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워킹은 북한식인가 미국 헐리우드식인가[청계천 옆 사진관]
●늘어나는 김정은의 레드카펫 행사
실내 말고 하늘이 보이는 실외에 레드카펫이 깔리면 뭔가 특별한 행사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제가 열릴 때 볼 수 있고, 청와대에 외국 정상들이 오면 환영 행사를 위해 레드카펫이 깔립니다. 그러면 우리 대통령과 외국 손님이 그 길을 따라 잠깐 걷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 중국은 천안문 망루 뒤에 레드카펫을 깔고 그 위를 각국 정상들이 걷도록 했습니다.

북한에도 야외 레드카펫 행사가 많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야외에 레드카펫이 깔리는 행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던 ‘빈도’입니다. 김정은이 레드카펫 위를 걷는 장면은 단순한 의전 사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북한의 이미지 정치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아마 전 세계 모든 권력자들이 꿈꾸겠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차마 하지 못하는 이벤트를 북한은 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욕망이 어떻게 의전행사를 쇼로 만드는지 김정은의 사진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레드카펫은 정치적 메시지
레드카펫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낯선 소품이 아닙니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권력의 장치였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외국 정상을 환영하거나 공산당 행사를 치를 때 레드카펫을 의전 또는 정치적 메시지 전달의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과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당시 레드카펫을 받지 못해 ‘의전 홀대’ 논란이 일었던 일도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도 레드카펫은 권력의 위엄을 강조하는 장면으로 등장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레드카펫 위를 최고 지도자가 걷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레드카펫은 존재했습니다. 열병식이나 외국 사절을 맞이하는 국가 행사에서 카펫은 자연스럽게 깔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 사진에서 레드카펫은 어디까지나 배경이었습니다. 화면의 중심은 외국에서 온 손님이거나 국가적으로 아주 특별히 대우해야 할 사람입니다.
김정은 시대의 레드카펫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차이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쓰임에 있습니다.
● 레드카펫 위를 걷는 김정은

2025년 이후 점점 규모가 커진 김정은 행사에서 이제 레드카펫은 거의 기본 장치처럼 자리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김정은 시대 레드카펫의 특수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외국 정상이 함께 있는 장면도 아니고, 김정은이 손님으로 환영받는 형식입니다. 그를 위해 레드카펫이 깔리고 그 가운데를 걷는 모습을 여러 대의 카메라가 집중적으로 담습니다.
● 헐리우드 스타처럼 캣워크하는 김주애
붉은 카펫, 중앙의 인물, 양옆의 시선, 집중된 촬영. 이 장면은 미국 헐리우드나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권력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이 북한에 살지 않는 우리의 눈에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북한은 집단을 강조하는 사회였습니다. 지금도 북한의 신문과 방송에는 집단의 이미지가 반복됩니다. 다만 김정은 시대 집단의 역할은 변하고 있습니다. 점점 개인을 부각시키는 배경으로 기능합니다. 영화 시사회장의 팬들이나 골프장의 갤러리처럼 주인공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레드카펫이 김주애의 등장 장면에서도 함께 사용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중국 열병식 참석을 위해 갔을 때 열차에서 내리면서 중국에서 마련한 레드카펫에 섰덨 경험 이외에, 김주애가 북한 레드카펫 위에서 ‘캣워크’를 경험한 것이 이미 10여회 남짓 됩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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