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km를 걷고 또 걷다 만난 길 위의 건축가들 [여책저책]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한 공간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그 공간이 특별한 곳이라면 다른 길을 걷다가도 오래 머물 텐데요.

여책저책은 공간을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공간을 이해하고 사유하는 여행을 책과 함께 따라갑니다.
신만석 | 미다스북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는 도면을 내려놓고 배낭을 멘 채 바스크 지방의 엉다이와 이룬에서 출발해 산세바스티안, 빌바오, 게르니카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피스테라까지 이어지는 북부 카미노 828km를 걸었다.
그 길 위에서 도시와 건축, 사람과 시간이 겹쳐 쌓인 장소의 의미를 건축가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산세바스티안의 라 콘차 해변에서는 자연의 곡선과 도시 구조, 공학적 설계가 조화를 이루는 ‘머무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읽어낸다.

빌바오에서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도시 재생의 상징을 살핀다. 저자는 “도시의 회복은 설계가 아니라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문장으로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한다. 게르니카에서는 오히려 ‘부재의 건축’에 주목한다.
낮은 벤치와 비워둔 광장이 과장된 기념비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긴다고 말한다. ‘게르니카의 나무’와 의회의 축을 통해 건물보다 상징이 중심이 되는 도시 위계를 읽어낸다.
책은 전문서와 여행기 사이의 균형을 지향한다. ‘건축가의 시선’ 코너에서는 구겐하임의 외피 구조, 산세바스티안 구시가지의 밀도와 보행 리듬, 니마이어 건축의 곡선 미학 등을 분석한다.

여정은 북부 카미노를 넘어 마드리드, 톨레도, 발렌시아, 바르셀로나로 확장한다. 톨레도 대성당에서 시간의 층위를 읽고, 발렌시아 과학예술도시에서 물과 빛이 만든 미래 건축을 살핀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의 곡선을 통해 “미완의 대성당이 주는 건축적 교훈”을 되짚는다.

부록에는 순례길 체크리스트, 루트 요약, 알베르게 정보, 건축 명소 가이드, 한국과 스페인 도시·건축 비교 연표, 유용한 스페인어 표현까지 수록했다. 읽고 나면 곧바로 길을 떠날 수 있는 실무형 안내서의 성격도 갖췄다.
책은 건축을 재료나 형식이 아닌 태도로 바라보게 한다. 건축은 인간이 쌓은 벽이 아니라 시간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라는 깨달음 그리고 좋은 건축은 누구의 발걸음도 환대하는 방식으로 완성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도시의 미학은 사람이 머무는 시간에서 탄생한다.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걷는 순간 또 하나의 건축가가 된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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