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마을 주민의 '연금'이 된다면? [로컬 인사이드]

조신주 2026. 2. 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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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주민이 주도하는 ‘햇빛연금마을’ 첫발
재생에너지로 지역 소득과 산업 경쟁력 동시 강화
공공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선순환 에너지 구조
전력망·참여 지속성·재정자립 등 남은 과제 산적

[지데일리] 완주군이 ‘햇빛연금마을’로 지역 에너지혁신에 나선다.

완주군은 태양 아래 새롭게 그리는 청사진은 단일 에너지사업이 아니다. ‘전기를 지역에서 만들고, 그 이익이 다시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통해 지역경제, 산업, 공동체가 함께 숨 쉬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이름부터 상징적인 ‘완주 햇빛연금마을(가칭)’ 사업이 본격 추진되며, 완주는 농촌형 에너지 자립의 새로운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완주군이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햇빛연금마을’ 조성에 나섰다. 태양광 발전 수익을 지역에 환원해 소득과 복지를 높이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자립을 추진한다. ⓒ픽사베이


에너지 전환, 지역 소득으로 이어진다

완주군이 추진 중인 ‘햇빛연금마을’은 단일 사업이 아닌, 지역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는 ‘전략 패키지’다. 군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단일 발전소 건설의 문제가 아니라, ‘분산에너지-지역소득-산업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연계한 구조로 설계했다.

군 관계자는 “공공이 기반을 마련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완주형 에너지 자치모델을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햇빛연금마을’의 기본 구상은 이렇다. 마을 단위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고, 발전소 소유권은 주민 협동조합이 갖는다. 민간 기업은 설계·시공·운영을 담당하되, 정해진 용역비만 수취하고 발전 수익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즉, 기업은 조력자 역할에 머물고, 에너지로 인한 수익은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이는 기존 민자 중심의 발전사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운영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민 참여·주민 환원’ 원칙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이다.

39개 마을이 손든 이유

완주군은 이미 이 사업의 민심을 확인했다. 지난해 실시한 사전 수요조사에서 39개 마을이 참여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사업 참여를 희망한 결과다. 이는 지역 내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환경 보호”를 넘어 “소득 창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정부의 재생에너지 관련 공모사업은 연간 약 500개소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완주군은 이러한 전국적 한계를 감안, 정부 공모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실행 체계를 준비 중이다. 공공부지와 유휴공간을 적극 활용해 ‘완주형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향후에는 각 마을 단위로 확산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전문가 자문단 구성도 추진된다.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안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 컨설팅이 병행된다. 군은 이를 통해 초기 단계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립 가능한 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

공공이 선도하는 ‘선순환 구조’

완주군은 공공시설을 활용한 발전사업에도 직접 나선다. 공영주차장 등 기존 공공시설물의 유휴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발전소를 운영하고, 발생한 수익을 다시 군민에게 환원하는 ‘공공 순환형 구조’를 만든다.

이 수익은 단순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예술·체육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사회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병행한다. 이는 에너지사업을 복지정책과 연결한 새로운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군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발전 인허가, 주민 협동조합 설립, 절차 컨설팅 등을 일괄 지원해 마을이 쉽게 참여하도록 돕는다. 전력망(계통) 여건을 고려해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첨단 기술을 단계적으로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에너지로 지역 경쟁력 키운다

‘햇빛연금마을’은 단순히 주민 소득사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완주군은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가 지역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대응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적으로 RE100은 기업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완주가 지역 차원의 분산형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확보하게 되면, 지역 기업은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어 경쟁력 향상과 투자 유치에도 유리해진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대규모 송전망 구축이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있다. 분산형 구조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지역 내에서 자급·공유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으로 평가된다.

‘기본사회’와 에너지 복지의 결합

완주군은 최근 ‘기본사회 실현’을 정책 화두로 내걸었다. 기본사회란 모든 주민이 최소한의 생활 기반과 사회적 안전망을 공평하게 누리는 사회를 뜻한다. 이번 재생에너지 전환정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에너지 이익이 일부 계층이나 사업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취약계층의 주거·복지·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이를 위해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수익 일부를 사회복지 지원금,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노인 일자리 사업 등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에너지전환 정책이 단순한 “환경 과제”에서 “사회혁신 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관건이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은 전력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핵심인데, 일부 농촌 지역은 계통 연결이 취약하다. ESS 등 보완 기술의 도입과 배전 인프라 확충이 병행되어야 사업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주민 참여의 지속성이다. 초기에는 수익 기대감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협동조합 운영이 복잡해질 경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완주군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협동조합 경영교육, 갈등 조정기구 운영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정책의 일관성과 재정지원이다. 지방 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많다. 향후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지자체 자체 예산과 민간 자본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재정모델이 필요하다.

완주군의 ‘햇빛연금마을’은 단지 태양광 설치사업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에너지주권을 회복하려는 실험이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주민 소득, 산업 경쟁력, 사회적 평등의 세 축을 연계한 점에서, 완주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전망이다. 

완주에서 시작된 작은 태양광 발전기가 언젠가 지역 공동체의 ‘연금’으로, 또 도시와 농촌을 잇는 ‘에너지 연대’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