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를 흔들 네 가지 ‘미래 위험’
세계경제포럼, 분석가 100여명 조사 발표
“경제·기술·안보 융복합적 위기 이미 시작”

2020년대 후반에 들어선 오늘날 전 세계는 기후 위기와 함께 미-중 대결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지정학 갈등, 인공지능 혁명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 서 있다. 이들은 서로 맞물려 세계적인 힘의 균형과 기존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전 세계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회의기구인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국면을 지정학적 대립, 정보 혼란, 사회적 양극화로 대별되는 ‘경쟁의 시대’로 규정했다.
포럼이 그 후속작업으로 2030년까지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흐름 네 가지를 발표했다. 이번 작업은 뉴욕대와 컨설팅업체 위키스트랫(Wikistrat)이 공동으로 선별한 277개 위험과 충격 요인을 전 세계 22개국 분석가 105명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국 지지대 역할 축소…다중심 세계로
분석가들은 앞으로 미국의 리더십은 더욱 선택적이고 거래적인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변화는 미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미국이 맡았던 국제 시스템의 기본 지지대 역할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다른 나라들에겐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압박인 동시에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기회다.
분석가들은 이런 변화는 다극화(Multipolar) 차원을 넘어, 세계 권력이 여러 중심지로 분산되는 다중심(Polycentric) 세계로의 이행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26년의 경우 응답자의 70%가 미국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했지만, 2030년에도 미국이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분석가들은 세계적인 리더십을 유지하고 영향력을 행사는 전략적 자산의 핵심 지표로 인공지는 역량을 꼽았다. 데이터, 칩, 클라우드 용량, 플랫폼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이 영토나 군사력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기술 기업들은 이제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부상했으며, 중견국들 역시 인공지능 같은 특정 분야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다중심 세계가 글로벌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이젠 절차보다 성과가 중요
분석가들은 이제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 방식이나 헌법 같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안보, 공정성, 기회,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민주적인 ‘과정’보다 내 삶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성과’가 민주주의 정당성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에서 성과적 정당성으로의 이동이다.
분석가들은 생활비 문제나 부패, 치안, 기회 등의 면에서 제대로 된 관리 시스템이 없다면 국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젊은 세대는 추상적인 이상보다 손에 잡히는 실질적 결과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단순히 선거 결과가 아니라 선거 이후의 정당성, 예컨대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이나 사법부나 선거 관리 기구에 대한 신뢰, 정치적 양극화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그늘 벗어나기…세계 금융 불안 커진다
분석가들은 어느날 갑자기 미 달러화를 대체할 다른 통화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세계 곳곳에서 달러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미국에서 보듯 관세, 수출 통제, 투자 제한 같은 지경학적 정책 수단이 잦아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달러 보유고를 매각하고 있고 인도나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은 자국 통화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통화가 다양해지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며, 오히려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가간 보복성 제재나 관세,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같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가상자산 같은 민간 디지털 화폐 확산이 맞물려 세계 금융시장은 더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에 대한 반발…사회 인프라까지 확산
분석가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는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를 넘어 정체성의 위기로 확장됐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을 없애버린다면 일이 없는 우리는 과연 누구냐는 정체성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은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지위와 삶의 의미, 사회 일원으로서의 안정감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따라서 기술이 가치의 기준을 바꾸게 되면 정신 건강 위기, 사회적 불안, 기술에 대한 반발 같은 정치적 결과가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2026~2028년 사이에 이런 위기가 더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봤다.
분석가들은 특히 기술에 대한 반발 움직임은 기반 시설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과 물 공급,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야기한다. 지역 사회에선 이미 이 비용을 누가 지불하는지,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작업을 이끈 마하 호사인 아지즈 뉴욕대 교수(국제관계학)는 “경제와 기술, 안보 위험이 하나로 얽히는 융복합적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며 “지도자들은 지정학적 변화에서부터 기조 제도에 대한 신뢰 저하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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