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성폭력 파악 안 한 경찰…법원, 1500만원 배상 판결

오연서 기자 2026. 2. 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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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성폭행 목적으로 가혹하게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경찰에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13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ㄱ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5000만원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500만원을 부담하라"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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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 “피해자에 도움 되는 판례 쓰고 싶었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손해배상소송 대리인들이 1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30대 남성 이아무개씨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성폭행 목적으로 가혹하게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경찰에 부실수사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13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ㄱ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5000만원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500만원을 부담하라”라고 선고했다.

지난 2022년 5월 귀가하던 ㄱ씨를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려 한 이씨는 앞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은 이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검사는 디엔에이(DNA) 감정 등을 통해 이씨가 ㄱ씨를 성폭행할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혐의를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미수로 바꿨다. 이에 따라 항소심 형량은 1심(징역 12년)보다 가중됐다.

이후 ㄱ씨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 중에 대리인들은 경찰을 상대로 ‘ㄱ씨처럼 피해자가 기억을 잃은 경우의 수사 매뉴얼이 있는지’, ‘디엔에이 감정에 대한 수사매뉴얼이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피고 쪽은 ‘수사 기밀이라 공개가 어렵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아울러 피고 쪽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대리인들은 주장했다.

법원은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됨에도 수사기관이 필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고, 범인이 원고에 가한 성폭력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으므로 수사기관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의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국가배상법에 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당시 여러 성폭력 정황에도 경찰이 기억을 잃은 ㄱ씨의 일부 진술만을 듣고 추가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봤다.

이어 법원은 “ㄱ씨가 상당한 고통을 겪었으나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본 범죄가 추가됐고, ㄱ씨가 당한 구체적 태양 등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에서나마 공소장이 변경돼 유죄로 인정된 점 등 여러 가지 점을 참작해서 원고에 대한 위자료로 1500만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난 뒤 대리인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하고 위법한 수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깊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ㄱ씨는 대리인이 기자회견에서 연결한 전화 통화를 통해 “많은 피해자들이 수사에 미흡함이 있어도 문제제기를 못하고 그 점이 반복될 거란 생각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분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판례를 쓰고 싶었다”며 “앞으로 피해자가 소외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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