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들개이빨의 유머 담긴 〈진짜진짜최종〉 이야기
들깨이빨, 늑대치아 등은 만화가 ‘들개이빨(본명 유아영)’의 동업자 격이다. 음식 만화 〈먹는 존재〉로 2014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GL 드라마’ 만화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이하 ‘부내죽’)으로 2024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대중성을 인정받았지만 원고 청탁서 등에 필명이 틀리게 적혀 오곤 했다. ‘개’를 좋아해 별생각 없이 지은 이름이고, 이렇게 자주 자기 입으로 부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냥 한번 보면 변형을 시켜서든 기억에 남는 이름인 듯해서” 만족한다. 최근에 ‘늑대수염’이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지만. 동업자에 이은 하청업체 이름 정도랄까.

들개이빨의 만화를 두고 어떤 독자는 ‘한치 앞을 모르겠다, 이 만화’라고 댓글에 썼다. 맞는 말이다. 예측 불허의 전개와 느닷없는 유머가 튀어나온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거침없는 대사와 독특한 유머에 키득거리게 된다. 작가 본인은 ‘괴상하고 울퉁불퉁하고 이상한 만화’라고 표현했지만 한 단어가 빠졌다. ‘재미있다.’
그 특유의 유머를 주의 깊게 본 편집자들이 책 출간을 제안했다. 2022년 음식 에세이 〈나의 먹이〉를 썼고, 최근 〈진짜진짜최종〉(마음산책 펴냄)을 출간했다. ‘만화가라는 직업에 관련된 에세이를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덜컥 수락했다. 그의 만화처럼 중간중간 느닷없는 유머가 웃음을 자아낸다. 만화가가 된 계기, 만화가의 일상과 웹툰업계에 대한 생각도 담았다. 1월27일, ‘들개이빨’ 작가를 만났다.

