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브랜드, 이미지가 살린다 [Book]
신혼 공감 일으킨 스위첸 광고
이미지·영상 익숙해진 사람들
강력한 한컷 있어야 제품 기억
![파타고니아가 5년 전 올린 유튜브 다큐멘터리 영상 ‘Lessons from Jeju’의 한 장면. 임신 7개월차인 세계적인 다이버가 제주 해녀를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파타고니아 유튜브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4/mk/20260214154502829jzkh.png)
해녀복을 착용하고 차가운 물속에 입수하는 여성은 세계적 프리다이버 키미 워너였다. 그는 출산을 앞두고 ‘다이버’로서의 자신과 곧 ‘엄마’가 될 여성으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고민 중이었다. 그가 제주를 찾은 이유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가족을 부양한 여성들’이 바로 제주 해녀였기 때문이었다.
일주일만 몸조리하고 다시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렇게 바다에 들어가 전복과 멍게를 따면 다른 엄마가 내 아이를 대신 봐주곤 했던, 신산하고 팍팍한 삶의 증인들이 제주 해녀였고, 그래서 키미와 해녀의 만남은 큰 호응을 얻었다. 심지어 이 다큐멘터리의 공개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기에 내용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이 다큐멘터리는 한 편의 ‘예술’에 가까웠다.
신간 ‘원컷’은 이 영상에 대해 “파타고니아 다큐멘터리는 단지 브랜드 광고가 아니라 여성, 자연, 세대를 잇는 장대한 서사”라고 정의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산다. 그 가치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서두에 놓인 질문은 이렇다. ‘왜 어떤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잊히고, 어떤 브랜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이게 될까.’ 저자에 따르면 지금은 누구나 사진을 찍는 ‘호모 포토그래피(Homo Photography)’의 시대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즉각 소유한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이미지는 시대의 언어가 됐고, 긴 텍스트보다 매 순간 스치는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한 세상이다. 이 때문에 한 장의 이미지, 강력한 비주얼 브랜딩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성공한 브랜드는 내러티브에 성공한 이미지들이 다수다.

의류업체 ‘걸프렌드컬렉티브’의 광고엔 다양한 몸매의 여성들이 이미지의 중심에 선다. 걸프렌드컬렉티브에서 판매되는 속옷 사이즈도 여럿이지만, 특이한 점은 XXS부터 6XL까지 다양한 인물의 다른 체형을 ‘한 컷’에 담아낸다는 점이다. 실제 여성들의 다양한 몸매에 함께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 광고는 뉴욕타임스, 보그의 찬사를 받았다. 책은 쓴다. “완벽한 몸매를 위한 옷이 아니라 당신 그대로의 몸에 잘 맞는 옷은 브랜드 서사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선 KCC건설 스위첸 광고가 대대적인 관심을 얻은 적이 있었다. ‘문명의 충돌’이란 광고 영상으로 현재 유튜브에선 1·2회 2개 영상의 광고 조회수가 각각 3700만회로 도합 7400만회를 넘는다. 아파트 브랜드 광고지만 이 영상에는 신축 아파트의 구조나 디자인에 관한 설명은 하나도 없다. 아파트 안에서 생활하는 신혼부부가 부딪치고 싸우고 마음 졸이고 결국 위로하는 ‘공간’만이 그려진다. ‘건물’이 없고 ‘집’이 있다. 신혼부부을 경험했던 모든 남녀의 극공감을 불러일으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꾼 성공 사례였다.
박호영 명장에 관한 이야기도 책에서 눈길을 끈다. 박 명장은 70년째 도장을 파는 장인으로, 그의 작업실엔 손때 묻은 작업틀과 도구들이 정리돼 있다. 저자는 박 명장이 이룩한 ‘1㎜의 예술’을 담아내는 사진 작업을 진행했는데, 작은 도장에 한자를 하나하나 새겨넣는 정교함도 매력적이었지만 10년, 20년도 아닌 70년의 시간이 이미지를 완성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구에 세월에 쌓였고 세월이 곧 레거시가 됐다. 브랜드 레거시는 계획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이제 브랜드도 여러 ‘말’보다 강력한 ‘이미지’로 말하는 시대라고 책은 정의한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해 AI 이미지 생성 기술이 보편화돼도 실제 경험과 시간이 만든 진정성은 더 희소가치를 지닌다는 것. 저자는 세상을 설득하기 위한 이미지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또 그 과정에서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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