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강남... 양도세 중과 앞두고 급매 와르르 [왜 지금]
강남권 다주택자 ‘팔자’ 움직임, 하루 새 80건 쏟아져
고가 주택 상승세 주춤…중저가 지역은 견조세 유지
다주택자에겐 마지막 퇴로, 실수요자에겐 기회의 시기
[지데일리] 서울 아파트 시장이 ‘팔자 행렬’로 흔들리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인 5월 9일을 석 달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 매물이 눈에 띄게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버티기’로 일관하던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정책 기류가 완전히 돌아선 것을 확인하며 본격적으로 처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아파트·오피스텔 매매 매물은 총 6만2357건으로, 지난달 22일(5만6232건) 대비 10.9% 늘었다. 불과 3주 남짓한 기간에 매물이 6000건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방침을 공식화하자, 시장의 ‘매도 심리’는 즉각 반응했다. 서울 성동구와 강남3구 등 핵심 지역에서 특히 폭발적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 퇴로 막히기 전에 ‘급매’
정부의 발표 직후 강남권 대단지에서는 물량이 쏟아졌다. 부동산시장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하루 동안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에서만 80건이 넘는 신규 매물이 등장했다. 집주인들이 서둘러 ‘팔자’에 나서면서 단지 내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며칠 새 29억~30억 원대에서 27억~28억 원대로 떨어졌다. 매수자들의 ‘눈높이 조정’보다 매도자들의 ‘시간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지금까지 강남권 아파트는 시장 전반이 냉각돼도 크게 흔들리지 않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말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서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워줬던 다주택자들은 올해 5월 9일 유예 종료가 확정되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매도 시점을 놓치면 기존보다 훨씬 높은 세율(최대 75%)이 적용된다는 점이 결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
서울 주요 구별로 보면 성동구의 매물이 한 달 새 30.3% 늘었다. 송파구(28.5%), 서초구(16.2%), 강남구(13.3%)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성동구 성수동 일대 신축 아파트들은 고가 거래가 주춤하며 호가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세금 이슈를 인식한 1주택자들의 매도 문의도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며 “시장 전반의 매도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3구 상승세 꺾였다
이처럼 매물이 급증하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2주 연속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둘째 주(2월 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22%로, 전주(0.27%) 대비 상승폭이 다섯 번째 줄었다. 반등세가 길었던 강남권도 오름폭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강남구의 주간 변동률은 1월 셋째 주 0.2%에서 2월 둘째 주 0.02%로 급락했다. 서초구는 같은 기간 0.29%에서 0.13%로 줄었고, 송파구 역시 0.33%에서 0.09%로 하락세를 보였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세 부담이 크고, 양도차익 규모가 커 세금 회피 목적의 매물 출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수억 원의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지금 아니면 못 판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빚을 내 집을 늘려왔던 투자형 다주택자들은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중저가 지역은 계속 버틸까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구로구는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이 0.34%에서 0.36%로, 은평구는 0.22%에서 0.25%로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북, 노원, 도봉 등 실수요 중심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인다.
이들 지역은 다주택자 비중이 낮고, 실거주 수요가 탄탄해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살아나면서 중저가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서울 외곽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권 급매물이 잠깐 늘더라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라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지역에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예 종료 앞둔 ‘심리 전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2022년 5월부터 시행돼왔으며, 그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퇴로를 명확히 닫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신뢰성과 과세 형평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추가 연장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세수 확보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함께 고려할 때, 정부가 “세제 정상화”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오는 5월은 매도세 집중과 시장 조정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매물 증가는 단기적일 수 있지만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다음달 이후 매수 관망세가 길어지면 시장 전체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의 ‘마지막 선택기’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일인 5월 9일이 데드라인인 격이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한동안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매도 타이밍을 놓친 물량은 이후 세부담 때문에 시장에서 장기간 묶일 수 있다.
한편 실수요자에게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고가 지역 일부 단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되면, 대기 수요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구간이 생긴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서울 주택시장은 세금 정책이라는 명확한 변수 앞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심리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다주택자에게는 ‘마지막 출구’, 실수요자에게는 ‘새 진입 시그널’, 정부에는 ‘시장 신뢰의 시험대’가 된 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