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퇴직금 안 주려 노동법 무력화 시도”…근로감독관 첫 인터뷰

김남희 기자 2026. 2.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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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첫 압수수색’ 김도현 근로감독관
“엄희준 검사, 송치의견서 안 읽은 듯”
“문지석 부장검사 만난 건 행운”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태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김도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1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쿠팡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도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지난 1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쿠팡특검이 지난 3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와 법인을 퇴직금 체불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사건의 출발점이 된 수사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쿠팡은 2023년 5월 퇴직금 지급 기준을 일용직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했다. 계약을 하루 단위로 체결하고 그 사이의 계속성을 부정하는 방식이었다. 전국 노동청에 진정과 신고가 잇따랐지만 대부분 자체 종결되거나 지연됐다. 당시 부천지청에 근무하던 김 감독관은 다른 지청 사건까지 이송받아 수사를 확대했고, 쿠팡 본사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핵심 증거를 확보해 쿠팡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지난해 4월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압수수색 정보 사전 유출 의혹, 감독관 부당징계 시도, 검찰 내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졌고 현재 특검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도현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근로감독관이 1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해 쿠팡 수사 외압 논란 당시에는 인터뷰를 고사했다. 지금 응한 이유는.

“수사가 진행 중일 때는 말을 아끼는 게 맞다고 봤다. 지금은 특검의 기소가 이뤄졌고 외압 의혹을 제외하면 큰 줄기는 일단락됐다. 그동안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쿠팡이 시도한 고용 형태가 우리 사회에서 용인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짜리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했을 때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계속근로를 전제로 하는 연차수당,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처음 사건을 맡았을 때도 그렇게 판단했나.

“쿠팡이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쿠팡의 근로기준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봤다. 유죄가 나오든 무죄가 나오든 최소한 재판은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수사 과정은 어땠나.

“우선 서울동부지청이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한 게 부당하다고 봤다. 그 판단으로 수만 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쿠팡이 부당하게 취업규칙을 바꾼 증거를 확보하려면 압수수색이 필요했다. 문지석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전결로 청구했고, 법원도 필요성을 인정해 발부했다. 이후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이 보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문 부장검사의 전결권을 박탈한 것으로 안다.”

-압수수색 정보가 쿠팡에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있다.

“문 부장검사가 쿠팡 압수수색 당일 오전 8시에 김동희 차장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보도를 봤다. 실제 압수수색 집행은 오전 11시였다. 저도 그때 현장에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의심했다. 사무실에 있던 쿠팡 임원이 별로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연락도 없이 압수수색을 하느냐’고 항의했다.”

-최근 고용노동부 내부감찰에서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제가 압수수색 현장 상황을 진술했는데도 ‘유출은 없었다’고 결론낸 건 납득하기 어렵다. 특검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왜 이 사건에 집중했나.

“특별한 정의감은 없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일용직 근로자들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혼자만 기소 의견이었던 것도 아니다. 고양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도 기소 의견이었는데, 과장이 의견을 바꾸도록 했다고 들었다.”

-전국에 유사 사건이 수십 건 있었는데 혼자 쿠팡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의지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근로감독관은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개별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고, 근로자와 사용자 간 주장을 다툼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쿠팡은 대기업이다. 자문 변호사도 있고 전관 출신도 영입한다. 일용직 노동자가 대등하게 다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쿠팡 불기소를 지휘했던 엄희준 검사(전 부천지청장)가 특검의 CFS 기소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이 근로자를 상용직으로 보고 기소한 것에 의문도 제기했다.

“일용직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해 유죄로 판결된 사례는 많다. 법적으로도 근로 형태에 따라 퇴직금 지급 여부가 갈리지는 않는다. 일용직이든 상용직이든, 알바든 비정규직이든 계속근로가 인정되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다. 송치의견서에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례를 인용했는데 엄희준 검사가 안 읽어본 것 같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문지석 검사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관련 질의에 답변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수사 과정에서 부담은 없었나.

“잘못 다루면 쿠팡에 면죄부 주는 꼴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지석 부장검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분을 못 만났으면 나 혼자 고생만 하고, 조직 안에서 욕만 먹고, 사건은 묻혔을 것이다.”

-문 부장검사는 “근로감독관이 더 대단하다”며 주목받아야 할 분이라고 했다.

”결정적 역할을 한 건 문 부장검사다. 엄희준 검사(전 부천지청장)와 김동희 검사(전 부천지청 차장)가 하자는대로 했으면 조용히 불기소 처리됐을 거다. 수사 전결권을 박탈당하고 조직 내 불이익을 받으면서 희생한 거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징계 위기에 처했다.

“김주택 당시 부천지청장이 제가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시도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불러서 갔는데 그게 왜 징계사유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허위공문서작성혐의로 김 지청장을 고발했는데.

“국회에 쿠팡 신속 수사를 위한 전담팀 구성안을 허위로 제출했다. 특검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 특검 불기소하더라도 김 지청장이 전담팀은 필요 없으니까 형식적으로 공문을 만들라고 지시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조직 내에서 분란을 일으킨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수사를 철저히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사를 회피하거나 무마하려 하면 반드시 문제가 된다. 이번 기소로 쿠팡뿐 아니라 수많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퇴직금 지급 문제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뒤늦게라도 기소가 이뤄진 만큼 법원에서 합당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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