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전부 관세 때문입니까?”…미국인, 이제 7000만원 밑으론 차 못 산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유권자 신차 구매 부담 두고 공방
美 신차 평균 판매 가격 61% 상승
규제·관세 리스크 등 작용에 더해
큰 차량 선호·팬데믹 등 요인 복합적
‘한국 시장 가격 인상 가능성’ 관측도
![한 소비자가 대형 픽업트럭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4/mk/20260214174803800yeqb.jpg)
미국 내 신차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평가 기관 켈리 블루북에 따르면 신차 평균 가격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5만달러(약 7328만원)를 돌파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5만326달러(약 7375만원)까지 올랐습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 업체 에드먼즈 분석 결과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은 지난 2010년 이후 최근까지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신차 평균 가격 급등의 원인을 두고 미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의 주장처럼 규제나 관세 등 특정 요인만으로는 가격 오름 현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법도 ‘규제 완화’ 또는 ‘관세 조정’ 같은 단일 처방으로는 끝내기 어려운 만큼 시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뒤 종합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미국 시장 내 자동차 가격 상승 추세는 규제와 관세 부과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갈수록 높아지는 미국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도’입니다. 미국인들이 대형 픽업트럭 등 큰 차량을 선호하는 움직임은 이제 단순 취향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넓은 땅덩어리를 보유해 장거리 운전이 필수적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를 중시하는 미국에서 대형 차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이 같은 소비자 수요를 감지한 자동차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의 크기를 점점 더 키우고 과거에는 탑재되지 않았던 각종 첨단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면 사륜구동이 필수적’이라며 첨단 성능을 넘어 승차감과 안전성을 함께 강조했습니다.
안전성이 높아지고 기능이 추가될수록 차량의 가격도 올랐습니다. 블룸버그는 대형 차량으로 유명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의 신차 평균가는 현재 5만4380달러(약 7970만원)로 업계 평균보다 13%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포드 판매점에 전시된 차량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4/mk/20260214174805198ijbb.jpg)
팬데믹이 글로벌 공급망을 옥죄면서 철강·알루미늄 등과 같은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면서 기업들은 생산 물량을 줄이는 대신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 수익률을 방어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대부분 자동차 기업들은 수요를 떠받치기 위해 최근 다시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센티브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자동차 기업들이 아직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과 씨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눈에 띄는 가격 인상 대신 관세 충격을 내부에서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관세 영향을 받는 특정 모델만 가격이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라인업 전반에 걸쳐 소폭의 가격 인상을 분산시키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의 등장도 신차 평균가 5만 달러 돌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양한 첨단 장비가 탑재되는 전기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다른 차종 평균가보다 한대 당 8000달러(약 1171만원) 가량 더 높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 시 7500달러를 공제해주는 연방 세액공제 혜택 만료 전에 전기차를 대거 사면서 미국 내 전기차 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신차 판매의 10.6%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p 늘어난 수치입니다.
신차 평균가 급등 현상에서는 한국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서도 소비자 수요가 기존 세단에서 대형 SUV와 레저용 차량(RV)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 정부도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 등에 따라 보조금 차등을 강화하는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계속 손질하고 있는 만큼 보조금이 종료되기 전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몰렸다가 다시 빠지는 등 수요가 출렁이면 미국에서 나타났던 시장 변동성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통상 리스크 역시 한국 신차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대외 리스크가 증가하면 원가, 공급망, 투자 판단이 흔들리고 그 비용은 결국 옵션이나 차량 가격 등에 스며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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