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외면한 그 청년의 장례식, 유일한 조문객은

장례 현장에서 일하며 배운 점을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매번 죽음의 단상들을 마주하며 유독 크게 느끼는 점이 있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은 참 느닷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토록 실감 나지 않은 죽음을 절절하게 만나는 것이 장례지도사이기도 하다.
노환 또는 지병으로 인하여 예고된 죽음을 맞는 고인 분들도 많지만, 몸서리가 날 만큼 갑작스러운 죽음도 많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다 보니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도 만나게 된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룬 형태가 아닌 동성끼리의 만남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솔직히 혼란스럽기도 하다. 유가족 분들은 나를 믿고 집안의 큰일인 장례를 진행 중이신데,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유일한 애도자를 남기고
정처 없이 책 사이를 찾아 해매기도 하고,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해본다. 하지만 어차피 정해진 답은 없다. 유가족은 이미 이별의 슬픔에 휩싸여 경황이 없으시고,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의 사례가 아닌 내 눈앞에 있는 가족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장례지도사가 듣는 장례식으로
미래의 장례문화는 ‘말하는 장례가 아닌 듣는 장례’로의 변화라 한다. 지금의 장례문화는 어찌 보면 기존 방식대로 또는 남이 행하는 모습에 따라 진행되지만, 차츰 기존 방식을 탈피하여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더 나아가서는 고인이 생전에 미리 원했던 방식대로 연출하는 장례로 진화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빠른 시일 내에 변화가 가속될 순 없지만, 적어도 장례 문화가 나아갈 방향만 확실하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신입 시절에 한 선배는 ‘장례는 인간이 인간에게 지키는 마지막 예의다.’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그 예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예법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기리는 마음을 통해 신이 모든 인간을 사랑 하듯 모든 고인도 예외가 없이 아름답고 평안하셨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겐 허락되지 않는 제단 위 영정사진
죽음 앞에 모든 인간들은 공평하다. 사회적 지위나 재산은 아무 빛을 발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희망을 나누는 것이 남길 수 있는 유산이다. 고인이 정형화된 가정 안에서 사랑을 나누지 않았더라도, 그는 자신의 방식 안에서 최선을 다 한 것이다. 고인이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장의사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맡은 바 고인을 정성껏 모셔드리는 것이 전부다. 인생을 살아내며 고단했을 몸을 씻겨드리고 아름답게 단장해드린다. 그리고 고인의 가족들 지인 분들과의 마지막 인사 자리를 만들어 드린다. 죽음은 언제나 익숙해질 수 없고, 슬프지 않은 이별이 없다. 그저 장례식에서 만큼은 근심 걱정 내려놓고 평안하시기만을 소망할 뿐이다.
부디 그 청년이 세상의 결박에서 풀려났기를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디모데전서 6:7)
유가족들을 대하며 때론 나 자신이 장례지도사가 아닌 나의 미소와 손길 자체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객의 요구사항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바람과 아픔을 이해하며 그들과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참된 소리가 들린다. 감동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 황망한 죽음 앞에서 장례를 지도하는 사람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따사로이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별돌보미 양수진의 애도와 애정 사이는
‘이 별에서의 이별’ 저자 양수진은 장례지도사이지만 이별의 의식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인과 유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이별도우미로 일했던 지난 15년 동안, 그녀는 엄마가 되었고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도 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가끔은 숨을 돌리며 삶에 대한 애정과 애도 사이에서 서성였던 이야기들을 낮은 목소리로 소개합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애도와 애정 사이(https://www.hani.co.kr/arti/SERIES/3306?h=s)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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