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무게 재던 ‘돌 저울추’…지금은 무게중심 잡는 쓰임새로
낡지 않은 골동이야기

그 첫 번째는 돌사과다. 흔히 인간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과가 3개가 있다고 한다. 아이작 뉴턴에게 ‘만류인력의 법칙’을 깨닫게 한 사과,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가교 역할을 한 현대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의 정물화 속 사과, 그리고 한 입 베어 먹고 남은 스티브 잡스의 사과다.
고미술상가에서 사진 속 돌사과를 보자마자 동공이 흔들렸다. 물성은 딱딱한 돌인데, 이걸 요렇게 아담한 사이즈로 매끈하게 돌려 깎아 놓은 이는 누구일까. 이 동글동글한 모양의 쓰임새는 뭐였을까.
이 사과 모양 돌덩어리의 정체는 ‘돌 저울추(사진)’다. 물건의 무게 단위를 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 저울이고, 우리가 저울을 사용했던 가장 이른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부터 나온다. 기다란 막대인 저울대에 줄을 달고, 저울대 한쪽 끝에는 무게를 재고 싶은 물건을 단다. 저울대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을 이룰 때까지 그 반대쪽에 저울추를 달면서 무게를 잰다. 예부터 다양한 모양의 다양한 무게의 저울추가 쓰였을 텐데, 이 사과 모양 저울추의 무게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예쁜 모양만 눈에 들어온다.
답십리고미술상가 내 상점 ‘오브(of)’에서 이 저울추를 구매한 디자인컨설팅회사 PPS의 구병준 대표 역시 “여러 모양의 돌 저울추 중 제일 예쁜 모양을 골랐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문을 연 리빙&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챕터원’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안목이 골라낸 골동이니 왠지 더 믿음이 간다. “집에 맘에 드는 무늬가 프린트된 커다란 천을 하나 걸었는데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펄럭이는 게 싫어서 천에 줄을 매달고 줄 끝에 무게감을 줄 만한 무언가를 찾다가 발견했다”고 했다. 물건의 무게를 재던 돌 저울추의 쓰임이 물건의 무게를 잡아주는 쓰임으로 옮겨간 것이다. “현 시대 공예가 중 누가 손으로 저렇게까지 돌을 깎을 수 있을까요? 분명 어떤 용도 때문에 기능성을 우선해 만든 물건일 텐데, 형태까지 아름답다니 참 매력적이죠. 돈이 아무리 많아도 똑같은 걸 살 수 없다는 게 골동수집의 매력이죠.”
저울추는 무게의 정확성이 생명이다. 저울에 달았을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그 기능에만 충실했어도 좋았을 텐데, 이걸 만든 조선시대 어느 석공은 무슨 마음에서인지 돌덩어리 하나를 손 안에 쏙 들어올 만한 크기의 사과처럼 매끈해질 때까지 깎고 또 깎았다. 손 안에서 그 정성스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서정민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