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반’ 대법원 주장 반박 나선 헌재 “재판소원, 위헌 아니다”

임현경 기자 2026. 2.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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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안)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13일 낸 29쪽 분량의 참고자료에서 15개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재판소원의 위헌성, 사법 절차 지연 논란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소원법안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 우려를 표하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0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재판소원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재판소원 도입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101조 2항) 등 헌법 조항을 들어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고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헌법 111조 1항은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귀속시킴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상 시행령 등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성 판단 권한을 대법원이 가지므로, 이에 대해 재판소원이 제기될 경우 헌재가 이를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헌재는 “헌법 107조 2항은 대법원이 헌재와의 관계에서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성에 대해 최종심사권을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명령·규칙·처분이 헌법·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해 대법원이 최종심사권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소원법안을 위해 개헌이 필요치 않다고도 주장했다. 헌법은 최고법원을 대법원으로 정하는데, 헌재가 대법원판결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하는 것은 사실상 상위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헌재는 “헌법개정을 통해 헌법에 재판소원을 명시하거나 헌재와 대법원의 관계를 재정립해 규정하는 것이 재판소원 도입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재판소원의 도입이 헌재를 대법원의 상위에 두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우리와 같이 헌법상 헌재와 대법원을 분리해 규정하는 스페인의 경우 현재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재판소원으로 사법 절차가 지연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만의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헌재에 따르면, 대만의 헌법소원 접수 건수는 재판소원을 도입한 2022년 4371건으로 직전년도(747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는데 2023년에는 1359건, 2024년에는 1137건으로 줄었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 초기에는 접수되는 심판사건 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으나 적법요건 등에 대한 헌재의 판례가 집적되고 재판소원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제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그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의 본질에 부합하는 사건에 헌재의 역량을 집중한다면, 심판사건 수의 증가에 따른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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