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떨고 있니”…집값 잡으려 보유세도 올릴까?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 대통령은 5월 9일까지 세입자가 거주 중인 다주택자의 집은 처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 언론사 사설을 첨부하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이미 4년 전부터 매년 종료가 예정됐던 것인데 대비 안 한 다주택자 책임이 아닌가”라며 비판적으로 대응했다.
‘설마’ 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현실로 다가오자 당사자인 다주택자들은 셈법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5월 9일까지 보유 주택을 매도하지 않거나 매도하지 못한다면 다음 고려해야 할 비용은 보유세이다. 양도세는 실제 주택을 팔지 않으면 과세되지 않지만 보유세는 당장 해당 주택으로 얻는 소득이 없어도 매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며 다소 중도적인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서울 전역과 경기도 남부 주요 지역 아파트에 대해 갭투자를 막아버린 10·15 대책이 시행됐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
1월 29일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호’를 비롯한 도심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당장 입주물량이 증가하지는 않는 데다 일선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정해진 가구수마저 공급이 가능할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세금’ 카드를 꺼냈다. 정부가 세금을 활용해 겨냥하는 대상은 집값이 오를 때 언제나 그렇듯 다주택자이다. 다주택자가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 남는 집을 내놓으면 시장에 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이미 세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됐기 때문에 세율 자체를 쉽게 손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보유세에 대해서도 세법 개정을 통해 세율을 더 높이기보다 시행령 등의 조정을 통한 ‘실질 세금’ 올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준비된 다주택자 세금 중과
5월 9일 유예가 끝나는 현행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 등장한 뒤 2018년 4월 시행됐다. 2022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윤석열 정부에서 한시적 유예조치를 내렸다. 이 유예조치는 3차례 연장되면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8·2 대책 내용은 양도차익에 따라 6~40%인 기본 세율에 2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때 1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20%p를 가산해 과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020년 발표된 7·10 대책에서 법이 더 강화돼 2021년부터는 기본 세율이 45%까지 높아졌다. 2주택자 가산은 20%p, 3주택 이상은 30%p까지 가산하기로 했다. 즉 다주택자는 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때 양도차익의 최대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때 지방세도 함께 내야 하므로 실제 세금을 떼고 손에 주어지는 차익은 더 작아진다.
2020년 7·10 대책으로 취득세, 보유세도 올랐다. 한창 집값이 오르던 때라 전방위적 대책이 쏟아졌다. 주택 취득세는 규제지역에서 2주택에 대해 8%, 3주택에 대해 12%까지 높아졌다. 10억원 짜리 집을 사면 1억2000만원까지 취득세가 올라간 것이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두루 올랐다. 실거래 기준인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세와 달리 보유세는 주택을 보유하는 한 매년 부과되며 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된다.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3주택 이상)은 3.2%로 높아졌으며 12·16 대책에서는 4%, 7·10 대책에서는 6%까지 올랐다.
재산세는 다주택자에 대해 따로 중과되지 않았지만 1주택자 특례를 적용해 사실상 2주택 이상 보유한 납세자에게 중과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정부는 여기에 과표를 결정하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세금이 과중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시가격에 적용하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21년 95%(종부세 기준)까지 높였다.
세법 못 바꾼 尹 정부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가 공약이었던 만큼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침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닥치면서 경기도 급격히 침체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화끈한 완화’를 내놓지 못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지방에 미분양이 적체되고 중소 건설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릴 만큼 건설 경기가 악화했지만 수도권 집값만큼은 정부 정책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정부에서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자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집값이 상승했고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나서는 경기도 아파트 시세도 올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주택공급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몇 년간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 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던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자꾸 집값이 오르는 지금의 흐름을 보면 잠재된 수요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당시 정부·여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지 못했던 영향도 크다. 여야 갈등이 심하던 상태에서 정부는 국회를 통하지 않는 우회로로서 ‘시행령 개정’을 선택해 ‘시행령 정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1년 마다 연장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지금 정부에서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만으로 곧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에 대해 중과를 받게된 것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종부세 중과 배제도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방세법 시행령에 명시돼 대통령령으로 변경할 수 있다. 현재는 종부세에 대해 60%가 적용된다.
‘핀셋 개정’만으로 세금 커져
이는 이재명 정부도 단순 시행령 개정만으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당시 강화된 세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직접 세율을 올림으로써 공약을 어기고 여론의 비판을 받는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다.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내놨지만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5월 9일 계약을 맺은 주택에 한 해 강남 3구 및 용산에 대해서는 3개월, 다른 신규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까지 잔금을 치르는 사례까지 중과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세금을 높이기보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어떻게든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2월 2일 브리핑에서 “보유세는 ‘최종적으로 모든 것(정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때’라고 생각하는 전제하에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한 만큼 당장 보유세가 강화될 가능성은 낮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는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나올 수는 있으나 수도권 규제지역은 실수요자들만 매수가 가능한 상황에서 대출규제까지 겹쳐 거래가 성사될지는 의문”이라며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당시를 비롯해 전방위적으로 강화된 세제에도 집값이 상승했던 ‘학습효과’가 여전히 ‘상승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결국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쏠리지 않고 주식, 기업투자에 투입되도록 애쓰고 있는 현 정부가 ‘교통정리’를 위해 추가로 나설 수 있다.
이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된 일명 ‘찌라시’에는 ‘공시지가 현실화율 95% 시행’, ‘비거주 아파트 보유세 연 3%’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에 해당 내용에 대해 부인했지만 소문은 식지 않는 분위기다. 권대중 교수는 “실제로는 세율을 올리기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보유세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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