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경, 베를린영화제 명예 황금곰상 수상…아시아 여성 최초

김가연 기자 2026. 2.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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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배우 양자경. /로이터 연합뉴스

할리우드 배우 양자경(미셸 여‧양쯔충)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개막식은 유명 영화감독 션 베이커의 축사 및 공로상 시상으로 시작됐다.

베이커는 무대에 올라 “베를린 영화제는 언제나 대담한 목소리,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 그리고 단 하나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예술가들을 지지해 온 축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오늘 밤 수상자는 정말 완벽한 분”이라며 “미셸 여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스크린 속 존재감을 가진 배우다. 단순히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넘어,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 그런 배우”라고 소개했다. 베이커와 양자경은 최근 단편영화 ‘샌디와라’를 함께 작업하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어 베이커는 “베를린 영화제가 예술적 자유, 강인함, 그리고 용기를 상징하는 명예 황금곰상을 미셸 여 씨에게 수여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일”이라며 “수십 년 동안 잊을 수 없는 연기를 선사해 주시고, 우리 모두의 기준을 높여 주셨으며, 우리가 처음 영화에 매료된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헌사했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배우 양자경. /로이터 연합뉴스

무대에 오른 양자경은 황금곰상 트로피를 받아들고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쁨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양자경은 먼저 “베이커 감독과 다시 작업할 날을 기대한다. 다만 성적인 신은 없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해드리고 싶었던 어린 소녀의 모습이 남아있다”며 “아버지는 이 순간을 보지 못하시지만, 저는 아버지의 가르침, 아버지의 굳건함,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아버지가 오늘 밤 제가 이 황금곰상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셨다면 분명 미소 지으셨을 것”이라고 했다. 양자경의 수상소감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배우 양자경. /EPA연합뉴스

이로써 양자경은 아시아 여성 중 최초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는 개막에 앞서 진행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베를린 영화제는 언제나 저에게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상은 지난 40년 가까이 걸어온 제 여정과 경력, 그리고 제가 얼마나 끈질기고 고집스러웠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여정에는 아시아 배우들에게 부여되는 고정관념적인 역할에 맞서 싸우는 것도 포함됐다”고 했다.

양자경은 “제가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 인정받고, 더 많이 주목받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할 책임도 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배우 양자경. /EPA연합뉴스

한편 1962년 말레이시아의 부유한 화교 집안에서 태어난 양자경은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예스 마담’ 시리즈와 ‘폴리스 스토리’ 등 1980~90년대 홍콩 영화에서 활약하며 액션 스타로 거듭났다. 이후 2000년대부터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2023년에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말레이시아인 최초이자 아시아계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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