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로 연기된 황대헌과 린샤오쥔의 맞대결, 진정한 챔피언은 누굴까

악연으로 묶인 황대헌(강원도청)과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맞대결은 쇼트트랙 남자 1000m가 아닌 1500m였다.
황대헌은 1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실격 처리됐다.
황대헌은 1조에서 첫 바퀴를 2위로 달리며 순위를 유지했지만 몸싸움에서 밀리며 뒤처졌다. 황대헌은 마지막까지 기회를 엿봤으나 펠릭스 러셀(캐나다)와 류샤오앙(중국)을 제치지 못했다. 오히려 황대헌은 4바퀴를 남기고 늦은 레인 변경으로 네덜란드의 퇸 부르를 막았던 게 페널티로 확인돼 실격 처분을 받았다.
린샤오쥔 역시 준준결승 4조 경기에서 5위로 탈락했다. 이에 따라 두 선수의 맞대결은 오는 15일 쇼트트랙 남자 1500m로 미뤄지게 됐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2019년 진천선수촌의 악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린샤오쥔은 2018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던 영웅이었다. 린샤오쥔과 황대헌은 남자 500m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면서 나란히 시상대에 서기도 해다.
그러나 린샤오쥔은 이듬해 진천선수촌에서 진행하던 웨이트트레이닝 훈련 중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기는 장난이 ‘성추행 논란’으로 이어진 게 문제였다. 당시 린샤오쥔은 “친근함의 표시였을 뿐 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신체 일부가 노출됐던 황대헌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반발해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선수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자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린샤오쥔은 2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2021년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이미 국적은 바뀐 뒤였다. 린샤오쥔은 귀화 선수는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올림픽 규정에 따라 2022년 베이징 올림픽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 사이 황대헌이 한국의 에이스 자리를 차지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1500m 금메달을 따내면서 새로운 간판스타가 됐다. 다만 황대헌도 오롯이 응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황대헌이 성추행 논란이 빚어졌던 그 시기 암벽 기구에 오르던 여자 선수들의 엉덩이를 때리는 장난을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세계선수권대회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배인 박지원을 상대로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반칙을 저질러 비판을 받았다.
황대헌은 혼성 계주에 이어 개인전 첫 종목에서도 메달 기회를 놓친 만큼 주 종목인 1500m 금메달로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황대헌은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마음을 잘 추슬러서 다음 경기에 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린샤오쥔은 실력이 아닌 문제로 황대헌에게 넘겨줬던 챔피언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차례로 이 종목 금메달을 따낸 둘이 얽히고설킨 인연까지 거친 끝에 진짜 승부를 낼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1500m는 흥미로운 무대가 됐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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