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계엄은 내란’ 또 인정… “이상민, 단전·단수 지시”

법원이 12일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언론사 5곳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1심에서 내란 중요 임무 종사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오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사건에 이어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또 나온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법대) 후배다. 판사를 거쳐 변호사를 하다가 윤 정부에서 행안부 장관에 기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이날 이 전 장관 사건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에게 국회 등 봉쇄 계획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은 뒤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이를 하달했다”며 “내란 행위의 중요 임무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는 내란 행위의 달성을 위한 수단의 일부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해당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사에 물리적 강제력을 가해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을 막고 내란 행위를 용이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재판 과정에서 계엄 당시 단전·단수 지시 관련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실제로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해 “행안부 장관에게 줄 협조 사항 문건을 작성했다”고 증언한 게 근거가 됐다. 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실 CCTV 녹화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여러 차례 종이를 꺼내 보며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이 담겼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은 해당 종이가 일정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이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그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밤 11시 37분쯤 허 전 청장과 통화하면서 “소방청이 단전·단수 요청을 받은 것이 있느냐. 경찰이 (2024년 12월) 4일 0시 언론사에 진입할 계획이니,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소방청 관계자들은 허 전 청장이 이 전 장관과 통화하면서 언론사 몇 곳의 이름을 말했고, 전화를 끊은 뒤 간부들과 단전·단수가 소방청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논의했다고 증언했다”며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라는 구체적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때 증인으로 출석해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등 허위 증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계엄 선포 후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 입법 기구 관련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문건을 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이 전 장관이 위증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장관이 일선 소방서가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위한 대응 태세를 갖추도록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 있던 이 전 장관의 딸은 “아빠 괜찮아, 사랑해”라고 했다. 그의 아내도 “진실을 아니까...”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가족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은 국회와 언론사 등을 물리적으로 봉쇄해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 하는 등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김) 두 사람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위력이 있는 폭동, 즉 내란을 일으켰다”고 했다. 중앙지법 형사33부가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이른바 친위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데 이어 또 내란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이날 ‘부정선거 수사단’을 꾸리려 정보사 요원 46명의 인적 사항을 빼내고, 현역 군인들의 진급을 도와주겠다며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249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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