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성능’ HBM4 세계최초 양산…빅테크 전선 확대
“기존 관행 깨고 최선단 공정 적용”
하반기 HBM4E·내년 커스텀 HBM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3/ned/20260213112653140dtvz.jpg)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6세대 제품(HBM4)을 세계 최초 양산에 들어갔다. 직전 모델 대비 최대 1.35배 빠른 동작 속도를 갖추는 등 업계 최고 성능으로 단단히 ‘칼’을 갈고 나온 삼성전자는 2년 가까이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였던 ‘HBM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에 본격 돌입했다.
▶설 이후 예상 깨고 조기 출하 승부수=삼성전자는 12일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설 연휴 이후 출하를 점쳐왔으나 이보다 앞당겨 조기 출하를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HBM 출하 소식을 외부에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2월 5세대 제품인 HBM3E 12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사실을 밝힌 것은 그로부터 20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이었다. 특히 HBM4의 동작 속도가 엔비디아가 요구한 11.7Gbps를 뛰어넘는 13Gbps라고 밝히며 업계 최고 사양을 과시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부사장)은 “삼성전자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1c(10나노급 6세대) D램 및 파운드리 4나노(㎚)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4에 1b(10나노급 5세대) 공정의 D램을 도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기술 난도가 더 높은 1c 공정을 기반으로 HBM4를 개발하며 성능 향상을 꾀했다는 설명이다. HBM4부터 새로운 승부처가 된 가장 하단인 베이스 다이도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재설계 이슈 없이 양산 초기부터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와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했다.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작인 HBM3E(최대 속도인 9.6Gbps) 대비 약 1.35배까지 향상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4의 속도를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하고 있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성능으로 SK하이닉스 기선제압=HBM4로 가는 길목에서 그동안 제기된 기술 결함 논란을 털어낸 삼성전자는 이날 SK하이닉스보다 먼저 HBM4 12단 제품 출하 사실을 발표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HBM4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엔비디아가 HBM4에 대해 제덱이 제시한 표준 속도(8Gbps)보다 빠른 11.7Gbps 수준을 요구하면서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성능 확보에 주력해왔다. 삼성전자가 HBM4의 최대 속도를 구현하면서 성능 경쟁에 본격 불을 붙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HBM4는 단일 스택 기준 총 메모리 대역폭을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된 최대 1초당 3.3TB(테라바이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고객사가 요구한 3.0TB/s를 상회한다. 삼성전자의 HBM4 12단 제품은 24GB~36GB의 용량을 제공한다. 향후 고객사의 제품 일정에 맞춰 46GB의 용량을 갖춘 HBM4 16단 제품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력 소모와 열 집중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코어 다이에 저전력 설계 기술을 적용, 전 세대 대비 에너지 효율을 약 40% 개선했다. 열 저항 특성은 약 10%, 방열 특성은 약 30% 개선했다. 이로써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서버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냉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 이어 7세대 제품 HBM4E도 준비 중이다. 2026년 하반기에 샘플을 출하할 계획이다. HBM4E는 HBM4의 기본 구조를 기반으로, 동작 속도·대역폭·전력 효율을 한층 끌어올린 차세대 제품이다.
또한, 맞춤형(Custom) HBM도 2027년부터 고객사별 요구에 맞춰 순차적으로 샘플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맞춤형 HBM은 표준화된 제품과 달리 고객별 연산 구조와 사용 환경에 최적화해 성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HBM4 양산 과정에서 확보한 1c 공정 기반의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HBM4E 및 맞춤형 HBM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GPU 넘어 ASIC 시장으로 공급선 확대=아울러 삼성전자는 빅테크 기업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글로벌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및 자체 칩을 설계·개발하는 차세대 ASIC(주문형반도체) 기반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글로벌 ICT 기업) 고객사들로부터 HBM 공급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업은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AMD에 HBM3E 12단을 공급해왔다. HBM4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예상된다.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구글을 가리킨다. 이들 기업은 모두 엔비디아의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성능 HBM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AI 가속기 ‘마이아(Maia) 200’에 HBM3E 12단 제품을 단독 공급한 사실이 알려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전’이 엔비디아를 넘어 빅테크 기업들로 본격 확장되고 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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