 혜지씨는 여성 영업사원이 드문 주류업계에서 특유의 서글서글함과 당찬 성격으로 '강남을 초록(참이슬·테라 초록병)으로' 물들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영업사원이라면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많이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죠. 영업이 꽤 성취감이 있는 일이라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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