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실수에도 '할 수 있다' 되뇌어 … 이젠 나를 뛰어넘을 것"
'넌 가야 돼' 머릿속에 그려
절뚝이는 무릎으로 투혼
韓 동계올림픽 설상 최초 금메달 최가온 인터뷰
1차 부상·2차 실수 딛고
3차 시기서 90.25점 기록
'우상' 클로이 김에 역전승
"응원한 친구들이 울더라
빨리 한국가서 밥 쏴야죠"

"목에 건 메달이 금메달이어서 지금 너무 행복해요. 믿기지 않아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장. 눈이 내리는 밤하늘을 가르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빛 공중 연기를 펼친 최가온(17·세화여고)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1·2차 시기만 해도 연이어 점프 실수를 해 넘어졌던 최가온의 메달권 진입을 부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3차 시기에서 5가지 점프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90.25점을 받으면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다음달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여고생, 첫 동계올림픽 출전에 최가온은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내고 두 팔을 크게 벌리며 환호했다.
2025~2026시즌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에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최가온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클로이 김(미국)과 치열한 금메달 경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1차 시기 두 번째 기술인 캡 1080도(반대 방향으로 진입해 세 바퀴 회전)를 시도하다가 착지 과정에서 보드가 파이프 벽에 걸려 크게 넘어졌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해 의료진이 들어갔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스스로 일어나 다시 스타트에 선 2차 시기를 앞두고 전광판에 '출전하지 않음(DNS)'이란 문구가 떴고, 대표팀 코칭스태프들도 최가온의 더 큰 부상을 우려해 출전을 막으려 했다. 2차 시기에서 최가온은 첫 점프 기술을 수행하지 못했고, 결선 출전자 12명 중 11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3차 시기에 기적이 찾아왔다. 3회전 고난도 점프를 도전하는 대신 2바퀴 반 회전 점프를 3차례 시도해 안정성을 꾀했다. 바꿨던 전략은 통했다. 최가온은 5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했고,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90점대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선두로 나섰다. 관중 사이에서는 환호가 쏟아졌고, 점수를 본 최가온은 설원에 털썩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최가온은 "동계올림픽에 와서 마지막 랜딩(착지)은 다 하고 내려왔다는 마음에 후련해 눈물이 터졌던 것 같다"면서 "3차 시기를 타고 내 점수와 등수를 바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옆에 있던 일본 선수가 알려줘 그때부터 웃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따냈지만 쉽지 않았던 과정에 대해 최가온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떠올렸다. 그는 "'올림픽을 여기서 그만둬야 하나' 하고 파이프 위에서 크게 울었다. 그래도 머릿속에 계속 '할 수 있어' '넌 가야 돼'란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 넘어지면 오히려 긴장감 같은 게 사라진다"던 그는 "연습 때는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으니까 '내 다리를 믿고 해보자'는 심정으로 보드를 탔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상겸,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승은 등 한국 스노보드 대표들의 연이은 메달 소식에 최가온은 "이제는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나 약간 부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보란 듯이 목표를 이뤄낸 여고생 스노보더는 경기 후 절뚝이면서도 비로소 여유를 찾은 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최가온은 "친구들이 잠도 안 자고 응원해줬다. 경기가 끝나고 잠시 영상통화를 했는데 울고 있더라. 빨리 한국에 가서 보고 싶고 밥도 사주고 싶다. 파자마 파티도 하고 싶다"면서 웃어 보였다.
치열한 경쟁을 폈던 '언니' 클로이 김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88.00점으로 마무리해 은메달을 따낸 클로이 김은 최가온이 금메달을 확정 짓자 먼저 달려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평소 우상처럼 따르고 절친한 관계인 클로이 김에 대해 최가온은 "경기가 끝나고 내려왔을 때 언니가 안아주는 순간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가온이는 정말 아끼는 동생이다. 진심으로 가온이가 자랑스럽다"면서 활짝 웃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최가온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최가온은 벌써 다음 목표를 정했다. "앞으로 계속 스노보드 열심히 타서 나 자신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리비뇨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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