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무너진 판결"…민희진 1심 승소에 업계 '분노' [이슈&톡]

김한길 기자 2026. 2. 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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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의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관련 1심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업계가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법원이 하이브에 255억 원 상당의 주식매매대금 지급을 명령하며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을 두고, 단순한 당사자 간 분쟁을 넘어 K-팝 제작 시스템 전반의 '신뢰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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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의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관련 1심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업계가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법원이 하이브에 255억 원 상당의 주식매매대금 지급을 명령하며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을 두고, 단순한 당사자 간 분쟁을 넘어 K-팝 제작 시스템 전반의 '신뢰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하이브가 주장한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독립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실행될 수 없는 사안이었고 계약 해지를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뉴진스 빼내기' 의혹 역시 구상 단계에 그쳤거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주주 간 계약은 유효하다고 봤고,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음악 단체는 이번 판단이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는 성명서를 통해 "본 사안은 단순한 특정 당사자 간의 법적 공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연예 제작 현장이 수십 년간 지켜온 최소한의 질서와 원칙을 확인하는 사안"이라고 규정하며, 이번 판단이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연제협은 판단의 초점이 '실행 여부'에 맞춰진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협회는 "배신의 실행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방향성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제작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산물이며, 한 팀의 데뷔까지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 수많은 스태프의 헌신이 투입되고, 그 과정을 지탱하는 핵심은 파트너 간의 '신뢰'인데, "그 신뢰가 파탄 나는 순간 제작 현장은 붕괴된다"고 강조했다. 신뢰가 무너지면 팀은 분열되고, 제작진은 소진되며, 아티스트와 팬덤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것.

또한 연제협은 이번 판결이 "템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됐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협회가 주목한 지점은 '투자 계약의 안정성'이다. 제작 현장에서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장기적 신뢰의 선언에 가깝다. 신뢰 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은 투자자에게 보수적 판단을 강요하고, 이는 곧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투자가 마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창의적 인재와 신규 프로젝트, 그리고 중소 제작사라는 점도 덧붙였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다양성과 경쟁력 역시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런 점에서 템퍼링을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공동의 결과물을 찬탈하려는 행위이자 산업의 신뢰를 뿌리째 뽑는 파괴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번 판결은 1심 판단에 불과하다. 하이브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항소심에서 계약 위반의 중대성과 신뢰 파탄의 법적 의미가 다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는 이번 1심 결과가 남긴 상징적 메시지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연제협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계속적 관계에서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계가 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작자가 다시 사람을 믿고 자본을 투입하며 다음 세대 아티스트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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