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치는 60대 부부 “2시간 넘게 땀 흠뻑 흘리면 날아갈 듯 가벼워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평일 오후 서울 강동구 코리아탁구체육관. 이동명(68) 씨는 아내 김석순(66) 씨와 탁구를 쳤다. 포핸드와 백핸드를 자유자재로 주고받았다. 10분도 안 돼 이마에 땀이 맺혔다. 게임은 하지 않고 2시간 넘게 랠리를 했다. 탁구를 마치자 마치 사우나에서 나온 것처럼 땀이 흠뻑 젖었다. 두 부부는 최근 한 달 넘게 매일 이렇게 탁구하고 있다. 이 씨는 “30년 전에 아내와 함께 탁구를 시작했지만 서로 바빠 간간이 치다가 이제야 시간이 돼 매일 치고 있다”고 했다. 탁구는 부부의 평생 스포츠라고 했다.

그즈음 김 씨도 탁구에 입문했다. 김 씨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주로 저녁때와 주말에 쳤다. 그러다 이 씨가 12시간 근무하고 교대하는 직장을 지방에 잡는 바람에 부부의 탁구는 사실상 중단됐다. 2024년 이 씨가 은퇴하면서부터 부부의 탁구 치기는 다시 시작됐고, 지난해 말로 김 씨까지 은퇴하면서 매일 탁구로 정을 쌓고 있다.
이 씨는 최근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을 획득해 다시 일을 하게 됐다. 그는 “은퇴한 뒤 다시 탁구 레슨하며 살고 있는데 옛 직장 동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실명을 했다며 자기를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 친구를 돕기도 해야 하고 일도 찾아야 했기에 시작했다. 지금은 그 친구의 생활을 도우며 탁구도 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수급자에게 신체활동 및 가사활동, 이동보조 등을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이 씨는 그 시각 장애인을 아침 점심 저녁에 맞춰 돕고 오후 짬을 내 아내와 탁구 치고 있다.
김 씨는 “처음 시작할 땐 ‘탁구가 운동이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10분만 쳐도 땀이 흘러 놀랐다. 2~3시간 치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는데, 그 맛에 탁구 치고 있다. 땀 흠뻑 흘리고 샤워하고 나면 너무 상쾌하다”고 했다. 김 씨는 주로 남편하고 탁구 친다. 남들과 게임도 안 한다. 그는 “솔직히 게임을 해보지 않아 힘들다. 사람마다 공의 구질이 달라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부부는 원래 살이 없는 체질이라 체중 변화는 없다. 하지만 지인들은 몸이 탄탄해졌다고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 탁구 덕분에 지방은 빠지고 근육은 선명해져 더 날씬해졌다는 평가다.

이 씨는 젊을 때 권투에 빠지기도 했다. 프로 테스트를 받고 데뷔하려 했지만, 형들이 만류하는 바람에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다 어릴 적 취미인 탁구를 다시 만난 것이다. 그는 아마추어 탁구계에선 잘 나가는 고수다. 지역에선 1~2부, 전국에선 5부로 출전하고 있다. 지역은 물론 전국 대회 우승도 많이 했다.

“아내가 수줍음이 많아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를 못합니다. 저랑 치다가도 제가 다른 사람들하고 치면 집으로 가 버리죠. 솔직히 그동안은 저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게임을 했는데 이젠 아내랑 같이하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다른 사람들하고도 적극적으로 어울릴 겁니다. 그렇게 아내의 게임 감각을 살려 대회에 출전할 생각입니다.”
부부는 2월 7일 열린 2026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서울시 탁구 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이 씨는 1위로 대표로 선발됐고, 김 씨는 탈락했다. 4년 연속 서울시 대표로 발탁된 이 씨는 4월 경남 일대에서 열리는 대축전에 출전한다. 김 씨는 “이제부터 게임 감각을 터득해 내년에는 꼭 남편과 함께 출전하겠다”고 했다.
부부는 매일 새벽 함께 유연성 운동을 하며 몸을 깨운다. 이 씨는 “탁구 하나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져 자주 풀어주고 있다. 그래야 탁구도 잘 친다”고 했다. 팔다리 몸통 스트레칭체조를 시작으로 폼롤러를 이용해 굳어진 근육까지 푼다. 그럼,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부부는 말했다. “사느라고 바빠 서로를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이젠 평생 탁구 함께 치며 건강하게 살 생각입니다. 인생 뭐 있나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스포츠심리학 박사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스포츠심리학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운동이나 스포츠를 지속해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즐길 때 함께 해주는 동반자가 중요한데 그 동반자가 남편이나 아내면 더 오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부가 한 종목을 함께 즐기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부가 함께 즐길 때 운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건강 증진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긴다. 아직 연구 논문을 보지는 못했지만, 부부가 함께 스포츠를 즐기면 건강이 따라오니 건강수명도 늘어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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