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 코리아풀 확대 제안… "지상파 폐해도 있었다" 쓴소리도

윤유경 기자 2026. 2. 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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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협회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 세미나
국내 미디어사업자 참여하는 국가 단위 '코리아풀' 확대 제안
법·제도개선 요구도 "방송법 얼마나 정교하게 정비되는지에 달려있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한국방송협회 주최) 세미나에서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문제와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한국방송협회.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과열 경쟁으로 독점 중계, 중계권료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국제 스포츠 중계권 공동협상체인 '코리아풀'(Korea Pool)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상파 방송사 독점 시대의 폐해를 돌아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한국방송협회 주최) 세미나에서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문제와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최근 JTBC가 2026년~2032년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면서 지상파 3사가 중계를 못하게 되자 일각에선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투기적 양상으로도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포츠의 공적 역할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TBC와 지상파 3사는 수차례 재판매 협상을 했지만 결렬되면서 이번 동계올림픽을 JTBC가 독점 중계하게 됐다.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동시에 시청하는 스포츠 경기는 광고 효과가 커 광고주들이 선호한다. 특히 신규 미디어와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미디어 시장 경쟁이 격화됐고, 대형 스포츠 경기는 신규 방송사업자의 인지도와 수익에 크게 기여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OTT도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린다. 쿠팡플레이는 지속적 스포츠 중계권 매수를 통해 지난해 2월 티빙을 제치고 국내 OTT MAU 2위에 올랐고, 티빙은 야구에 집중해 온라인 생중계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는 지금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자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독점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한국방송협회 주최) 세미나에서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문제와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사진=윤유경 기자.

이날 발제를 맡은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개별 사업자 단위를 뛰어넘어 방송과 OTT, IPTV 업계 등 국내 미디어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 단위의 확장된 코리아 풀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형식적인 코리아풀이 아니라, 방송사와 네이버 같은 온라인 사업자까지 포함한 넓은 코리아풀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스포츠 이벤트 중계를 원하는 국내 미디어사업자들이 모두 참여할 길을 열되, IOC나 FIFA 등과의 중계권 협상 창구는 단일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국민 관심 행사인 스포츠는 모든 국민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볼 수 없다면 한국 사회를 통합시킬 콘텐츠를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호주는 2025년 국내 방송사업자가 아니면 중계권을 사도 중계할 수 없게 법적으로 막아놨다”고 설명한 뒤 “결국 중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일본의 경우 올림픽 중계권을 NHK와 민영방송 5개사가 '재팬 컨소시엄'(JC)을 구성해 IOC와 협상하고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일본의 '재팬 컨소시엄' 형태 등과 같이 국내 사업자들의 공동 대응 방식과 법적 제도의 정교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JTBC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분야까지 포괄하는 컨소시엄이 이뤄진다면 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 법·제도 개선 요구

현장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선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남상원 KBS 스포츠기획제작부 팀장은 “코리아풀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며 현실성이 떨어진다. 결국 방송법이 얼마나 정교하게 정비되느냐에 달려있다”며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개념에는 '무료'라는 개념이 빠져있다. KBS는 2011년부터 오랜 기간 정부 당국에 '무료' 개념을 추가해달라는 의견을 내왔는데 지금껏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 팀장은 “결국 글로벌 OTT처럼 돈을 많이 굴리는 사업자들이 중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은데, 다른 사업적 움직임으로 해결하는 것보단 방송 법제화를 통해야 한다”며 “만약 글로벌 OTT가 확보하더라도 결국 보편적 시청권을 달성하기 위해 지상파 사업자든 무료 공영방송이든 이 부분에 기회를 줄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한국방송협회 주최) 세미나에서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문제와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왼쪽부터)김상우 SBS 스포츠기획부 부장, 강동수 MBC 스포츠기획사업팀 부장, 남상원 KBS 스포츠기획제작부 팀장. 사진=윤유경 기자.

김상우 SBS 스포츠기획부 부장은 어떤 곳이 중계권을 확보하더라도 무료 지상파 방송에 반드시 재판매하게끔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비싼 가격으로 사온 구매자가 우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판매 금액에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인터넷, 모바일 권리도 함께 재판매돼야 한다. 지금은 너무 보편적 시청권이 TV 방송권으로만 치우쳐있는데, 모바일, 온라인 상에서도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수 MBC 스포츠기획사업팀 부장은 “뉴미디어 권리를 네이버에 독점적으로 줘 유튜브 등으로 젊은 세대가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막아버린 것도 올림픽 분위기 조성 부진의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강 부장은 “국민적 관심 행사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고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면, 지상파 3사가 우선적으로 방송권을 확보해 먼저 접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며 “그 이후 타 플랫폼에도 재판매를 통해 방송 관련 권리를 공급하는 시스템적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진 한양대 미디어학과 교수도 “이번 동계올림픽은 흥행의 실패가 아닌 정책의 실패”라며 “방송 광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방송 산업계가 10여 년간 살려달라고 아우성 쳐왔고, 방송 광고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정책당국이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 JTBC의 선택도 결국 생존전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코리아풀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적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강력한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를 향한 쓴소리도 있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과거 지상파 독점 시대의 폐해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 올림픽 당시 여자 농구가 결승에 올라갔는데 중계하지 않고 지상파 3사가 남자 축구 경기만 중계한 적도 있다”며 “과연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일이었는지, 자사를 위한 이기적 행동이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근원적으로는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노력이지만, 기저에 남아있는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닌가 생각해보면서, 앞으로 바뀐다면 지상파가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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