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의 '개발 실험', 새만금은 무엇을 남겼나 [왜 지금]

홍성민 2026. 2. 14. 09: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시작부터 환경을 배제한 채 추진된 구조적 한계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보인다. 세계적 생태 보고였던 갯벌은 사라지고 해양생물 다양성도 크게 줄었다. 수질 악화와 경제성 부재 속에 산업단지는 답보 상태이며, 천문학적 예산만 소요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부 해수 유통 재개와 생태 복원, 지역 참여를 통한 지속 가능한 전환이다.

[지데일리]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

새만금 개발사업은 한때 한국의 ‘국가적 야망’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정부는 바다를 메워 산업단지와 신도시, 관광지, 국제공항이 공존하는 미래형 복합 도시를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만금 개발은 시작부터 환경 가치 훼손을 간과한 정책이었다. 갯벌 소멸과 생태계 붕괴, 수질 악화로 지속가능성이 무너졌고 경제적 성과도 부재하다. 이제 복원과 공존 중심의 전환이 절실하다. 새만금개발청 제공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은 여전히 ‘미완의 약속’으로 남아 있다. 갯벌은 사라지고, 해양생태계는 파괴됐으며, 토지 활용은 답보 상태다. “이 용도도, 저 용도도 아닌 땅”이라는 지역 주민의 탄식은 새만금 개발의 근본적 문제를 함축한다. 시작부터 잘못된 계획이 결국 현실의 불가능으로 귀결된 것이다.

갯벌을 잃고, 해양생물을 잃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 효율성으로 환산’하려 한 것이다. 사업 이전, 새만금 일대의 갯벌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였다. 

흰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이 번식하고, 철새들은 이곳을 경유해 동아시아-호주 이동로를 따라 이동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갯벌이 보유한 생태적 서비스 가치는 연간 수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1991년 착공된 방조제가 2010년 완공되자, 넓은 갯벌은 물리적으로 사라졌다. 바닷물의 순환이 차단되면서 해수 교환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 결과 수질은 6급수 수준으로 악화됐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의 생태 균형도 무너졌다. 해양수산부 조사에서는 2000년대 초반 새만금 내 해양생물 종 수가 기존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갯벌은 진흙땅이 아니다. 미세조류와 저서생물이 생산하는 유기물은 연안 생태계의 기반이다. 간척을 통해 이 땅을 육지로 바꾸는 것은 단지 지형의 변화가 아니라, 순환 생태계의 단절이다. 이는 곧바로 어업자원 감소와 지역 어민의 생계 붕괴로 이어졌다. ‘바다가 준 것을 인간이 돌려막은’ 격이다.

환경보다 개발이 앞선 정책 구조

새만금 사업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은 환경 훼손 때문만이 아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경’이 철저히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정부는 초기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국토 확장’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강행했다. 환경단체와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책은 성장주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었다.

2006년 헌법재판소가 “공익이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간척사업을 합헌으로 판단했지만, 그 ‘공익’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재했다. 이후 ‘산업용지 확보’,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구축’ 등 명칭과 계획은 수차례 바뀌었지만, 실질적 진척은 미비했다. 행정비용만 늘었을 뿐이다.

국책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예산 투입은 ‘매몰비용’이 된다. 환경 훼손을 복구하기 위한 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 3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방조제 내부의 물은 여전히 녹조로 뒤덮인다. 수질악화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산업단지든 관광지든 지속 가능한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개발이 실상 ‘경제적’이지도 못하다

새만금 사업의 핵심 논리는 '경제적 가치 창출'이었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약속은 실현되지 못했다. 현재 새만금 내부의 토지이용률은 전체 면적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기업 유치는 부진했고, 외국인 투자 전망도 어둡다. 인프라 미비와 수질 문제,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업 구조 자체에도 모순이 존재한다. 내부를 산업용지로 개발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자원 관리가 필요하지만, 해수를 차단한 호수형 구조에서는 자연적 정화가 불가능하다. 결국 지속적인 인공 관리가 필요해 유지비와 관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방정부 재정을 압박할 잠재적 요인이 된다.

환경파괴를 감수하면서도 경제적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다. 이는 개발 논리의 정당성을 근본에서 흔든다. ‘갯벌을 버리고 얻은 땅이 진짜 자산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

지금이라도 새만금 개발의 접근 방식을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핵심은 ‘복원’과 ‘공존’이다. 개발지연을 ‘실패’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태적 회복의 기회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첫걸음은 방조제를 일부 개방해 해수 유통을 확대하는 것이 꼽힌다. 이러한 조치는 수질 개선뿐 아니라 갯벌 복원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방향도 재정립해야 한다. 조급한 산업단지 조성 대신, 생태관광·친환경 연구단지·탄소중립 인프라 등 장기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유럽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이나 네덜란드의 ‘델타 프로젝트’는 생태 보전과 지역경제를 조화시킨 대표 사례다. 한국도 그 경험을 벤치마킹할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시민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 새만금의 미래는 행정기관의 계획서 안에서 결정될 수 없는 만큼 생태, 경제, 지역공동체가 함께 지속 가능한 비전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새만금 사업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게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선 생태 복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방조제 일부를 개방해 갇힌 물길을 되살리고, 수질 개선을 위한 장기 로드맵과 단계별 복원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어 정책 평가 시스템을 강화해 그간의 개발계획이 과연 경제적, 환경적으로 타당했는지 재검토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산업 구조도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환경기술, 생태관광 등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여기에 지역민이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예산 집행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의 감시를 제도화해 행정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과제가 실천될 때 비로소 새만금은 실패의 땅이 아닌, 회복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새만금은 거대한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전환의 기회를 상징하는 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점으로 돌아가 '무엇을 위해 개발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질 때 가능하다"며 "갯벌을 잃고 바다의 생명을 잃은 자리에서 이제는 복원의 논리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