유아영씨는 개그를 좋아했던 유년기를 보냈다. “교실 뒤에서 책만 보는 어두침침한 애” 같아 보였지만, 늘 웃기는 사람이 좋았다. 재미있는 개그가 터지는 순간이 너무 좋아 코미디 프로그램을 녹화해 크게 웃었던 부분을 다시 보곤 했다. “친해지면 ‘쟤가 좀 웃긴다’는 소리를 약간 들었다.” 만화 잡지 〈보물섬〉을 좋아해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으나 부모님이 반대했다. ‘만화가는 굶는다’는 인식이 강한 시절이었고, 5월이면 만화를 모아 불태우는 행사도 있었던 시절이다. “법조인이 돼 취미로 만화를 그리면 사람들이 뭐라 안 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법대에 진학해 고시생이 되었으나….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서, 놀았다. “그냥 계속 놀고, 식비를 아낀다고 밀가루를 사서 공부는 안 하고 면을 뽑았다.” 수타면을 얻고, 합격증을 잃었다. 세 차례 낙방을 하고 부모님이 말했다. ‘너는 안 되겠다, 차라리 만화를 그려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데, 좀 겁이 났다. 글 쓰고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일이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나름 유머 감각이 있다’고 판단해 예능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나, 취업을 담당하는 방송작가 선생님이 그를 보고 한마디했다. “너는 시사교양 관상이다.” 그렇게 1년여 방송작가 생활을 했다. 취재하는 재미가 있었으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익명 게시판에 글 쓰고 만화를 올리는 ‘백수’ 생활을 시작했다.
‘글을 쓰면 사람들이 좋아하네’ 정도의 느낌을 받을 무렵, 지인이 웹진에 만화 연재를 제안했다. 그 웹진에 낙서처럼 그려서 올린 만화가 〈먹는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먹는 걸 좋아했다. 자다가도 먹을 거를 생각하고, 다음 끼니를 뭘 먹을까 떠올리는 타입이었다. 한 끼에 5인분을 우습게 먹는 시절이었다. 언젠가 먹는 것과 만화를 결합해봐야지 생각을 막연히 하다가 웹진 연재 제안에 즉흥적으로 그렸다. 사자성어를 많이 외우던 세대라 네 글자를 좋아한다. ‘먹는’ 단어는 들어가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만든 제목이 ‘먹는 존재’다.” 37회쯤 연재할 때, 레진코믹스와 만화출판사 애니북스에서 연재·출간 제안을 해왔다. 〈먹는 존재〉의 유머가 통했다.
만화가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지만, ‘만년 바들바들 불안에 떠는 만화계의 사시나무’처럼 느껴졌다. 본인 표현으로 ‘배수진을 치고 최후의 발악을 하듯 작업한 만화’가 2023년 5월에 연재를 시작한 ‘부내죽’이다. “웹툰 시장이 원하는 정도의 오락성을 가진 만화를 못 그릴 거라는 위기감이 있었다. ‘부내죽’ 초안은 7∼8년 전부터 만화 플랫폼에 제출했다가 거절당했다. 다듬고 다듬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오락성을 내보자, 금기를 깨는 개그를 해보자고 한 작품이다.” 그가 처음 시도해본 로맨스물이 통했다. 이 작품으로 2023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도 받았다.
‘자신감 없는 만화가가 생존하는 법’을 담은 〈진짜진짜최종〉은 〈죽는소리〉가 될 뻔했다. 15년 동안 만화가로 살면서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담았다. 최종 경합자 〈진짜진짜최종〉으로 정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한테는 가슴에 사무치는 단어 아닌가. 저 제목으로 검색했을 때, 너무나 많은 진짜진짜최종 파일이 검색되는 걸 보면.”
아무리 막아도 “할 놈은 한다”
‘들개이빨’ 정도의 성취면 너무 엄살은 아닐까. 그는 ‘15년 만화가의 삶’에 대해 “진짜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잘된다 하니 치킨집 옆에 치킨집 옆에 또 치킨집 생기는 판’과 비슷한 웹툰 시장에서, “홍대에서 ‘작가님’ 하고 부르면 대여섯 명은 뒤돌아볼 것처럼 만화가가 많아진 듯한 환경에서” 어떻게 15년을 보냈지 싶단다. “노하우는 안 쌓이고, 매번 리셋되는 느낌이지만 이게 만화 일의 힘든 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경력은 소용이 없다. 매번 시대가 원하는 재미와 욕망을 잘 탐구해야 한다. 어쩌면 그런 불안이 결과적으로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출간 계약은 했는데, 1년 동안 한 줄도 못 썼다. ‘만화계의 사시나무’ 같은 자격지심도 있었다. ‘부내죽’을 주 2회 연재하면서 ‘이제 써도 되겠다’ 싶었다. 병실에서 쓸 만한 침대 테이블을 사서 새벽부터 밤까지 만화를 그렸다. “주 1 회 연재를 하면 바깥출입이 어려운데, 주 2회 연재를 하니까 일상이 다 망가졌다. 그렇게 1년을 살고 나니까 ‘이제 책 쓸 자격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세상에 이 원고를 원하는 이가 있을까, 내 글은 ‘수요 없는 공급’은 아닐까’ 했던 작가는 ‘이 세상에서 이 글을 누구보다 원하고 기대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썼다. 담당 편집자다. ‘일단 써볼 테니, 보고 바꾸어도 돼요’ 했으나, 편집자가 그럴 리가 있나. 편지형 에세이가 탄생했다.

누군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 하면, 그는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만화의 형태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막아도 “할 놈은 한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할 때까지, 계속, 계속 그리고 또 그리는 것. 그리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완성하는 것.’ 만화가를 꿈꾸는 이에게 하는 조언이다.
‘들개이빨’은 ‘부내죽’ 외전을 주 1회 연재 중이다. 올해 말이면 끝난다. 그다음에는 “어느 공간이든, 어느 장소에서든 어색함을 느끼는 경험”을 담은 에세이 〈어디서든 어색하다〉를 쓰려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다니는 헬스장 이야기를 담은 ‘헬스 만화’와 〈먹는 존재〉 3도 구상 중이다. 둘 중 어느 작품을 먼저 할지 묻자, 들개이빨이 웃으며 말했다. “먼저 계약금을 주는 쪽.” 들개이빨은 프로다. ‘사시나무’처럼 떤다고 말하지만.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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