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비싼 전세 살 바엔…” 경기 똘똘한 한채로 옮겨간다

황규락 기자 2026. 2. 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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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용인 등 집값 큰폭 상승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5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경기 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이재명 대통령의 파상적인 압박 속에 서울은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인 반면, 경기는 가격 메리트와 교통·산업 호재가 겹치며 안양·수지·기흥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2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2%로, 전주(0.27%)보다 낮아졌다. 2주 연속 상승폭 축소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 3구의 상승률이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서초구는 0.21% → 0.13%로, 송파구는 0.18% → 0.09%로, 강남구는 0.07%에서 0.02%로 각각 하락했다.

그래픽=백형선

반면 경기 주요 지역은 상승세가 오히려 가팔라졌다. 안양 동안구는 0.48%에서 0.68%로 뛰었고, 용인 수지구(0.59→0.75%), 기흥구(0.33→0.39%), 구리(0.53→0.55%), 수원 영통구(0.11→0.34%) 등도 상승폭이 확대됐다. 군포 역시 0.17%에서 0.20%로 올랐다.

◇서울 규제하자 경기 집값 올라

현장에서는 “서울 전세 살 바엔 경기 매수”라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경기 안양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동작구 7억원대 전세 살다가 안양 동안구 8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하는 사례 등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 문의가 많다”면서 “전·월세 매물을 찾으러 왔다가 매물이 없자 아예 매수로 갈아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실수요자들이 경기 아파트로 몰리는 배경엔 서울과 경기 사이의 기록적인 가격 격차가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한 뒤, 올해 1월 15억2162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5억8235만원이다. 서울과의 격차가 약 9억4000만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6억6948만원)가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보다 높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7억원 가까운 전세금을 묶어 두느니, 대출을 보태 경기도의 10억원 안팎 준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쪽이 낫다고 보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도 ‘탈서울’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규제 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15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가 갈수록 늘면서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15억원 이하 경기권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경기로 전입한 순이동자 수는 5122명으로 지난해 1월(2929명) 대비 약 75% 급증했다. 서울 거주비 부담이 커지면서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 수위가 높아질수록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내 집 마련을 위한 사다리가 치워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서울의 높은 진입 장벽에 부딪힌 30~40대 젊은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가 높은 생애 최초 대출 등을 지렛대 삼아 경기 지역 아파트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라고 했다.

◇경기 ‘키맞추기’ 장기화 전망

교통과 산업 호재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연내 일부 구간 개통이 예정된 GTX-A 노선과 신안산선 등 광역 교통망 확충 기대감, 용인·수원 일대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기대가 겹치며 실수요자를 끌어들일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경기 지역에서 교통망 확충과 산업 특수 등 호재가 분명한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키 맞추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서울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을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이 원하는 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경기 지역의 오름세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서울 지역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262가구로 전년의 반 토막 수준이다. 공급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규제로 억눌린 수요가 언제든 인접 지역으로 튀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과거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풍선 효과는 단순히 주변 저평가 지역을 찾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똘똘한 한 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이동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를 쏟아낼수록 주변의 경기 주요 지역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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