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마음이 합니다." 탱크 최경주, 골프 꿈나무와 희망을 곡괭이질
- 인기 과목은 단연 벙커샷, 세상에 없던 연습장과 연습법
- ‘인사성·절제·겸손’… 골프보다 중요한 최경주의 철학
- 최경주 재단, 제16기 골프 꿈나무 모집… 미국 진출 발판 마련
- 현대해상 10년째 남자 프로대회 개최, SK텔레콤과는 300명 넘는 장학생 배출

최경주(56)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로운 의욕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한국의 10대 골프 유망주 10여 명과 함께 동계 훈련을 하며 신년을 힘차게 열어가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자택으로 고교생 골프선수를 초청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식뻘 되는 '제자'들과 어울리다 보면 하루해가 짧기만 합니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최경주는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출범한 뒤 유망주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는 "어려운 청소년과 세계 정상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의 끈이 되고 밝은 빛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2008년 시작한 꿈나무 캠프는 매년 중국에서 개최되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캠프 때마다 최경주는 바쁜 일정을 쪼개 선수들의 훈련과 연습 라운드뿐 아니라 식사, 인성교육 등까지 일일이 챙기고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최경주 재단 사무실에서는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제16기 골프 꿈나무'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있는 주니어 골퍼 발굴을 지원하고, 미국 AJGA(주니어골프협회) 대회와 KPGA 대회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PGA 진출 및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기회와 프로그램을 연계합니다.
최경주 재단 골프 꿈나무에 선발되면 최경주와 함께하는 미국 골프훈련, 실전을 위한 정기라운드 및 스릭슨 골프용품 지원, 최경주의 원 포인트 레슨. 미국 AJGA 주니어챔피언십 대회나 KPGA 대회 출전 기회 부여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집니다.
신청 대상은 한국 중고골프연맹에 등록된 고등학교 1학년(2010년 출생), 2학년(2009년 출생) 으로 중고연맹 평균 타수 76타 이하(2025년 기준)라야 합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선수는 우대합니다.

최경주와 함께하는 골프훈련 과정에서 최고 인기 과목은 역시 벙커샷입니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백사장에서 수도 없이 반복했다는 최경주의 벙커샷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미국 캠프에서는 최경주가 독창적으로 고안했다는 클레이 샷을 통해 정확한 볼 스트라이킹 능력을 향상하게 시키고 있습니다. 최경주는 테니스 코트에 사용하는 레드 클레이에 물을 주고 소금을 뿌려 인절미처럼 물컹하게 만든 특수 연습장을 직접 만들어 벙커샷 훈련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클레이에 금을 그은 다음 공을 반복해서 치게 하면 임팩트 정확도가 올라간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클레이에서는 공을 정확히 가격하지 않으면 제대로 쳐낼 수 없습니다. 최경주는 "이 훈련을 통해 뒤땅을 치던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고 비거리까지 늘어났다. 효과 만점이다. 클레이에서 공을 원하는 대로 때릴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코스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전했습니다.

최근 PGA투어는 유튜브를 통해 최경주의 이색 벙커샷 연습 장면을 소개했습니다. 마치 곡괭이를 내리치듯 샌드웨지로 모래를 수직으로 강하게 내려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겁니다. 일명 해머 드릴(Hammer Drill)이라고 불린 이 방법은 주니어들에게 모래를 직접 타격하는 감각을 익히는 데 효과적이라 최경주가 벙커에서 맨 먼저 하는 연습이라고 하네요.
최경주는 "해머처럼 내려치는 스윙은 그립과 앵글, 파워가 중요하다"라면서 "보통 처음 해머 스윙을 하는 사람들은 똑바로 수직으로 내려치지를 못한다. 손을 과도하게 쓰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머 치는 느낌을 갖고 벙커샷을 하면 멋진 스핀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최경주의 얘기입니다.

최경주가 어린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건 골프 잘 치는 요령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는 "항상 인사를 해라. 선수로서 늑장 플레이하지 말라, 상대방이 안 되는 것에 좋아하지 말라"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힘들어하면 위로해 주고, 안 되는 게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라고 합니다. 그런 최경주의 신조는 바로 '인사성, 절제, 겸손'입니다.
최경주는 2000년 미국 PGA투어에 한국 선수 최초로 진출한 필드의 개척자입니다. 그가 없던 길을 만든 뒤 후배들이 줄지어 PGA투어에 뛰어들어 세계 남자골프의 변방이던 한국은 어느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습니다.
최경주 역시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뜨거운 신앙심에 힘입어 선수로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에 한국인 최초로 뛰어들어 우승 트로피까지 안았습니다.
재단 이사장 명함도 갖고 있는 최경주는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열 일을 제쳐두고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의 열성에 대기업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딴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최경주가 침체한 남자골프 저변 확대를 위해 대회를 열다가 스폰서 부재와 자금 부족 등으로 개최가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알게 되면서 후원이 시작된 게 10년 전 일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 10회째 대회를 치르는 동안 정몽윤 회장의 후원 결정에 따라 10년간 약 1300명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하고, 총상금 누적액 102억5000만 원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최경주는 24일 열리는 최경주 재단-SK텔레콤 희망 장학생 졸업식 및 증서수여식도 치릅니다.
SK텔레콤은 최경주 재단과 파트너십을 통해 스포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최경주 재단과 함께 '장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국 저소득층 가정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사회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300명 넘는 학생이 지원받았습니다.
'탱크' 최경주의 선한 영향력은 골프장 안팎을 넘나들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힘차게 밀어주는 무한궤도가 되고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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