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교 방치’에서 계약 분쟁까지…황희찬 의전 논란, 진실은 어디에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30·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을 둘러싼 ‘의전 갑질’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한 매체가 차량 방치와 무상 의전 제공 의혹을 보도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이미지 논란을 넘어 계약 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황희찬 측은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의전·렌터카 업체 측은 계약상 의무 불이행과 신뢰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 영동대교 페라리 방치 논란
논란의 출발점은 2025년 5월 31일 새벽 서울 영동대교 진입로에서 발생한 차량 고장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황희찬은 고장 난 페라리 푸로산게를 비상등만 켜 둔 채 현장을 떠났고, 안전 표지 설치 등 2차 사고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본인이 “위험했다”고 언급한 정황이 공개되며 책임 회피 논란이 확산됐다.
황희찬 측은 즉각 반박했다. 차량이 멈춘 직후 업체 대표와 통화하며 견인과 대차를 요청했고, 약 15분간 차 안에서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벽 시간대 교통 상황이 위험했고, 업체 측에서 “위험하니 이동해도 된다”고 조언해 인근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는 입장이다. 고장 원인 역시 차량 특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고의적인 방치가 아니라 상황 판단에 따른 이동이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안전 조치의 적절성이 쟁점이며, 도덕적 책임과 갑질 여부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접촉사고 처리와 현장 이탈 문제
2025년 7월 발생한 접촉사고도 논란에 포함됐다. 황희찬이 주차 중 사고를 낸 뒤 현장을 떠났고, 사고 처리를 업체에 맡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업체 측은 사실상 가해 차량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황희찬 측은 상대 차주의 연락처를 즉시 전달했고, 업체가 현장으로 이동해 수습하겠다고 안내해 이동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뺑소니 의도는 전혀 없었고, 사고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형사적 책임 문제보다는 사고 처리 방식의 적절성 여부가 쟁점으로 남는다.
■ 의전 범위, 어디까지가 계약이었나
의전 서비스 범위는 양측 주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업체 측은 여행, 장례식, 골프, 지인 픽업, 텐트 설치, 행사 물품 세팅 등 계약서에 없는 요구가 반복됐다고 주장한다. 1년간 75회 출동, 22대 차량 제공이라는 수치도 공개했다. 이들은 “계약을 넘어선 심부름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황희찬 측은 계약서에 ‘황희찬 및 직계 가족’이 명시돼 있었고, 상당수 지원은 업체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족 여행 지원 역시 “직원 워크숍 겸 동행을 제안해 숙소와 식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장례식 지원 또한 계약 범위에 포함된 서비스였으며, 일방적 요구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계약서 조항과 문자·통화 맥락이 공개돼야 의전 범위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무상 서비스 편취 vs 쌍무계약 구조
업체 측은 황희찬이 15개월간 고급 차량과 의전을 제공받으면서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고, SNS 홍보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SNS에 관련 태그가 확인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황희찬 측은 해당 계약이 모델료를 받지 않는 대신 초상권과 성명권을 제공하는 쌍무계약이었다고 강조한다. 투자유치 IR 자료에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광고 촬영 및 홍보 활동을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경기 스카이박스 초청, 식사 제공, 현금 지원 등 역으로 비용을 지출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안은 금전적 정산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무상 편취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상호 홍보 계약으로 해석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 계약 종료 배경과 신뢰 문제
황희찬 측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로 업체 재무 악화, 임금 체불 정황, 대표 개인 채무, 과거 전력, 렌터카 업체의 폐업 사실 미고지 등을 들고 있다. 초상권 무단 사용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체 측은 황희찬 측이 매니지먼트 위임을 암시하며 신뢰를 형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계약상 의무 불이행이 갈등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감정 문제가 아니라 계약 신뢰 파탄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민사 분쟁에 가깝다.
■계약과 증거 공개가 핵심
이번 논란은 ‘갑질’이라는 단어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합적 사안이다. 일부 차량 사고 대응 과정에서는 황희찬 측의 판단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가능하지만, 의전 범위와 무상 서비스 여부, 홍보 의무 이행 문제는 계약서와 전체 대화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계약서 조항, 통화 녹취, 문자 메시지 전체 내역 등 객관적 자료의 공개 여부다. 부분적 캡처나 주장만으로는 책임을 단정하기 어렵다. 법적 판단과 함께, 투명한 자료 공개가 있어야만 이번 분쟁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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