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대신 홈페이지 링크”…AI가 바꾼 밸런타인데이 고백법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2026. 2.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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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대신 AI로 홈페이지 선물
10여분이면 ‘뚝딱’…수정도 간편
“제작·소장 쉽고 특별함은 2배”
AI를 통해 생성한 밸런타인데이 기념용 홈페이지 예시 [홍성민 기자]
대학생 김 모씨(24)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연인과 서로 편지를 주고 받기로 했다. 하지만 정성껏 쓴 손편지를 건넨 김씨는 연인의 답장을 받고 표정이 굳었다. 손편지는커녕 처음 보는 인터넷 주소(URL)만 달랑 받았기 때문이다. 실망도 잠시, URL을 열어본 김씨의 얼굴에는 이내 웃음꽃이 폈다. URL 속에는 긴 편지는 물론 첫 데이트부터 지난달 다녀온 여행까지의 기록과 사진이 빼곡히 담긴 ‘둘만의 홈페이지’가 펼쳐졌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밸런타인데이 속 새로운 풍경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AI로 제작한 맞춤형 홈페이지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이벤트가 확산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거액을 들여 광고를 띄우거나 오랜 시간 코드를 짜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했던 기존 ‘디지털 이벤트’가 AI 덕분에 대폭 간소화된 셈이다.

“연인을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어줘”…한 줄이면 ‘뚝딱’
‘AI 홈페이지’ 제작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AI 챗봇에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연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HTML 등 컴퓨터 언어를 통해 홈페이지 생성을 위한 코드가 즉시 생성된다. 다음으로 이름·편지·기념일 등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끝이다. 사진, 데이트 코스, 배경음악 같은 요소도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 있다.
AI로 소중한 사람을 위한 홈페이지 만드는 방법 [Created with ChatGPT]
취재진이 AI를 통해 홈페이지를 생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분이었다. AI가 만들어준 코드를 메모장에 붙여넣고, 안내에 따라 메모장 파일의 확장자를 변경하기만 하면 홈페이지가 바로 생성됐다. ‘홈페이지 속 하트를 노란색으로 바꿔줘’ ‘사진 간격을 좁혀줘’ 등 세부적인 수정도 요청할 수 있다. AI의 안내에 따라 단계별로 문장과 디자인을 다듬다보니 금방 세상에 하나뿐인 홈페이지가 완성됐다.
“며칠간 밤새던 걸 10분 만에” 공대생도 놀랐다
AI 홈페이지의 최대 장점은 간편함이다.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한 김 모씨(28)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인 커플이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홈페이지를 선물했단 소식을 종종 봤다”며 “밤새도록 힘들게 만들었던 홈페이지를 비전공자도 클릭 한번이면 완성하더라. 공대생으로서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과거 홈페이지 제작은 전문가의 영역에 가까웠다.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선 코드를 작성하거나 별도 제작 프로그램을 익혀야 해서다. 김씨는 “웹사이트 제작은 무척 어려운 일로 알고 있었다”며 “고등학생 때 친구가 고백을 위해 힘들게 오랜 시간을 들여 이벤트용 홈페이지를 만든 걸 봤다. 이젠 10분이면 만든다”고 했다.

직접 만드니 더 세심하고 더 위트있게
AI로 만든 밸런타인데이 홈페이지 예시. 데이트 초대 응답 중 거절(NO)를 클릭하려하자 거절 버튼이 도망가게 설계됐다. [웹사이트 캡처]
유행이 퍼지며 제작 방식 자체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삽입된 이미지의 크기와 위치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 삽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예컨대 연인에게 ‘오늘 저녁 데이트 초대에 응답하시겠습니까? YES 또는 NO’ 식의 버튼을 만든 뒤 거절(NO)을 클릭하려고 하면 해당 버튼이 사용자의 마우스 커서를 피해 도망가는 식의 장난스러운 설계도 가능하다.

웹사이트를 제작하던 기존 전문 서비스들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웨이브온, 윅스(WIX) 등 유명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들은 정해진 양식에 맞춰 수정사항을 복잡하게 입력해야 했던 기존 제작 과정을 AI와 채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고객들의 접근성을 대폭 높이기 위해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I를 활용한 홈페이지를 더 특별하게 꾸미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는 각자 AI를 통해 만든 밸런타인 홈페이지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

“평생 소장” vs “사람 손 그립다” 호불호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란 점도 AI 홈페이지의 묘미다. 대학생 유민우 씨(26)는 “편지는 금방 해지거나 잃어버리기 쉬운 반면, 홈페이지는 URL만 저장해두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어서 좋다”며 “이번엔 연인으로부터 홈페이지를 선물받았다. 앞으로는 (내가) 기념일마다 사진이나 기록을 계속 업데이트해 되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성이 중요한 기념일 이벤트마저 AI를 활용해 지나치게 간소화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28)는“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AI를 활용한 이벤트가 인기”라면서도 “사람 손이 덜 탄 느낌이라 아쉽기도 하다. AI 도움을 받아서 이벤트를 꾸미더라도 상대방을 떠올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잘 드러날수록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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