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방 한 칸에 100만원?
원룸의 월세 이야기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 방 한 칸 렌트비다.

불법체류자는 아닌데요
많이 설레었던 것 같다. 여행자가 아닌 신분으로 외국에 온 건 처음이니까. 그렇다 한들 13시간 장거리 비행은 결코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비몽사몽 얼굴에 피로를 덕지덕지 묻힌 채로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공항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섰다. 워킹홀리데이 생활의 첫 관문인 입국심사가 혹여 까다로울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캐나다 이민국에서 받은 최종 워홀레터, 해외장기체류보험 영문증명서, 여권을 제출하면 대부분 별말 없이 워크 퍼밋(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을 발급해 준다.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뒤적거리며 쾅쾅 도장을 찍던 입국심사관이 빳빳한 비자를 건네며 말한다. "어딜 가든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해." 이건 일종의 경고다. 이 경고를 가장한 조언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2개월 차, 기분 전환 겸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캐나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워크퍼밋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에 다녀오기에는 너무 멀고,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고.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다 전산처리 되어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게 다가올 미래를 예상하지 못한 채 일주일간 신나게 여행한 뒤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어느 사무실로 보내졌다(이곳을 진실의 방이라고 칭하고 싶다). "비자를 안 들고 다니는 의도가 뭐지?" 아찔했다. 불법체류자를 쳐다보는 듯한 입국심사관의 매서운 눈빛이었다. "의도는 없고 그냥 제가 깜빡했을 뿐인데요…" 순식간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하며 신분 입증에 도움이 될 만한 사진과 파일을 다 보여 줬다. "그럼 비행시간을 변경해서라도 가져왔어야지." 할 말이 없어졌다. 다시는 안 그러겠노라 맹세하고 나서야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부끄럽게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나는 이곳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증거를 언제나 잘 챙겨야만 하는 이방인이라는 것을.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방을 구해 봐야지.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살 각오
무계획 인간에게는 주기적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한국은 세입자들끼리 이사 날짜를 조정하지만, 캐나다의 경우 매월 1일을 기준으로 방을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워홀러들 대부분 중순쯤 입국해 10~14일간 임시숙소에 머물며 집을 구하고는 하는데, 평생을 즉흥적으로 살아온 나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채 덜컥 31일에 입국하고 만 것이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임시숙소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초조해졌다. 키지지(kijiji), 페이스북, 한인 커뮤니티와 같은 룸 렌트 사이트를 종일 들여다봤다. 가족도 따로 살아야 화목하다는 지론을 가진 독거 예찬론자로서 혼자 쓸 수 있는 원 베드룸과 스튜디오(한국의 원룸) 타입을 먼저 찾아봤다.

한 달에 렌트 비용이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오랜 신념 따위 경제적 이유로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한다. 현실로 돌아와 룸 셰어를 알아봤다. 이럴 수가, 이마저도 최소 100만원은 내야 한다니. 즉시 입주 가능한 방들이 있긴 했지만,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남아 있는 곳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는 법.

전략을 바꾸기로 한다. 말일까지 지낼 수 있는 두 번째 임시숙소를 구하고 여유를 가지자! 때마침 400달러짜리 하우스 세컨룸 20일 단기 렌트를 발견했다. 지금 지내는 에어비앤비의 1/4 가격이다. 일단 안전(?)하게 잡아 놔야 하는 건 아닐까, 마음이 또다시 조급해졌다. 고민을 거듭하다 이 정도면 무난하다 싶어 직접 보자마자 보증금을 냈다. 이제 천천히 다음 달 입주할 좋은 방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은 순간, 내가 찾던 조건의 방이 올라왔다. 콘도, 세컨룸, 개인 화장실, 거실렌트 없음, 수영장 보유, 8일 입주 가능…. 하루만 더 일찍 올려 주시지.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고민 끝에 보증금을 걸어 놓은 하우스 주인에게 연락했다. 세입자 변심이라 보증금은 돌려줄 수 없단다. 인정에 호소해 볼까 했지만 어림도 없다. 오늘도 바보 비용으로 인생을 배운다. 통장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속은 조금 쓰리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뭐, 이런 일도 있는 법이다. 좋은 룸메이트와 방을 만났으니 그걸로 됐다.

▶캐나다 워홀 초기 정착을 위한 TIP3
1. 한국과 다른 캐나다 주거형태
캐나다 집은 형태에 따라 크게 콘도와 하우스로 나뉜다. 콘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헬스장, 수영장, 라운지 등의 어메니티(부대시설)가 갖춰진 아파트라고 볼 수 있고, 하우스는 미국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전형적인 북미 단독주택을 생각하면 된다. 오래된 하우스는 대부분 목재로 지어져 콘도보다 방음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내부 공간은 마스터룸(화장실이 있는 큰 방), 세컨룸(작은 방), 덴(대개 창문이 없는 창고처럼 작은 공간을 의미)이라 부른다. 토론토의 경우 입주시 첫 달 월세와 함께 마지막 달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는 게 일반적이다. 월세는 지역, 건물 형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토론토 룸 셰어 기준 방 하나에 대략 800~1,500달러 정도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특성을 고려해 렌트할 대상을 선택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름, 성별, 하는 일, 생활 패턴, 희망 거주 기간 등의 내용을 담아 렌트 관련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2. 캐나다 도착 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신(SIN) 넘버 받기, 은행 계좌 개설, 현지 신분증 발급이다. 먼저 신 넘버는 캐나다에서 일하려면 필수적인 개인의 고유번호다. 서비스 캐나다를 방문해 여권과 비자를 제출하고 부모님 성함과 생년월일, 집 주소, 전화번호 등을 작성하면 된다. 토론토에 평일에 도착한다면 공항 내 서비스 캐나다에서 신 넘버까지 한 번에 발급받고 나오는 걸 추천한다. 워홀러들은 주로 TD나 CIBC 은행을 이용한다. 신규가입자를 위한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데, 워홀 기간 동안 계좌 유지비를 면제해 주고, 공과금 자동납부 및 인터넷 결제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300~400달러를 주는 프로모션을 꾸준히 진행하니 놓치면 손해다. 가끔 데빗카드(체크카드) 온라인 결제가 안 될 때도 있어 연회비 없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면 만드는 게 좋다. 한국 운전면허증을 캐나다 운전면허증으로 바꿀 수도 있다.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매번 여권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신분증으로 유용하다.

3. 캐나다의 2월에는 여기, 퀘벡 윈터 카니발
단풍이 전부는 아니다. 퀘벡의 겨울은 또 다른 재미가 있으니까. 1894년에 시작된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arnival))은 중국 하얼빈 빙등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겨울 축제로도 꼽힌다. 혹독한 겨울을 나던 주민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1955년에 부활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매년 4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캐나다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도시 전체가 축제장으로 변한다. 얼음 궁전, 눈 조각상 등을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얼음 카누 경주, 대형 눈 미끄럼틀, 눈 목욕 등 추운 겨울을 온몸으로 부딪히는 액티비티가 가득하다. 대형 눈 조각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올드타운 주요 거리에 등장하는 야간 퍼레이드가 하이라이트. 매년 1월 말~2월 중순에 개최되며, 올해는 2월6~15일까지 열린다. 윈터 카니발이 열리는 시기는 퀘벡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니 추위에 단단히 대비할 것. 지난해에는 폭설로 비행기가 줄줄이 결항돼 하마터면 토론토로 돌아가지 못할 뻔했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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