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대전, 전면에 나선 청와대와 홍보전 뒤에 가려진 그늘[박성진의 국방 B컷](51)

최대 60조원 규모인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둘러싼 수주 경쟁이 마치 한국과 독일의 ‘국가 대항전’ 생중계처럼 보도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물량 공세에 가까운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수주 전략은 최대한 은밀하게 펼쳐지는 국제무기시장 관행에서 볼 때 이례적이다. 과도한 홍보와 공개는 경쟁 업체에 ‘패’를 보여주고 고스톱을 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가 언론에 수주 협상 과정에 대해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해온 전례와도 대비된다.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북극 환경에서 운용 가능한 2000~3000t급 디젤 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2 대 1 분배 방식)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최종 경쟁을 펼치고 있다. CPSP 사업은 오는 3월 최종 입찰 마감에 이어 이르면 6월쯤 사업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누가 유리한가
독일은 여전히 재래식 잠수함의 세계 최강자라는 게 국제무기시장에서의 평가다. 한국형 잠수함은 도전자 입장이다. 한국은 해군이 실전 배치한 3000t급을 기반으로 한 잠수함(KSS-III CPS)을,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개발 중인 2000t급 잠수함(212CD급)을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이 제시한 3000t급 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잠수함이다. 한국형 잠수함은 독일형보다 승조원 편의 공간이 넓어 거주성이 낫다. 그러나 SLBM 수직발사관까지 갖추고 있는 것은 과잉 스펙으로 오히려 부담이다. 캐나다는 전략잠수함이 아닌 정찰·초계잠수함 능력을 원하고 있어서 수직발사관은 필요한 무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극해의 혹독한 환경에서 작전을 위해서는 내빙(耐氷) 및 쇄빙 기능과 유빙 해역에서의 잠항과 부상 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 독일 해군은 북극해 작전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형 잠수함은 한반도 해역에 특화된 함정이다.
2035년쯤으로 예상되는 인도 시기도 변수다. 독일은 자국과 노르웨이보다 먼저 캐나다에 초도함을 인계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독일은 12척 가운데 초도함을 뺀 나머지 잠수함의 양산은 캐나다 내에서 하고 기술이전까지 하겠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독일형 잠수함은 개발 중이어서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한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2개 업체가 동시에 건조하면 독일보다 빠른 잠수함 인도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경쟁의 핵심은 산업·일자리·기술 이전을 함께 묶는 절충 교역이다. 이는 캐나다 정부의 최대 관심사다. 캐나다 정부는 한국 정부에 현대차 공장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독일에도 자동차 공장 건설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서 배터리 공장 건설도 원하고 있다.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는 북극해가 열리면 독일과 같은 나토 국가와 군사작전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독일은 캐나다에 잠수함 건조 외에 공동 훈련 및 군수 지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캐나다가 독일형 잠수함을 도입하면 유럽의 ‘세이프(SAFE) 방위 투자 대출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독일에 유리하다. 세이프 기금은 유럽 국가들에 국방 장비 조달을 위해 최대 1500억유로 규모의 장기·저리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6월 초 3000t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을 캐나다 서부 해역까지 보내 한·캐나다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도산 안창호함이 2개월간의 긴 항해를 통해 처음으로 캐나다 해역까지 가서 훈련하게 되면 북극해 작전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 또 북극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캐나다 해군과 함께 북극항로가 열리는 것을 대비한 원해작전 역량을 확보하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신 바닷속 지형과 해류에 대한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북극해 해저까지 가서 잠항하는 것은 모험이다. 항해 및 훈련 과정에서 최신형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의 스크루 음문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음문’은 소나로 탐지되는 함정마다 다른 고유한 소음 패턴이다. 이는 함정을 구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핵심 단서다. 외신은 “한화오션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에 잠수함을 실제로 보내 정박시켜두고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승자의 저주’?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가 절실하다. 수주에 성공하면 고부가가치 전투함 수요가 많은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다. K방산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 사업을 놓치면 K방산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엔지니어 등 잠수함 전문인력의 안정적인 고용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총력전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잠수함 수주전 지원을 위해 캐나다에서 캐나다 정부 최고위급과 직접 접촉했다. 강 실장의 캐나다행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도 동행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의 공개 행보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주가가 오르는 데는 바로 효과가 나타날지 몰라도, 경쟁 상대인 독일에 오히려 정보를 제공하는 꼴이다. 정부 대 정부의 협상에는 공개할 것과 비공개할 것을 구분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업체의 열세로 보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나서 캐나다 정부의 한국과 독일을 상대로 한 경매방식 경쟁에 말려들어 이익을 담보할 수 없는 수주를 하면 ‘승자의 저주’,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있다. 이미 방산과 상관없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방안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가 앞장서면서 나오고 있는 LIG넥스원의 어뢰 공장 건설, 대한항공의 캐나다산 군용기 매입, 수조원 규모의 캐나다산 원유 도입 등과 같은 방안이 기업의 이익에 얼마나 득이 될지도 미지수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성공하면 청와대는 ‘K방산 세일즈맨’ 역할을 확실히 했다고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포장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위급 세일즈 외교’ 실패에 대한 부담은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사례처럼 비칠 수 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anb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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