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 아이콘이었던 샐러리맨…어쩌다 '순응의 상징'이 됐나

오늘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다. 익숙한 직장인의 모습 뒤에는 시대마다 미디어가 심어준 평범한 월급쟁이의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 다니하라 쓰카사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의 신간 '샐러리맨의 탄생'은 일본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샐러리맨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삶이 조직과 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규정됐는지 분석한다. 이 책의 원제는 '샐러리맨의 미디어사'다. 미디어사와 정보사회론을 전공한 저자는 샐러리맨을 직업군으로 분류하기보다 신문과 잡지 등 매체가 만들어낸 하나의 인간형으로 포착한다.
1930년대 전후 일본에서 샐러리맨은 양복을 차려입고 신문을 읽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미디어는 이들의 성공을 '출세'라는 단어로 포장하며 사회적 동경을 부추겼다. 그러나 샐러리맨 층이 점차 두꺼워지면서 이들의 위상도 변했다. 1950~1960년대부터는 고고한 지식인보다는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에 능한 직장인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샐러리맨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조직에 순응하며 개인의 안락을 우선하는 관리되는 시민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저자는 샐러리맨을 통해 일본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치적 침묵의 구조를 포착한다.
책은 1980년대 이후 샐러리맨들이 느끼기 시작한 심리적 균열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1980년대 젊은이들은 잡지를 통해 "왜 남을 위해 매일 야근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며 회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어 199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하자 미디어의 관심은 조직 내 성공이 아닌 '탈출'로 옮겨갔다. 처세술 책 대신 부업과 재테크 잡지가 쏟아졌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과도 닮았다. 샐러리맨은 조직에 속해 있지만, 동시에 조직 밖에서 홀로 살아남을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이중적 존재가 됐다. 저자는 샐러리맨이 내면화한 순응이 사회를 지탱해 온 힘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만큼 개인이 주체성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직장인들에게 질문을 남긴다. 조직의 논리에 삶을 맡긴 채 비주체적 자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삶의 기준을 세우는 주체적 자아로 전환할 것인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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