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에 파인다이닝이라니”…집에서 먹는 스타 셰프들의 ‘밀키트’ [스테크]

화려한 테크닉과 먹음직스러운 요리의 향연은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화면 너머 맛깔스러운 음식을 보며 군침을 삼키던 시청자들은 직접 발품을 팔기에 나섰다.
방송에 나온 셰프들의 식당은 예약 어플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이른바 ‘예약 전쟁’이 일상이다. 이러한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급 예약난 속에서 새로운 대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바로 유명 셰프들의 음식을 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기회, ‘밀키트’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명확하다. 한 끼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파인다이닝은 부담스럽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1~2만원대)에 검증된 셰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밀키트는 그야말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여기에 식품 제조 기술의 발달로 대량 생산 제품이 셰프의 레시피와 상당히 근접한 맛을 구현할 수 있게 된 점도 시장 경쟁력을 높인 핵심 요인이다.

그의 식당 ‘목란’은 예약 전화 연결조차 어렵기로 유명하지만,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짜장면, 짬뽕 밀키트는 온라인으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다. 출시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제품들은 현재까지 한 쇼핑몰에서만 누적 판매량 700만 개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지난 2023년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짜짱, 짬뽕 밀키트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1위로, 짜장은 전체 시장의 88%, 짬뽕은 7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연복 셰프의 깐깐한 레시피 감수가 배경에 있다. 당시 그는 “짜장이 얼마 아닌 것 같은데도 개발 기간만 1년이 걸렸다”며 “가성비하고 맛을 꼭 지켜줘야한다”고 자신만의 철학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식당의 적자가 억대였으나 밀키트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면서 “방송 출연과 목란 운영 매출을 더한 것보다 밀키트 매출이 훨씬 많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최현석 셰프는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와 협업한 밀키트로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프레시지 측은 1분기에만 100만개의 제품을 판매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파스타, 뇨끼, 스테이크 등 자신의 레스토랑 ‘쵸이닷’의 양식 메뉴부터 퓨전 중식당 ‘중앙감속기’의 메뉴까지 다양하게 판매 중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모든 분이 쵸이닷 레스토랑에 올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파인다이닝 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밀키트를 내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가 ‘흑백요리사’에서 마늘을 빼고 요리하며 화제를 모았던 ‘봉골레 파스타’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매출이 단기간에 60배 이상 상승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른 셰프들과 달리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24년, 난이도 극악의 예약을 자랑하던 식당 네오를 돌연 정리했다.
이 때문에 우승자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니즈를 해소할 창구는 오직 ‘밀키트’ 밖에 없어 수요가 넘치고 있다.
최강록 셰프는 이런 수요에 발맞춰 대형마트와 손을 잡고 ‘나야’ 시리즈를 론칭했다. 방송에서 화제가 된 자신의 명대사 ‘나야 들기름’을 위트있게 활용한 ‘나야’ 시리즈는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차별화된 맛을 바탕으로 누적 판매량 35만개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매장은 없지만, 대형마트를 창구로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방송 경연 중 편의점 재료로 만들었던 ‘밤 티라미수’가 실제 편의점 상품으로 출시되며 오픈런이 벌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전 예약 시작 20분 만에 2만 개가 완판됐고, 접속자 폭주로 예약받던 편의점 어플 서버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인기에 힘입어 밤 티라미수 생크림빵이 추가로 출시됐고 누적 판매량은 무려 185만개를 돌파했다.
그는 현재 CJ제일제당과 협업 중으로 독자적인 레시피를 담은 소스를 오는 3월 중 발매한다.

스타 셰프들의 화려해 보이는 파인 다이닝은 사실상 저마진 구조다. 최상급의 식재료를 사용해 수년, 수십년 숙련된 인력들이 음식을 만든다. 인건비와 비싼 임대료 등 푸드 코스트가 상당히 높아 셰프가 손에 쥐는 실제 순수익은 매출의 10%를 넘기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밀키트는 다르다. 레시피를 표준화한 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라 인건비부터 식재료비 등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매장은 셰프의 명함이고, 돈을 버는 것은 밀키트”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이 커지고 대체재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스타 셰프’라는 이름값 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계자들은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품질’과 ‘차별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팬심을 기반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단계”라며 “대량 생산으로 단가는 떨어지지만 맛 변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얼마나 품질 관리를 잘하느냐가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파인다이닝의 경험을 식탁으로 옮겨온 이들이 과연 품질을 지켜내며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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