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수돗물 불신’ 키운 생수 산업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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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진부한 이야기지만,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어렸을 때 즐겨 보던 '어깨동무' '보물섬' 같은 잡지에 자주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①기만적인 마케팅으로 수돗물 불신을 심고 ②그 불신을 바탕으로 수도 인프라 개선 노력을 낮추고 ③이 때문에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지 못하면 ④이를 수돗물 불신과 생수 판매 기회로 삼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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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불신 높여 가치 창출
◇언보틀드/대니얼 재피 지음·김승진 옮김/556쪽·3만 원·아를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러 우리도 사 먹는 생수가 기본값인 나라가 됐다. 지난달 30일 동네 편의점 생수 한 병이 1100원(삼다수 500mL·한국소비자원 제공). 같은 날 휘발유 1L 평균가는 1688.97원이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도 기름보다 물이 비싼 나라가 돼버렸다. 석유를 둘러싼 국가와 기업의 패권 전쟁처럼, 돈이 되는 물건을 거대 자본이 가만 놔둘 리는 없을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인 저자가 불과 40년 사이에 소규모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치재에서 3000억 달러(약 432조 원)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가 된 ‘병입생수(甁入生水)’ 상품이 어떻게 우리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고, 인권과 미래를 빼앗아 가는지 추적했다.
“거의 모두가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고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수돗물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높임으로써, 그리고 정부가 수도 인프라에 재투자하도록 압박하는 사회적 압력을 낮춤으로써 생수업계는 그들의 시장을 창출했다.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수돗물을 절대 안 마셔야겠다고 설득되어 식수용으로서의 수돗물을 완전히 거부하면, 점점 더 많은 수돗물이 정말로 마시기에 덜 안전하고 덜 믿을 만해지게 될지 모른다. 이 과정은 ‘강탈에 의한 축적’의 본질이다.”(3장 ‘플린트: 부식된 파이프, 부식된 신뢰’에서)
저자의 지적이 아직 우리에겐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를 따라 2014년 ‘납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미 미시간주 플린트로 눈을 돌리면 우리도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①기만적인 마케팅으로 수돗물 불신을 심고 ②그 불신을 바탕으로 수도 인프라 개선 노력을 낮추고 ③이 때문에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지 못하면 ④이를 수돗물 불신과 생수 판매 기회로 삼는 악순환.
지난해 세계환경의날 기념식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의 잉에르 아네르센 사무총장이 “한국은 아주 많은 예산을 투자해 수도꼭지를 틀기만 해도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을 가졌는데 왜 플라스틱 생수를 구매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정부가 아무리 수돗물에 이상이 없다고, 객관적인 분석 자료를 들이대며 오히려 각종 미네랄 성분은 수돗물이 웬만한 생수보다 더 낫다고 외쳐도 사실 별로 믿는 사람이 없다. 이미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한 것이다. 그다음 수순은?
‘병입생수’란 ‘상품화되어 플라스틱병 속에 갇힌 물’을 뜻한다. 제목 ‘언보틀드(Unbottled)’는 병입생수 산업을 해체해 이 물을 모두에게 돌려주자는 뜻이 담겼다. 부제 ‘플라스틱 생수는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 인권과 미래를 빼앗는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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