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는 어쩌다 '사모펀드 놀이터' 됐나 [사모펀드의 덫➃]

강서구 기자 2026. 2. 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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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일상 파고든 사모펀드 4편
버스에 올라탄 사모펀드
시내버스 13% 차지한 사모펀드
건전한 경쟁 활성화 기대했지만
배당으로 배 불리는 사모펀드
2024년 혁신안 발표했지만
제대로 가동하는지는 의문

사모펀드가 활개를 친다. 대형마트, 커피 체인점 등 사업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젠 서울시민의 발인 시내버스마저 사모펀드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서비스 향상은 뒷전인 채 배당으로 배를 불리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가 과도한 배당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사진|뉴시스]
2004년 7월 1일, 서울 시내버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 통합환승요금제, 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 등 현재의 시내버스 체계가 도입된 게 이때였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정책적 변화도 있다. 준準공영제다. 그해 서울시는 민영제로 운영하던 시내버스에 전국 최초로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말 그대로 민영제와 공영제의 중간형태다. 버스요금·노선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실질적인 버스 운행과 사업은 민간이 맡는다. 이를 통해 돈이 되는 노선만 운영하거나 그렇지 않은 노선을 폐지·단축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도 사모펀드가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시장에선 사모펀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악용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사모펀드 논란을 살펴보기 전에 서울 시내버스 현황부터 살펴보자.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12월) 기준 서울 시내버스 회사는 64곳, 이들이 운영하는 버스노선은 394개, 운행차량은 7014대다. 하루 평균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373만명에 이른다. 2022년(평일 기준) 서울시 교통수단별 통행량에서 시내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로 지하철(43.5%), 승용차(27.3%)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버스시장엔 얼마나 많은 사모펀드가 들어간 걸까.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서울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 용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업체 중 사모펀드에 인수된 곳은 총 7곳.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 2곳이 모두 인수했다.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서울 시내버스는 1024대로 전체 인가 버스 7385대의 13.3%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를 달리는 버스 10대 중 1.3대가 사모펀드의 소유라는 것이다.[※참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19년 12월을 시작으로 2020년(1곳), 2021년(2곳), 2022년(2곳), 2023년(1곳) 총 7개를 인수했다. 그중 1곳은 그리니치프라이빗과 만든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했다.]

물론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모펀드의 진출로 건전한 경쟁이 활성화하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면 되레 반길 만하다. 문제는 긍정적인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모펀드가 시내버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데 급급해서다.

이는 사모펀드 회사에 인수된 버스회사의 배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사모펀드의 품에 안긴 A 버스회사는 그해 45억원을 배당했다. 그해 당기순이익(22억200만원)의 2배 규모로, 배당성향은 204.3%나 됐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당기순이익(27억500만원)을 훨씬 웃도는 35억원(이하 배당성향 129.3%)을 배당했고, 2021년과 2022년의 배당금은 각각 31억4000만원(102.4%), 26억8000만원(87.8%)에 달했다.

2023년과 2024년 역시 각각 24억1900만원(80.2%), 22억1000만원(62.1%)을 배당금을 사모펀드에 줬다.[※참고: 사모펀드는 배당을 위해 차고지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버스회사에서도 적자배당을 지급했다.]

그렇다면 서울 시내버스의 상황은 어땠을까. 사모펀드가 수십억의 배당금을 꼬박꼬박 챙길 정도로 실적이 좋았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3538억원이었던 운송적자는 2020년 6784억원으로 증가해 2022년 8465억원으로 치솟았다. 이후에도 2023년 7303억원, 2024년 4976억원, 2025년 5127억원 등 수천억원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운송적자에도 사모펀드가 수십억원의 배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교롭게도 '준공영제'에 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의 적자를 재정지원을 통해 메워주고 있어서다. 서울시의 버스회사 재정지원 예산액은 2019년 2915억원에서 2023년 8915억원으로 늘어났고,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4000억원, 4575억원을 지원했다. 시민의 혈세가 서울 시내버스를 경유해 사모펀드로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준공영제 도입 20주년을 맞은 2024년 서울시는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 단행…재정·공공성·노선 전면 개편'이라는 제목의 혁신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사모펀드 규제책도 있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외국계 자본의 버스사업 진입 금지, 국내 사모펀드도 설립 2년이 지난 곳만 시장 진입 허용…."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서울시의 혁신안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을까.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버스사업 진입을 막는 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서울시가 2024년 조례를 개정해 관련 규정을 강화한 결과다.

하지만 배당성향이 100%를 초과하는 것을 막는 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규정을 도입하긴 했지만 '강제성'을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평가를 통해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성과 이윤을 낮추는 것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회사가 페널티를 감수하고서라도 배당을 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며 말을 이었다. "배당성향이 100%를 초과하면 평가 점수가 깎인다. 이를 기준으로 평가에 따른 성과 이윤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내버스 한대당 성과 이윤은 1만8000원 정도다. 여기서 지급하는 금액이 깎인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이윤 차감 방식'은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 이익이 늘든 줄든 배당을 결정하는 건 '사모펀드' 마음이어서다. 일례로, 사모펀드가 인수한 B 버스회사는 2022년 59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11억5000만원의 배당을 단행했다. 강제성 없는 규정으로 사모펀드의 탐욕을 꺾지 못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버스회사가 맺은 '준공영제 협약'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준공영제 협약은 2004년 제도를 도입할 때 체결한 이후 단 한차례도 고치지 않았다. 협약서가 버스회사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장하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개정 작업'을 적극적으로 밟지 않았다.

2024년 서울시가 연구 용역을 맡긴 '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 용역' 보고서에도 같은 지적이 나온다. "버스업체가 손실인 상황임에도 적자배당을 지급하는 경우 재정지원금이 배당에 간접적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 모든 버스업체의 재무구조 개선과 재무건전성을 위해 적자배당 지급 금지 관련 협약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20년간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협약서로는 사모펀드의 진입을 막을 수 없다"며 "버스회사와 맺은 협약서를 개정해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취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약서가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협상 상대방인 버스운송사업조합이 개정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늑장 대응이자 책임 회피다. 그러는 사이 서울 시내버스는 사실상 '사모펀드의 돈줄'이 됐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373만명의 서울시민이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이대로 내버려둬도 괜찮은 걸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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