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김일성 정책 공개 비판…‘김정은주의’ 내세우나 외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의 딸 주애가 최근 아버지의 공개 일정에 자주 동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 왔는데요.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에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분석했습니다.
이전에 "후계자 수업 중"이라는 분석에서 더 나아간 겁니다.
주애가 현장 시찰에서 일부 시책에 대해 의견을 내고, 지난해 연말부터 의전 서열 2위로서의 위상을 부각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습니다.
2월의 두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한이 최상위 의사 결정 기구인 9차 노동당 대회를 이달 하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5년을 승리의 여정이라고 자평한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에서 핵 전력 강화를 위한 새 구상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관심이 쏠리는데요.
당 대회를 앞두고 김 위원장은 민생 현장 시찰을 이어가며 자신의 치적을 부각하는 데 열심입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성역화했던 선대 지도자, 할아버지 김일성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그 의도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군 명예 위병대를 사열합니다.
부대 행진과 군악대 공연도 이어집니다.
북한이 건군절이라고 부르는 북한군 창건 78주년을 기념해 김 위원장이 국방성을 방문했습니다.
축하 연설에선 러시아 파병 부대에 격려를 표하는 한편, 9차 당대회에서 새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 대독 : "당 제9차 대회가 가리킬 앞으로의 5년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군대의 특출한 역할이 보다 높아지는 5년으로 될 것입니다."]
다만, 눈에 띄는 대외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2024년 건군절에는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지칭했고, 지난해에는 미국이 한반도 격돌 구도의 근본 원인이라고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김 위원장은 9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 성과 현장을 찾아 자신의 치적을 선전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시설 전반이 깔끔하게 정돈된 평안북도의 한 축산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염소들이 질서 있게 풀을 뜯고, 젖소들은 자동화된 설비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팔을 크게 휘두르며 현장을 지휘하는가 하면, 어린 소를 쓰다듬으며 흐뭇한 미소도 지어 보였습니다.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삼광축산농장이야말로 새 시대 사회주의 농촌을 당당히 대표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문화 농촌이라고 기쁨 속에 말씀하셨습니다."]
각종 치즈가 진열돼 있는 유제품 생산공장에선 간이 시식회를 방불케하는 장면도 이어졌습니다.
시종일관 만족감을 드러내던 김 위원장은 돌연 과거 이야기를 소환했습니다.
'사회주의 농촌테제' 투쟁을 반세기 이상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이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사회주의 농촌테제'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1960년대 제시한 농촌 건설 지침인데, 그간 성역화했던 선대 지도자의 정책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겁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첫 번째는 김일성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젊은 지도자로서 김정은의 영도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고요. 두 번째는 지금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노동신문 보도에도 나타나듯이 모든 선전의 초점이 8차 당대회 이후에 지난 5년 동안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데 맞춰져 있거든요. 그래서 김정은 시대에 그런 지난 5년 동안 경제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과거 시대를 대비시키는 거죠."]
북한 매체는 최근 김 위원장의 지방발전 정책에 따라 전국 곳곳에 완공된 공장과 병원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경제 발전의 실패를 자인했던 8차 당대회 때와 달리 이번 당대회에선 지방발전을 핵심 성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또, 점차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의 폭을 넓히고 있는 김 위원장이 자신만의 고유 통치 이념인 '김정은주의'를 정식으로 공표할지도 주목됩니다.
[박은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대외 관계라든가 후계 체제 문제라든가 다 이 틀 안에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상징성, 김정은주의를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 어떤 공식 언어로 확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제1비서나 이런 눈에 띄는 그런 인선보다는 오히려 선전 조직같이 김정은의 언어를 대외로 전달하는 그런 자리들에 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9차 당대회 등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조부 김일성이 사용했던 '주석' 직함을 계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주석제가 부활하고 김정은이 주석에 오를 경우 북한 내 정책 결정 구조와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핵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만큼, 그 구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선 노동당 규약에 '적대적 두 국가'를 명문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당규약 전문에 보면 여전히 조국의 평화통일이나 민족 대단결 또 민족의 공동 번영 이런 내용들을 조선노동당의 투쟁 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거든요. 이런 적대적 두 국가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표현들을 제거하거나 손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입니다."]
북한은 9차 당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은둔의 지도자' 이미지답게 집권기간 단 한 차례도 당대회를 열지 않았던 김정일과 달리, 김 위원장은 2016년 36년 만에 당대회를 부활시킨 이후 5년 주기를 정착시켜 나가는 모습입니다.
[앵커]
▲미국, 인도적 대북사업 허용…“북한에 유화적 신호”▲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통해 미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대북 인도적 사업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승인 절차가 9달 동안 막혀있다가 최근에 풀렸는데요.
그동안 사업 승인에 반대해 왔던 트럼프 행정부가 허용으로 돌아서며 북한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아무리 인도적인 대북 지원 사업이라고 해도 15개 이사국 전체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지원이 가능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우리나라 지자체나 민간단체들도 유엔의 승인을 얻어 지원 사업을 이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이후 약 9개월 간 유엔의 이같은 승인 절차가 사실상 멈춰섰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목적 등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해 인도적인 대북 지원 사업도 반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7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에 대한 시행을 일괄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이 중에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남쪽으로 번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경기도가 신청한 예방사업과 정수시설 지원 사업, 스마트 유리온실 지원 사업 등도 포함됐습니다.
미국이 허용으로 돌아선 데에는, 지난 3일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조현 장관의 제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현/외교부 장관/2월 5일 : "한미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진전이다,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위한 단초가 될 성의 차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인도적인 대북 지원에 동의한 건,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손짓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박은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9차 당대회에서 대외 관계에서 뭔가 북미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이런 메시지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관리 정도의 차원이라고 해석하는 게 훨씬 더 정확하다고 보고요. 즉 (대북)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시그널이라기보다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닫지 않게 하겠다는 그런 최소한의 신호를 보낸 거라고 해석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겠습니다."]
다만, 북한이 호응해 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승인 조치는 과거에도 진행된 적이 있었던 통상적인 절차인 데다, 북한은 그동안 한국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전면 거부해 왔기 때문입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미국) 국무부 입장에선 자신들의 대북 정책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미북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가장 부담이 적은 조치 중의 하나로 제재 면제를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거죠."]
이런 가운데 국정원은 조건이 충족할 경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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